2022-09-26

마의 서 - 2 페이지 [식사, 호텔]

 마의 서


2 페이지



4.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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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States of America
아메리카 연방
 한때 전세계를 자금력과 군사력으로 장악하는 세계적 실권을 갖는 나라였다.
허나 시간에 따라서 그 위상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 시민들의 기본적 도덕 관점이 쇠퇴하고, 사회 계급 층의 서열이 단적으로 드러나며, 경제권이 약화 되어 심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에 여러 지방에서 대규모의 폭동과 시위가 일어나게 되면서 경제 침체기는 쉽게 벗어 날 수 없게 되었다.

 아직도 아메리카 연방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군사력, 자금력, 영향력을 가진 것은 맞지만 그 내부는 속이 썩은 사과와도 같았다.

 도심에서 조금 외곽으로 나아가면 변두리 블록에 작은 가게들이 몇몇 늘어서 있다.

 카페, 편의점, 신발 가게, 작은 레스토랑, 세탁소 등…
변두리 도로에 따라 서 있는 가게들의 바깥 풍경은 도로 너머 큰 강 길 따라 이어져 있고, 이곳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운치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가 자자하다.

 이 곳 식당 몇 군데 중에서 블록 가장 모퉁이에 있는 작은 음식점인 “루스터 데임”, 현재 중년인 루스터 사장의 이름을 따서 지은 작은 가게이다. 
가게 안은 4인석이 가능한 소파 테이블 12개가 홀에 배치되어 있고, 입구 쪽에 카운터와 안쪽은 주방과 화장실, 여기서 거주하는 사장의 방이 있다.

 식당은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몇 가지 메뉴와 세트로 구성된 음식들, 커피와 몇 가지 허브티 계열의 음료를 팔고 있는 곳이다.

 이 장소도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이며 주변에서 일을 하는 회사원과 직장인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제공하는 메뉴의 가격은 단품 메뉴가 평균 약 $2.8, 세트 메뉴 평균 약 $4.7
아메리카 연방은 큰 디플레이션을 겪고 나서 과거 호황기의 약 1/8 정도의 $(달러) 변동 폭이 발생 후 식당 같은 가게들도 가격 변동이 이루어 졌지만 이 곳은 그럼에도 조금은 비싼 가게인 편이다.

 하지만 맛 좋게 제공 되는 음식들과 풍경의 이점으로 약간 비싼 음식 가격에도 불구하고 식사 때가 되면 항상 자리가 남아 있지 않는다.
그런 가게에 특별한 자리가 하나 있는데, 카운터 옆에 있는 1인용 작은 좌석이다.

 식당의 루스터 사장은 약간 별난 구석이 있는지, 아니면 이 시대에서 사람들이 져버린 도덕심이 아직은 조금 남아 있는 것인지, 그 1인 테이블은 노숙자를 위한 메뉴를 제공하는 자리였다.
노숙자를 위해 제공하는 메뉴의 가격은 $1.1
세금을 포함한 최소한의 식재료의 가격이다.

 노숙자들은 이곳 저곳에서 구걸을 하거나 떨어진 돈을 모아서 약 $1을 모아서 오는데 돈이 조금 부족한 경우에는 카운터에 올려진 작은 기부함 통에서 사장은 남은 돈을 계산한다.
노숙자들은 선불로 계산을 하고 1인석에 앉아 있으면 곧 이어 점원들은 음식을 가지고 나온다.

 우선은 물과 크림 스프, 그리고 샌드위치, 소량의 비스켓이다.
언뜻 보면 비싸지도 싸 보이지도 않은 구성이다. 하지만 갈 곳 없고 제공되는 음식조차 없는 노숙자들은 어렵사리 모은 $1의 거금으로 등가교환 할 수 있는 커다란 사치이다.

 우선 물. 석회수가 섞여 있지 않은 맑고 깨끗한 물은 사실 꽤 나 값어치가 나가는 물로서 작은 페트병을 편의점에서 구매하더라도 약 60센트의 가격이 나가는 비싼 물건이다. 그래서 노숙자들은 평소 수돗물을 마시면서 수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크림 스프, 부드럽고 새하얀 크림 스프는 살짝 걸쭉하게 스푼으로 뜰 수 있으며, 평소에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는 노숙자들의 위를 부드럽고 따스하게 어루어 만져 줄 수 있는 영양식이다.

 우선 식사를 제대로 하기 전에 몸이 음식을 받아 줄 수 있도록 워밍업을 도와준다.
그리고 샌드위치와 비스켓이 함께 제공되는데, 샌드위치는 저렴한 코스트에 비하여 노숙자들의 영양 섭취를 생각한 루스터 사장의 메뉴로서, 사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 중 하나 이지만, 쫄깃한 감촉의 식빵과 신선한 레터스와 몇 가지 야채와 작지만 싱그러움을 곁들여 주는 과일, 그리고 얇게 썰려진 햄을 통해서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분배 된 건강식이다.

 그리고 비스켓은 평소 허기가 져 많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노숙자들에게 루스터 사장이 어떻게 해서 라도 양을 늘릴 궁리를 하다가 떠오른 제공 상품이다.
3장의 두툼한 크기의 비스킷은 스프와 샌드위치를 먹고 난 후에 노숙자들의 허기를 든든히 채워 줄 수 있는 마지막 보급품으로써, 그것들을 다 먹지 못 하더라도 노숙자들은 웃옷 속 주머니 속에 그 비스킷을 꼬깃 꼬깃 집어넣어서 챙겨간다.

 노숙자들이 식사를 마친 자리는 음식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있고 급하게 먹는 바람에 스프가 여기저기 튀어 있거나 샌드위치 속 야채 재료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등으로 항상 지저분해져 있다.

 점원들은 그것을 볼 때마다 눈 쌀을 찌푸리며 청소를 해야 하지만 사장인 루스터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노숙자들에게 어느 손님들과 다를 바 없이 상쾌한 미소와 음식이 맛있었는지를 묻고 배웅 인사를 해 준다.

 과거의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지에 상관 없이 현재 자신들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받아주고 음식을 값싸게 제공하는 루스터 사장을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버릇없는 노인들이나 배려를 권리로 착각하는 어리석은 노숙자들도 있지만 그런 노숙자들은 서로 간에 사이에서 욕을 먹거나 노숙자들 사이에서 루스터 데임 식당에 접근 금지 조치까지 취해진다.

 안 그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다가, 루스터 데임은 좋은 식당이지만 가게 한 켠 구석에서 노숙자들이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으며 하수구 냄새 같은 악취를 풍기는 것을 일반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것 때문에 공원 등에서 강물을 이용해 세수를 하고 나서, 식당에 찾아가는 노숙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들을 유일하게 받아주는 식당을 노숙자들은 결코 잃어 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스킬러도 자주 방문하는 이 곳. 
 가기 전에는 항상 나름 몸가짐에 신경을 쓰는 편이고,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도 옷에서 냄새가 나는지 킁킁 거리며, 손 바닥으로 팔과 어깨에 먼지가 묻어 있는 듯이 툭툭 털어낸다. 

 유리 창에 희미하게 비친 자신을 보면서 몇 일간 씻지 않은 머리카락을 다듬어 보며 고개를 기웃 거린다. 안에 있는 손님이 자신을 쳐다보는지 아닌지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게에 들어가 작은 목소리와 함께 오른 손을 살짝 들어 사장에게 인사를 한다. 그의 왼손에는 조금 큰 책 하나가 소중히 들려있다.

 사장은 나름 몸가짐에 신경 쓰고 인사를 하는 스킬러를 단골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기억을 하고 있다.

“어서 오십시오”

 평상시 처럼 그를 대하는 사장 앞에서 문 앞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스킬러.
노숙자들은 우선 메뉴 계산을 하고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평소 처럼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사장 앞으로 다가 서는 스킬러.

“이번엔 오랫만에 방문이로군요”
“뭐… 그렇지”

 키가 좀 더 큰 루스터 사장을 올려본 스킬러는 오른손에 있던 $40 다발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그 돈을 보고 루스터 사장이 놀라게 되고 스킬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수상한 돈은 아니고, 운 좋게 큰 돈을 주워서 말이지… 노숙자 애들과 돈을 좀 나눴어”

 스킬러는 우연히 쓰레기 안에서 돈이 발견되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루스터 점장은 그 돈이 마피아 조직의 돈이나 누군가의 비자금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설마 그 돈은 허브 마약 거래상의 뒷 돈이나, 마피아들의 숨겨진 돈 이라거나… 혹은 어떤 세력의 검은 돈은 아니겠지요?”

“… 뭐 주인이 없는 돈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고 생각해 주게”

 스킬러는 식은 땀을 흘리며 얼무 버린다. 루스터 사장은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어이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나 참, 노숙자 양반들은 항상 떨어진 돈이 무서운지를 몰라. 애당초 당신들은 말이지 매번 운이 좋아서 그렇지…!”

“쉿, 거기까지만 하자고”

 오른손 검지로 입술로 조용히 하자는 제스처를 하는 스킬러를 보고, 루스터 사장도 거기까지 하기로 했다.

“그래서? 항상 먹던 것으로 합니까?”

“아니 모처럼의 돈이 있는데, 가끔은 사치를 부려도 되겠지.  데임 스테이크 정식을 주문하지!”

 데임 스테이크 정식은 이 가게에서 가장 비싼 메뉴로 $7.8 의 요리 코스이다. 변두리 작은 식당 가게이지만 이 풍경이 좋은 가게에서 경치와 함께 즐기는 고급 요리로 정평이 나있는 음식이다. 스킬러는 요리를 주문하고 천천히 카운터 옆 노숙자 전용 석에 몸을 앉힌다. 오늘 따라 유난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아, 좋습니다. 카산드라! 데임 스테이크 정식을 0번 테이블로!”

“넷!”

 포니 테일의 금발을 한 여성 웨이터가 대답을 한다. 여성스러움 보다는 씩씩하고 건강한 이미지의 웨이터는 주문을 받아 그대로 주방에 오더를 넘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킬러.

“건강 미가 넘쳐 보이는 웨이터 로군. 신입인가?”

“그렇죠. 스킬러 당신도 근래에는 뜸 했으니, 그녀는 아직 2개월 된 견습이기는 하나 성실히 일을 배워나가고 있죠.”

“그렇군.”

 스킬러는 잠시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머뭇 거리가 다시 말을 꺼낸다.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되었지?”

“글쎄요. 10년 넘은 것은 확실 합니다만…?”

“14년”

“정확히 기억하고 있군요. 아니면 오히려 밖에서 생활하면 날짜 감각이 예민해 집니까?”

 스킬러는 우습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아니, 오히려 집도 시계도 없고 나이도 먹었으니 정확한 날짜 계산은 훨씬 어렵지”

“그럼 어떻게? 정확하게 햇수를 기억하는 모양인가 본데요”

“14년 전, 온전히 가정이 있었을 때에 4살 된 딸이 있었어. 딸 생일 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지. 올해 18살이 되었지…”

“아하, 그렇군요 따님이 18살… 음? 그러고 보니 카산드라도…”

순간 루스터 사장의 뇌리에서는 무언가 스쳐지나간다.

“… 설마?!”

 루스터 사장이 놀라 당황하여 고개를 살짝 돌려 스킬러를 바라보았다.

스킬러는 고개를 들지 않고 조용히 말을 꺼낸다.

“평소부터 자네에게 항상 신세 지고 있었지… 우리 노숙자들이 피해를 입혔던 금액도 있었을 테고… $40, 요리 값을 제외하고 자네에게 졌던 은을 갚기엔 큰 돈은 아닐 테지만 그대로 받아줘… 그리고… 견습 2개월인 웨이터도 잘 부탁하지…”

 루스터는 살짝 웃는다. 이 돈의 출처가 어디였던 것은 마음에 조금 걸리긴 하지만, 노숙자들이 도둑질을 해서 돈을 훔치거나 누군가에게 돈을 뺏지 않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버려진 돈이라면 법으로 재촉 되는 문제는 없을 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스킬러의 말에 잠시 당황을 하지만 그 돈을 카운터에 넣는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아, 그래”

 곧 이어 카산드라 라는 웨이터가 방긋 웃으며 물을 가지고 온다. 다른 웨이터 한 명은 요리를 주방으로 부터 건너 받아 다른 테이블로 가는 것이 보였다. 자신의 요리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 스킬러는 카산드라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그러다 왠지 무안해져 고개를 천천히 돌려 창 밖 하늘을 바라 본다.

오늘 따라 구름이 스쳐가는 햇 살이 눈부시면서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

스킬러는 과거를 회상한다.










 스킬러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다루며 취미를 붙혔고, 이윽고 대학 또한 전자 공학을 선택했지만, 졸업 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취업이 순탄하지 않은 항로 길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동네 한 보석상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여 보석과 금은 매물, 고급 시계룰 다루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게 되면서 가게 사장은 2호점을 다른 구역에 오픈 하게 되는데 스킬러는 2호점의 매니저 역을 맡게 된다. 점차 가게가 흥 하게 되면서 사장 대신 2호점 가게 총괄을 담당하며 사장의 신뢰를 얻어 결국 2호점 매장 점장이 된다. 그러면서 가게에서 일하던 여성과 연애를 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점점 일이 바빠지며 자녀는 가지지 못 했지만 3호점을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장은 고혈압으로 쓰러지게 된다. 나이도 있었고 건강을 소홀히 했던 사장은 자신에게 친척이나 자녀가 없어서 결국 가게를 스킬러에게 맡기기로 한다. 

 스킬러는 그대로 가게를 사장이 돌아올 때 까지 손해 없이 지켜 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가게는 서서히 크게 성장을 해가는 과정이었고, 사업을 더 확장해도 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장은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는 비보를 받았고, 결국 가족이 없던 그를 대신 스킬러가 보석상을 그대로 물려 받는 식이 되 버렸다. 스킬러는 사장에게 감사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하지 못 한 게 큰 후회였다.

 결국 스킬러는 다수의 점포를 가진 보석상 사장이 되었고, 더욱 큰 사업을 꾸리기 위해 준비하였다. 그리고 다시금 가정을 돌아보게 되지만 이미 결혼 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 첫 자녀로 딸을 얻게 되었다. 딸의 이름을 스킬러 본인이 카산드라 라고 지었다. 바빴을 때는 수 개월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상황도 있었고, 바빠서 아내에게 안부 전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자녀를 얻기 원하던 아내가 임신 후에도 빈번히 사업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던 스킬러. 그리고 딸 아이 카산드라가 태어났던 날에는 지금까지 막대한 부를 쌓은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카산드라가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자기를 사설 탐정이라 소개하는 젊은이가 스킬러 앞에 나타났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봐야 한다는 말을 꺼낸 탐정의 말에 역정을 내었지만 자신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서 그렇지도 모를 수 도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나 싶어서 카산드라의 유전자 검사를 아내에게 양해를 구해서 하게 되었고, 아내는 자신를 믿지 않는 스킬러에게 매우 화를 내었지만 이것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카산드라가 친자였기에 아내의 화를 그대로 받아주었으며, 되려 탐정을 찾아 발길질을 하고 쫓아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너무 가정에 소홀히 했다고 느껴 사업 전선에서 한발 물러 가정을 소중히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하였고, 보석상을 총괄 하거나 매니저, 점장 등을 맡을 인재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때 아내는 과거에 스킬러의 소개로 몇 번 만난 적이 있던 스킬러의 대학 친구를 추천했고, 스킬러도 별 생각 없이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여 보석상 총괄을 제안했다. 

 스킬러의 친구는 스킬러의 제안에 흔쾌히 수락 하였고, 보석상 자체는 그 친구에게 맡겨졌다. 그리고 친구는 스킬러의 생각보다도 우수히 가게를 운영해 나아갔다. 아내의 추천이 정답이었다고 생각했다.


 몇 년 지나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상 사업권과 경영권이 스킬러 친구에게 넘어간 것을 뒤늦게 스킬러는 알아 차렸다. 스킬러는 법적 권한 없이 이럴 수 없다고 친구를 찾아가 따졌으나 그것이 그렇지 못한 상황이었다. 

 다시금 몇 년이 지나 온 탐정을 만나게 되었고 화가 난 스킬러는 그 탐정과의 과거 인연을 따지지 않고 친구의 사업권과 관련된 불법 행위의 뒷조사를 의뢰를 하게 되었다. 
 얼마 후 탐정의 조사를 받은 결과는 스킬러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미 오랜 기간 집을 비운 스킬러를 두고 아내는 스킬러의 친구와 비밀리에 연애을 하고 있었고, 카산드라 외의 친구와 아내 슬하에 자녀가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킬러는 탐정의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사실인지 아닌지 보다도 무언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충격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약속도 없이 그를 방문하였다. 탐정은 초기부터 스킬러와 주변 인물들을 관심 있게 눈 여겨 보다가 아내의 외도를 파악하게 되었고, 그것이 돈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뒤를 캐고 있었다. 한번은 스킬러에게 내쳐졌으나 그럼에도 계속 시간을 내서 정탐 하였다. 

 결국 고액을 주고 탐정에게 자료를 받고 친구를 찾아간 스킬러.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은 늦은 상황이었다. 아내는 모든 것을 스킬러의 명의를 빌린 것으로 하여 이미 그 모든 것이 친구에게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재산도, 주거도, 권리도, 모든 것이 친구에게 양도 된 상황이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너무 나도 뻔한 것이 었다. 스킬러는 친구에게 고용된 경호원에게 폭력을 행사 당하고 내 쫓겨 났다. 법정에서 이혼 소송 또한 이기지 못하였다. 

 딸인 카산드라의 양육권 또한 빼앗기게 되었다. 아내가 스킬러의 통장에서 돈을 빼돌려 스킬러의 모든 재산 관련은 결국 친구의 손아귀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빈 털털이가 되어서 홀로 달빛 조차 스며들지 않는 외진 골목길 아래에 있었다. 카산드라가 4살이 되던 때에, 스킬러는 딸아이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노숙자가 되어 18년이 지났다.
식사를 마친 스킬러의 눈가에는 왜 인지 모르지만 눈물이 맺혀 소리 없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지금 까지의 그 이후의 노숙 생활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스킬러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 놓고 루스터 사장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인가?”

“네, 그리고 그녀는 풀 타임 정직원를 원하고 있습니다.”

“… 그렇군, 그녀가 정직원으로 일 할 수 있는건가?”

“물론이지요. 의욕도 있고, 성실하고, 이번 달까지 해서 3개월 견습이 끝나면 정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입니다.”

“… 잘 부탁하네…”

“부탁하지 않아도 성실히 일 할 사람은 항상 귀중한 인재니까요”

인재…

 스킬러는 자신이 과거에 인재를 찾으려 하다가 자신의 친구를 인용하였다.

 모든 일이 끝나고 골목길에서 생각하니 스킬러는 아내와 친구의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는 처음부터 친구와 연결이 되어 있었고, 친구는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다. 모든 것을 잃고는 그들의 소식을 접하지 못했고, 딸의 소식조차 얻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카산드라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을 보았다. 아니 소녀였다. 스킬러는 한 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14년 전의 아이의 얼굴이 어른이 되면 저렇게 되었겠지. 크면 여러 스타일의 헤어를 하겠지. 그리고 보자 마자 알 수 있었다.
 14년 동안 한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본 순간 그 성장한 모습을, 상상해봤던 딸 아이의 머리 모양을…

 그렇지만 18살이면 학업에 종사할 나이. 성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서 양육비 등을 명목으로 뺏어간 재산은 막대한 양이었으며, 그 돈의 극히 일부 만으로도 카산드라가 대학을 가고 남을 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카산드라가 학교가 아닌 일을 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만나보지 못한 딸의 외견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으나,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런 남은 모든 부류에 대해서는 알지 못 했다.

그렇기에 18살 젊은 나이에 풀 타임 정직원으로 식당에서 일자리를 얻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복잡한 심정이었다. 자신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원했던 것은 너무나 큰 욕심이었을까?

더 이상은 오래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스킬러는 루스터 사장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가게를 나오게 되었다.

‘스킬러 영감. 오랫만에 보았지만 모습을 보아하니 당분간은 보기 힘들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한 루스터 사장은 다시 가게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마의 서로서 소원을 이루고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하게 된 첫 날. 루스터 데임에서 노숙자의 모습으로 마지막으로 먹게 된 외식이었다.








5.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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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킬러는 현재 갈 곳을 찾고 있었다. 이제 부터 자신은 이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마의 서를 지키기 위해서 어디론가 조용히 몸을 숨길 곳이 필요했다. 그리고는 떠 올렸다. 지금 이 상황에 안전히 투숙할 수 있는 곳. 

 바로 호텔.

 약 10여년 동안, 가끔씩 길가에서 쓰레기나 폐지를 줍던 도중에 하늘로 고개를 올려보면 보이던 호텔 간판. 이 주변은 특히나 대 도심지였기 때문에 루스터 데임이 있던 식당가 쪽이나 값 싼 1성 호텔 중심이었지만 몇 블럭을 지나서 도심지 내부에는 그야말로 사회 계층을 명백히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 5성 호텔, 4성 호텔 등을 볼 수 있었다.

 5성 호텔은 일반인이 들어가기 힘든 재계 관련 위주의 초고급 호텔. 그렇기에 스킬러는 마의 서와 함께 가장 가까이에 있던 4성 호텔을 향해 가게 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호텔 뉴 로얄베이스].
과거에 한 야구 선수가 크게 성공해서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호텔이다. 이 호텔을 당분간의 거점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호텔 앞 입구에 들어서려는 그 때, 한 벨보이가 스킬러의 앞을 가로 막는다. 벨보이는 지저분한 차림에 냄새나는 노숙자가 호텔을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스킬러는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우선적으로 더러운 옷이 문제라고 생각한 그는 서둘러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옷 가게가 있는지 고개를 둘러 보았다. 한 블록 너머 길 귀퉁이를 돌아서 있는 캐쥬얼 계열의 의류를 판매하는 옷 가게를 발견하였다.
 성급히 스킬러는 그 곳으로 달려갔다.

 가게를 힘차게 들어가자 문 소리에 놀란 가게 점원들과 가게 내에 다른 손님들이 그를 바라 보았다.

“오우 쉣! 왠 거지가 들어왔어!”

“빨리 내 쫓아! 옷 훔치러 온 거 아냐?!”

 직원들은 소리를 질렀고 손님들은 놀라서 잠시 문 쪽을 바라본다.

“아냐 아냐, 나 옷 사러 왔어!”

 스킬러는 성급히 왼쪽 주머니에서 돈 다발을 꺼낸다. $200의 돈 다발을 꺼내자, 남자 직원 한 명이 태도를 바꿔서 그에게 다가온다.

“어이쿠 세상에! 어디서 이렇게 큰 돈이!”

“돈이 생겨서, 일단 냄세 나는 옷 부터 버리고 새로 사 입고 싶은데”

“아주 좋은 선택! 노숙자라 할지라도 돈이 있다면 이 가게로 들어 오지 않을 이유가 없죠!”

 남자 직원은 생색을 내며 스킬러가 가진 돈 뭉치를 반기었다. 스킬러 또한 그것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말했다.

“근데 여기는 좀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인 것 같은데… 혹시 내게 맞는 옷을 코디로 맞출 수 있으려나? 제대로 맞춰 준다면 팁은 후하게 주려고 하네만”

“무조건 나이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오래된 사고 방식이죠! 선생님은 지금이야 조금 초라 해 보일지 몰라도 아주 신선한 생각 방식을 가졌으니, 조금은 젊음에 맞는 코디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남자 직원은 재빠르게 여기 저기서 스킬러에 사이즈에 얼추 맞는 옷 가지들을 여러 벌 가져온다.
 직원들도 그 태도를 보고 일단은 지켜보자는 식이었고, 몇몇 손님들도 돈 많은 노숙자를 보고 재미로 지켜보고 있었다.

 스킬러가 옷을 새롭게 차려 입는 것은 약 15년 정도 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패션 감각은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이고 더구나 현재의 패션 감성은 어떠한지도 모른다.

“무난한 걸로 골라주게”

 그의 말의 한마디는 남자 직원은 스킬러에 앞에서 의상을 이것 저것 손으로 가리키는 제스쳐를 하면서 눈 대중으로 골라보더니 아이보리 색의 바지와 옅은 보라색의 셔츠를 골라주었다. 그리고 멜빵 끈 또한 골라서 건네 주었다.

 탈의실에 들어가려는 스킬러의 소지품을 맡아 주려고 하는 남자 직원에게 사양하며 스킬러가 말했다.

“됐네. 이 책은 내가 들고 있겠어. 대신 이거나 좀 들고 있게, 옷 값도 좀 계산하고”

 들고 있던 돈 뭉치 중 일부를 떼어 주었다. 옷을 들고 따라 오던 남자 직원은 탈의실에 들어간 스킬러에게 커튼 너머로 옷을 건네주면서 돈을 받았다. 남자 직원은 빠르게 돈을 세어 보니 약 $60 정도. 건넨 옷은 바가지를 씌운다고 해도 약 $20 안팍으로 남는 돈이 팁이라 쳤을때 어마어마한 금액. 거진 사흘 나흘 남짓 일해서 벌 수 있는 액수이다. 남자 직원은 입꼬리가 방긋 올라가며 싱긋 웃는다.

 안에서 옷을 전부 갈아 입은 듯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스킬러는 입고 있던 누더기 옷가지를 탈의실 바깥으로 팔 뻗어 내놓는다.

“이 헌 옷 좀 버려 주게”

“아, 물론이지요. 금방 돌아 오겠습니다.”

 스킬러는 탈의실 안에서 잠시 기다리며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본다. 속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선 상 하의는 깔끔해졌다. 고쳐야 할 외견은 이제 신발과 자신의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수염. 잠시 후 숨 가쁘게 직원이 달려오는 소리가 탈의실 안까지 전해져 온다.

“…헉, 헉, 버리고… 왔습니다.”

 숨을 추스리며 남자 직원이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스킬러는 탈의실 안에서 그것을 듣고는 커튼을 살짝 열고 안에서 자신이 신던 신발과 남은 지폐 뭉치의 절반 정도를 그에게 건네 주면서 말한다.

“미안 하네만 신발도 더러워서 말이지. 이 돈으로 적당한 신발을 좀 구해주었으면 하네. 발 사이즈는 11"(인치)로 부탁하지. 아, 남은 돈은 뭐 차비에 보태 쓰던가 하게.”

“넷!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남자 직원은 다시 노숙자의 더러워진 신발을 들고 바람처럼 가게 밖으로 뛰어 나갔다.
스킬러는 이 와중에 문득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 소원은 내가 왼손으로 왼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돈이 나오는 것이었는데… 혹시 새 바지는 적용이 안 되는게 아닌가?!’

 당황한 스킬러는 서둘러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주머니 안에는 당연한 듯이 있었다. 그리고 스킬러는 재차 확인하듯 그것을 꺼내 보았다. $200의 돈 뭉치. 고액의 돈 뭉치를 무한히 꺼낼 수 있다는 것을 재차금 확인한다. 그리고는 왼손을 바지 주머니 근처로 가져가서 더듬어 본다.

‘다행히 확실히 있어.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기 전에는 마치 마법과도 같이 내 주머니엔 원래 아무 것도 없는 것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 뱉는 스킬러. 돌연히 작은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한다.

“후후후, 후하하하”

 주변 손님들이 탈의실을 잠시 쳐다보고 지나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자 직원은 스니커 한 켤레를 들고 헐레벌떡 가게를 들어온다. 결국 스킬러는 이런 식으로 남자 직원에게 돈을 건네 주면서 속옷과 신발, 사무용 가방을 구매하게 되었다.
결국 스킬러는 가지고 있던 $200을 전부 건네 주었다.

그리고 가방 안에 마의 서를 넣어 두고 탈의실을 나온다.
자신이 여기서 얻은 새 옷가지 등은 총 얼마 일까? 어제 까지만 해도 약 $50 상당의 물건은 쳐다 볼 수도 없는 물건이었지만,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스킬러는 남자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다시 왼쪽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돈뭉치를 꺼낸다.

“수고했네, 팁을 좀 챙겨 주려 했는데, 내가 필요한 물건이 좀 많아서 돈이 덜 되었을꺼야”

 그렇게 말하곤 다시 스킬러는 절반 가량의 돈 뭉치를 팁으로 건네 주었다.
 남자 직원은 새로 입은 바지에서 고액의 돈뭉치가 나온 것의 대한 의문보다도 자신이 오늘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을 냄새나고 더러운 옷 차림의 노숙자를 상대하고 $250 넘게 돈을 번 것을 크게 기뻐하고 스킬러가 문 밖까지 나서는 것을 배웅 하였다.

 이제 지저분한 머리카락과 수염을 정리하고 몸을 씻어야 한다고 생각한 스킬러. 마침 보이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짤라야 겠다고 생각을 하고 가게 앞까지 들어가서 순간 망설이게 된다.

‘옷 가게는 탈의실이 있어서 마의 서를 함께 들고 들어갔지만, 미용실은 그게 아니야. 자신이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가방 안의 있는 마의 서가 방치된다. 방치된 가방에서 누군가 마의 서를 꺼내 간다면?’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든 스킬러. 제자리를 멤돌다 결국 미용실을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다.

‘우선은 안전한 보금자리가 필요해. 마의 서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나서, 그 후에 행동을 해야해.’

 결국 스킬러는 주변 가게를 둘러보다가 화장품 가게에서 남성용 향수를 사서 나온다. 그리고는 그것을 자신의 손목과 목 부분 등에 바르기 시작한다.
아마도 냄새 자체를 전부 감출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완화 시켰을꺼라 생각한다.

 그리고는 아까 처음 방문했던 호텔로 다시 향한다.
[호텔 뉴 로얄베이스]
 입구 쪽에서 손님이 들어가는 것을 안내하는 벨보이가 몇몇 보인다. 스킬러는 다시 호텔 입구로 다가 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입구에서 막는 벨 보이는 없었지만, 한 벨 보이가 입구에 다다른 그에게 다가간다.

“잠시만요 선생님. 조금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서, 다른 손님 분들에게 피해를 중 것 같습니다만…”

 스킬러의 지저분한 머리카락과 수염에 눈을 찌푸리면서 말을 하는 벨보이. 스킬러는 그 말을 듣고서 둥글게 말려진 돈 뭉치를 꺼내어 벨 보이 눈앞에 보인다.
그리고는 거기서 지폐를 한 장씩 세어 $5를 나누더니 벨 보이의 가슴팍을 돈과 함께 손 바닥으로 치면서 말 한다.

“팁 $5 일세. 사정이 있어서 씻지 못한 건 미안하네만, 그건 호텔에 투숙하며 씻어서 해결하려 했는데, 4성 호텔 치고는 상당히 불친절한 직원이로군. 이 곳 호텔은 사람의 겉 모습을 보고 손님을 골라 받나 보지?”

 벨보이는 자신에게 성의 없이 건네 준 $5를 받고 놀란다. 근래에 $1의 팁을 받아본 벨 보이가 있었나? 주로 30센트 혹은 50센트 사이로 받았는데, 오랫만에 지폐, 그것도 무려 $5를 팁으로 건네다니…
 이 손님에게 잘 못 보이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되려 자신의 노력 하에 따라 그 돈 뭉치에서 팁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생각한 벨보이는 빠르게 행동을 전환한다.

“아, 실례했습니다 선생님, 이 곳은 손님을 가려 받는 그런 악질적인 호텔이 아닙니다. 괜찮으시다면 짐을 제가 들어 드리겠습니다.“

 스킬러는 오른손으로 거부의 제스처를 취했다.

“아니, 그건 됐네.”

“아, 그럼 카운터로 안내 해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무례함 때문에 가방을 맡기지 않은거라 생각한 벨 보이는 식은 땀을 흘리며 스킬러를 프론트로 안내하였다. 

 프론트 카운터에서 업무를 보던 한 여성 직원이 스킬러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다시 표정을 추스린다. 

“어서 오십시오. 호텔 뉴 로얄베이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예약 번호는 있으십니까?”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투숙 할 수 있소?”

“아니요. 꼭 그런 것 만은 아닙니다만…”

 여성 직원은 스킬러의 몸에서 나는 악취에도 불구하고 표정을 일그러트리지 않기 위해서 표정 관리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 한 수염과 머리카락을 보면서, 돈 없는 노숙자가 아닌가 생각을 하였다.

 이런 손님을 잘 못 받으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여성 직원은 잠시 뜸을 들인다. 반대로 뒤에 스킬러를 따라 와 서 있던 벨보이는 뒤에서 쩔쩔 메고 있었다. 방금 전 입구에서 시비가 있었던 것이 되 풀이 될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 방을 하나 내 주시게. 딱히 아무런 방이라도 상관 없으니”

 스킬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여성 직원을 바라보았다.

 여성 직원은 잠시 기달려 달라 말하고 카운터 밑에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빈 방을 체크하는 척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시간이 걸릴 것 같이 카운터 뒤쪽으로 가서 카운터 안쪽에 앉아있는 프론트 데스크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한다. 업무 때문에 자신의 모니터를 보고 있던 프론트 데스크 매니저는 흘깃 눈을 들어 올려 스킬러를 한번 보고 여성 직원을 보고 소근거리며 말한다.

“대충 비싼 방 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고 돌려 보내버려.”

 여성 직원은 총총 걸음으로 카운터로 돌아와 다시 모니터를 체크 하더니

“죄송합니다만, 현재 스탠다드 룸과 슈페리어 룸은 전부 예약이 들어 온 상태입니다.”

“음, 그럼 그 밖에는 무슨 방이 있소?”

“디럭스 룸과 스위트 룸이 있습니다만, 숙박 비용이 높아서 조금…”

 말을 흐리는 여성 직원의 태도를 본 스킬러. 뭐 이해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도 어제까지 초취한 노숙자였으니… 그렇지만 돈을 얻은 스킬러는, 그런 태도를 보고서 용납 해줄 수 는 없다고 생각 했다.

“아 그래서 그 가격이 얼마냐고 묻지 않소!”

큰 목소리 하나로 프론트가 소란스러워지자 로비 쪽에 있던 남성이 스킬러 쪽으로 다가 와서 말을 건다.

“무슨 일이십니까 선생님?”

 스킬러는 고개를 돌려보니 호텔 종업원 차림을 한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흑인 남성이 한 명 서 있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듄건이라 합니다. 이 호텔에서 컨시어지를 맡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을 듄건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남성을 본 스킬러. 그의 눈동자를 보고서 굵고 맑은 눈 빛을 느꼈다. 자신의 노숙자 차림에 문제를 삼을 것 같은 사람은 아니라 느낌을 받은 스킬러는 그에게 말을 했다.

“예약이 차서 빈 방이 없다는 것 같소. 그래서 남은 디럭스 룸과 스위트 룸 가격을 묻고 있는데 좀 처럼 대답을 해주질 않는 군.”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마 프론트 직원이 상위 룸은 가격이 비싸서 선생님께서 비용 지불이 어렵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디럭스 룸은 서비스를 포함하게 된다면 1박에 약 $40 이상의 요금이, 그리고 스위트 룸은 서비스를 포함하게 된다면 1박이 약 $65 이상의 요금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아, 그렇군”

 듄건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잠시 프론트 카운터의 직원들과 프론트 데스크 매니저를 한번씩 쳐다본다. 그들은 듄건의 눈을 피했다.

 도심지 바깥 일반 1성 호텔이라면 하루 평균 $5, 도심지 내의 2성 호텔도 바가지를 씌워도 1방 $10을 받지 않긴 하지만 확실히 4성이 되니 가격이 높다고 생각을 한 스킬러. 하지만 그것은 지금 본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반인의 장벽이었다. 

 그렇게 말을 한 스킬러는 바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프론트 카운터 위에 올려 놓는다.
척! 소리와 함께 올려진 돈을 보고 직원들의 눈이 그 돈으로 쏠린다.

“이 돈이면 서비스를 포함해서 며칠 정도는 숙박할 수 있겠지? 그럼 그 디럭스 룸은 무슨 서비스가 포함이 되어 있는거요?”

 듄건이 침착하게 스킬러에게 대답한다.

“우선 매 끼니가 제공되는 식사 서비스와, 손님의 건강 문제가 생겼을 시 서포트를 해줄 의료 서비스, 아침에 직원이 찾아가 깨워주고 신문 등을 제공하고 방을 정리해 주는 굿모닝 케어 서비스, 손님의 의복 빨래와 시간마다 심부름을 맡아주는 클리닝 서포트 서비스, 우편물 등 발송 대행과 공항이나 시설 대리 티케팅을 도와주는 컨시어지 서비스, 그 밖에도 필요에 따라 손님의 필요한 것을 도와주는 게스트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그렇군, 그 식사 서비스와, 게스트 서비스 정도를 부탁하도록 하지. 그럼 이 돈이 $200 인데 얼마나 투숙이 가능하지?”

 듄건은 카운터의 여성 직원을 다시 바라본다. 여성은 잠시 돈을 보고 멍 때리다가 성급히 계산을 한다.

“어, 음, 식사 서비스를 포함하신 디럭스 룸 이용시 하루 $50의 요금이 필요합니다. 즉, 4일의 숙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시기 된다면 그에 해당 되는 부분은 직원에게 팁으로 지불 하시면 됩니다.”

“그럼 일단 그렇게 해주게.”

“아, 네…”

 여성 직원은 그렇게 하고서 스킬러의 방 취향 등을 물어 보는 것조차 잊은 채 성급히 디럭스 룸 하나를 체크인 한다. 그리고 카운터 뒤편에서 카드 키를 꺼낸다. 스킬러는 그 카드를 뒤에 서 있던 벨보이에게 건네 준다.

“방 안내를 부탁하도록 하지.”

 벨보이는 자신 만만히 자신을 따라 오라는 손 안내 제스처를 취했다. 스킬러는 프론트를 나서며 듄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목 인사를 했다. 듄건 또한 웃으면서 그에게 인사를 했다. 프론트에선 휴 하는 한숨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것은 스킬러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12층으로 이동하여 내린 곳은 붉은색의 넓은 카페트 복도와 함께 흰색 계열의 벽지와 밝은 샹그릴라 조명이 어우러진 장소였고, 이 곳에서 스킬러는 벨보이에게 방을 안내 받는다. 스킬러는 벨보이가 열어준 방을 둘러보자,  방은 넓은 거실에 가구들과 테이블 등으로 꾸며져 있었고, 안쪽에 다른 방으로 이어진 문이 보였다. 

 예전에도 디럭스 룸을 이용해 본 적이 없던 스킬러는 아마도 방 문 너머에 침실이 따로 있을 것이라 짐작을 했다. 그리고 벨보이에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 위에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고는 처음에 벨보이에게 팁을 줬던 돈 뭉치를 다시 꺼내어 다시 지폐를 새었다. 벨보이는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았고, 스킬러는 $30을 벨보이에게 건네주며 말을 했다.

“수고했네, 우선 한 시간 뒤에 머리카락과 수염을 다듬어 줄 사람이 필요 하네만… 부탁해도 되겠지?”

“네, 한 시간뒤 바로 직원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킬러는 벨보이를 내 보내고 조용히 두 손으로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문을 잠근 상태로 잠시 서 있는다.

‘이제 드디어… 안전하게… 안전하게 이 마의 서를 보관할 수가 있게 되었어.’

 그렇게 생각을 한 스킬러는 가방 속에서 마의서를 꺼내어 침실로 들어간다. 침대 위 베개 밑에 마의 서를 숨겨 놓고 그는 몸을 씻으로 샤워실로 들어간다.

 정말 오랫만에 뜨거운 물로 몸을 천천히 씻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 순간의 욕조를 즐기기로 했다. 스킬러는 이제 더 이상 노숙자가 아니다. 마의 서만 온전하게 자신의 곁에 있다면, 그는 세상 모든 것을 해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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