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8

마의 서 - 14 페이지 [깊은 밤, 겸허한 자들]

 마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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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깊은 밤


같은날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오랜만의 모두와 함께 술에 취하여 즐거운 순간을 보낸 그 날 밤. 아우스 일행은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였다.




맬리건은 아우스의 침대 안에서 서로의 살갗을 대고서 격한 남녀의 운동을 끝낸 상태였다.


아우스는 붉게 달아오른 맬리건의 몸을 어루만지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샤워를 하러 욕실로 갔다. 


맬리건은 타월로 자신의 땀을 닦으며 아우스가 나오길 기다린다.




잠시 후 아우스는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오자 맬리건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우스에게 달라 붙는다.



“아잉, 아우스~, 조금만 더~”


그녀의 유혹 미소에 매료된 듯이 아우스는 몸을 침대로 향한다. 어둠 속에서 매끈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맬리건을 한번 더 탐한다. 



그녀의 몸은 흰 피부가 더욱 흰색으로 물 들어 간다.








“...있지, 아우스? 우리.. 다시 만나면 어때?”


침대 오른편에 누워 있는 그녀는 아우스의 얼굴 가까이에서 속삭이 듯 말했다.


“… 안돼.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바빠?“


”호텔에서 컨시어지를 하는건 직장인들 처럼 규칙적인 출퇴근을 하는게 아니야. 근무날자와 휴무일도 호텔 상황을 맞추어야 하고. 더구나 요즘 컨시어지 치프로 있는 듄건 씨의 움직임도 수상해. 혼자 휴무가 많단 말이지.“


”으음~ 그냥 핑계 대는거 아냐?“


아우스의 대답이 자신이 원했던 대답이 아니라는 듯이 멜리건은 불만을 표로했다.



“맬리건 양? 내가 핑계를 대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요? 그리고 남자는 나 말고도 많이 있을텐데요? 너 정도 되는 여자면 어딜가도 환대 받잖아.”


“아우스의 그런 점은 너무 싫어... 단순히 나의 몸을 목적으로만 하는 남자들은 믿을 수 없다고!”


“그렇기 따지면 나도 지금 단순히 너의 몸을 목적으로 한게 아닌가?”


“아니지~ 우린 예전에 몇 번 사귀었던 사이잖아~”


“그래, 그렇지만 길게 갔던 적은 없었지.”


아우스는 맬리건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 답변을 이어 나갔다.




“그러고 보니 로이크랑 탑이랑도 사귀었던 경험이 있었잖아. 걔네 둘이 나보다 낫지 않아?”


“으음… 친구로서의 로이크와 탑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연인으로는 좀…”


“뭐가 문제인데?”


“로이크는 신사적이야. 매너도 좋고, 친절함도 있고. 단지 그것은 전부 약간의 나르시스트 기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색내기 아닐까? 내가 좋아서 연애한다기 보다는 나 정도면 이런 여자를 사귀어야지 하는 느낌을 받았어.”


“역시, 나름 분석적인야. 그렇다면 탑은?“


”탑은 너무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 활기찬 모습과 우울한 모습의 대조가 보통 여자들보다 심한편이야. 가끔 남자다운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반대로 너무 소극적인 면은 정말 보기 싫어. 더구나 리더십이 약해. 여자를 이끌어 나갈 박력이 부족하다고!”


“박력이 부족하고 나르시스트 기질이 있는건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럴리가,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탑이랑 섹스를 하면서 그… 얼굴의 흉터가 너무 징그러워…“


맬리건은 죄책감을 가지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흐렸다. 그런 그녀를 아우스가 양팔로 크게 끌어 안고서 말한다.


“맬리건… 사고로 인한 흉터는 어쩔 수 없는거야. 탑은 그것 때문에 어렸을 적 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니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탑이랑 한 동안한 연애를 했던 너도 대단한 여자야.”


“훌쩍...”


맬리건은 아우스의 품에 안겨 그의 온기를 느끼며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우스는 그런 그녀 보다도 내일 당장 있을 탑과 스킬러 사장의 만남이 더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침실.


스킬러는 자신 밑에 누워 솟아 오른 두 가슴을 탐하면서 힘차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시에라의 가냘픈 신음 소리가 스킬러를 더욱 흥분시키게 만들고 절정에 달한 스킬러는 주저 없이 그대로 사정을 해버린다.


그러고는 입술을 갖다 대어 서로의 혀와 함께 휘감으며 더욱더 밀착하여 그녀의 육체 본연의 모습을 느끼고 향기를 탐하였다.



한참 후, 지친 스킬러는 몸으로, 서로가 땀투성이인 것도 신경쓰지 않은채 그대로 땀에 젖은 시에라의 가슴을 어린아이 처럼 빨기 시작했다.


“으읏,”


한참을 시에라의 몸에 자극을 주면서 장난을 치던 스킬러는 방전 된 듯이 그것을 그만두었다.


”헉… 헉… 오늘도 좋았네… 시에라…“


”…네“


시에라도 힘이 없다는 듯 대답을 한다.


스킬러는 엎드려서 졸린 눈으로 고개만 살짝 돌려 시에라를 바라 본다. 상기된 시에라는 희미하게 피어 오르는 뭉게 구름 사이에서 옳 곧게 누워 있었다.


체력 회복이 필요하다 생각한 스킬러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가 물 두 컵을 따라 온다. 그리고 그 중 한 잔은 시에라에게 건네 주면서 한 잔은 목 마른 듯 벌컥 벌컥 들이킨다.


시에라도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아 그가 따라 준 물을 마신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 매혹된 스킬러는 시에라에 옆에 앉아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내린다.


“시에라, 어머니의 수술은 어떻게 되었어?”


“네, 덕분에 무사히…“


”그래,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건 수술 후의 입원비 뿐인가?“


”네…“


시에라는 평상시와는 다른 약한 모습을 보인다. 스킬러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었다.


“그래, 그럼 마지막 입원비를 청구서가 나오면 가져오도록 해. 그 것을 지불하는 날을 마지막 밤으로 하면 되겠군.”


스킬러는 약간의 미련이 남는 아쉬움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꺼냈고 시에라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 한다.



잠시 동안의 침묵을 스킬러가 견디지 못하여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시에라가 먼저 말을 꺼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 사장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문자? 어디서 온거지?”


“로이크 입니다. 내일 탑이라는 사람이 예정대로 오전 10시 경에 방문한다 합니다.”


“아 그렇군…”


스킬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뒤로 벌러덩 눕는다. 잠시 동안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누워서 질문을 한다.


“시에라, 자선활동 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에라는 앉아서 고개만 살짝 돌려서 스킬로는 바라 보고 질문에 답한다.


“기부하는 것은 찬성입니다. 기부금을 신고하면 그 액수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회사 신용도와 이미지도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다만?”


“아직 그 탑이라는 사람의 신용적인 문제와 그리고 기부하는 금액의 문제겠지요.”


스킬로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을 한다.


”… 시에라, 나는... 금액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네. 많은 돈이든, 적은 돈이든. 물론 탑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직접 만나 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가 자네나 로이크, 이자벨라와도 같이 사람의 됨됨이가 된다면, 나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시에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오히려 스킬러는 돈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이고 자신이 더욱 돈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럼 예정대로 내일은 오전에 탑과 면접, 그리고 점심에 탐정과 식사, 저녁에는 정계쪽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아, 그래 자네 일도 바쁠텐데 미안하네. 내일은 하루 종일 동행을 해주게.“



스킬러는 나름 기대를 하고 있다. 로이크의 설명만 들었을 뿐이지만 탑이라는 청년은 제법 괜찮은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잠자리에 누웠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로이크는 잠자리에 들지 않고 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 핸드드립 캔 커피는 오늘 퇴근 후 이자벨라 가게에서 잠시 일을 도와주고 받은 것이다.



오늘 하루는 평소보다 매우 길게 느껴 졌다. 하루 동안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에는 직장동료들과 첫 단체 식사.

그리고 장사를 마치고 퇴근 후 이자벨라의 커피샵 방문. 이자벨라는 점심 일 때문인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일을 도와주며 달래주었다. 

그리고서 다시 친구들과의 식사 약속 장소로 이동.


취직 후 약 한 달만에 보는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서프라이즈로 깜짝 놀라서 울음을 터트린 탑. 평상시라면 이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날 일이 없는 드라마틱한 하루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로이크는 TV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뉴스에는 오늘의 무장 시위 내용이 정확히 보도 되지 않았다.


또한 로이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주변 인물


매우 가까이에 마의서 1권의 주인과 2권의 주인.


그리고 오늘 스쳐지나간 3권을 소유한 자.



그와 비슷하게 매우 가까이에 마의서를 가진 자들이 있는 피닉스 탑 튜니스.




두 남자는 지금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의 중심부 서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이다.









20. 겸허한 자들



같은 날, 늦은 밤. DT지역의 한 저택 안에서의 일이다.


이제 곧 환갑이 되어가는 정치계의 거물 안드릭스 상원의원의 집.


지금 그 앞에 세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남자는 수사국 국장. 또 다른 한 남자는 정보국 국장. 그리고 마지막 한 남자는 특수 진압대 소장.


세 남자는 안드릭스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야이 미친 것들아! 돈을 얼마나 들이 붓는데 이 지랄이야?“


안드릭스는 재떨이를 바닥에 내 팽겨쳤다. 유리로 된 재떨이는 그대로 바닥에서 깨져버리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면목이 없습니다.“


특수 진압대의 소장이 말 문을 연다.




그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단 하나. 오늘 낮에 있었던 DT지역의 시위 때문이다.


정확히는 시위 진압대가 정체 불명의 남자 한 명에게 전멸을 한 것. 살아서 항복한 자가 한 명 있긴 하지만, 아무도 기지로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그 부대 전체가 리타이어. 덕분에 특수 진압대는 오늘 난리가 났다.


“야 임마! 너네 특수 진압대는 전세계 어딜가도! 어떤 전쟁 지역에서도! 임무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괜히! 그 비싼 장비를 몸에 액세서리 처럼 달아 준 게 아니야!!!”



그렇다. 무장 했던 시위대의 숫자가 훨씬 많았기는 했지만, 시위 진압대의 대원들은 얼굴부터 발 끝 까지 특수 제작된 방호복을 입고 있다. 방탄과 폭발에 내성을 갖추고 있으며 양자컴퓨터 칩이 내장된 헬멧. 모래 입자를 모방한 티타늄 합금실로 방탄, 방검 능력이 뛰어나며 가볍고 튼튼한 방어조끼. 화기와 폭발을 다루기 때문에 내열처리가 뛰어난 소방복을 개조한 군복. 등과 허리를 받쳐주며 다리까지 이어진 강화 플라스틱 합금으로 형성된 외골격 프레임을 장착하여 기동력까지 뛰어나다.


외골격 프레임은 단순한 대원의 육체 기능 강화 보호 뿐만 아니라 등 쪽에 달린 배면에 달린 양자 컴퓨터와 위성 통신 기능이 있는 단말기로 실시간 연산 처리 기능과 통신 기능을 내제하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헬멧 반사 프레임에 표기하여 대원의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 향상에 도움을 주며, 전투 장면을 그대로 메인 부대 정보실로 전송하여 본부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명령을 송수신 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알 수가 있었다. 이번 부대가 그 남자에게 참패한 것을. 모두가 전멸을 하게 된 이유를 본부에서는 모니터 너머로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니들이! 엉?! 최첨단 무장을 하고서 출동을 하면 뭐해?!! 고작 무술 배운 놈 하나! 그 새끼를 잡지를 못해서 일을 이 지경을 만들어?!!“


”죄송합니다. 즉각 피드백을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영은 무슨! 당장 시말서 써서 올려!”


안드릭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변명의 의지는 받지 않겠다는 듯한 강한 표현을 주장했다.


특수 진압대 소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사국! 너 이새꺄! 아무리 이번에 보낸 놈이 말단 하급 요원라도 해도 특수대 파견 가면 대장 아니냐?! 엉?! 근데 어떤 애 새끼를 쳐 보내놔서 부대가 전멸을 하게 만들어?!! 그 부대 대장이 미친 것아!!! 니들이 보낸 요원이라고!! 요원 관리 똑바로 못하냐?!!”


수사국 국장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정보국 미친 것들아!! 니들도 똑같아!! 또라이 약쟁이 하나 못 잡아서 아프리카 뒤따라 다니다가 요원 잃고!! 미친 비행기는 또 왜 추락시켰어?!! 국제문제 간섭으로 일이 얼마나 커지는지 알아?!! 니들이 지금 전부 제정신이야?!!”


“죄송합니다...”


정보국 국장도 그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였다. 하지만 안드릭스는 그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죄송은 얼어죽을!! 일을 그딴식으로 해놓고 죄송하다 하면!! 길가에 초등학생도 니들 앉아 있는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어!! 셋 다 실직하고 싶냐?!! 나가 뒤지고 싶어?!!!”


성을 고래고래 지르며 분노 때문에 얼굴에 혈관이 터질 것 같은 안드릭스를 그의 비서가 진정시켰다.


“선생님, 진정 하시지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안정제 입니다. 이 것을 드시지요.”


비서는 음료를 의원에게 건네주었도 안드릭스는 그 것을 벌컥 들이키고 잔을 책상 위에 거칠게 내려 놓는다.


그리고 크게 심 호흡을 하고는 화를 억누르고 말을 꺼낸다.





“후우… 셋 다 물러 가. 당분간 지켜 볼테니, 그리고 소장은 이후 진압 때마다 등록된 장갑차량 출동 시켜.“


”아니, 의원님 그건…“


”미친놈이 하라면 하랄 것이지 뭘 그리 말이 많아?! 너네 때문에 내가 그 반대파 더빈 의원을 보고서 할 말이 없어진다 새끼들아!!“


더빈 상원의원은 아드릭스 상원의원의 최대의 라이벌이다. 그 하나만 없었다면 이미 자신은 아메리카 연방의 대통령 보다 더 높은 권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실했기 때문이다.



”아니, 네…“


그리고 두 국장과 소장은 소리를 죽이고 빠른 걸음으로 저택에서 빠져나간다.



시종일관을 지켜보고 있던 비서는 의원의 비위를 맞추 듯 말을 건넨다.


”덜 떨어진 정부 요원들 때문에 선생님께서 참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래, 이 새끼들 뒷바라지 해주는 것도 다 큰일이란 말이지. 도무지 하루라도 멀쩡하게 일을 처리하는 날이 없어. 내일 우리 파벌 의원들 전부 소집시켜.“


”그러실 것 같아서 이미 내일 아침 10시에 회의실로 소집하라도 연락을 취했습니다. 주제넘게 먼저 나서서 죄송합니다."


"후후훗, 아니, 역시나. 내가 사장 믿고 있는 사람 다워. 말 안해도 일처리가 아~주 깔끔해. 저 세 놈다 자네 밑에서 보고 배워야 겠어."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의 노고를 풀기 위해서 선생님의 땀을 딲아 드릴 여자들을 준비 했습니다.“


”오! 역시, 내가 지금 피곤하다는 것을 자~알 알고 있어.“


”지난번에 납치해 온 여대생 4명입니다. 이미 약물로 공격성을 떨어트린 상태 입니다. 저항은 하려 하겠지만 온순합니다.“


”그래, 그래. 아주 좋아. 내가 직접 조교를 했어야 했는데… 후우.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나에게 발길질 했던 여자는 어떻게 했지?“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발목 인대를 끊어 놔서 도망조차 갈 수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지 지시만 내려 주십시오.“


”아니, 괜찮아. 자네를 믿으니깐. 그런 건방집 계집 가지고 놀던 갖다 버리던 알아서 하게.“


”알겠습니다.“


”후후후. 4명이나 상대 하려면 오늘 저녁은 약의 힘을 좀 빌려야 하겠구만.“


좀 전에 화를 크게 내던 모습과 다르게 아드릭스는 헤벌쭉한 표정으로 기쁜 듯 이야기를 하였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시 후 속옷 차림의 여성 4명이 그의 방으로 들어 왔다.


다들 얼굴에 겁을 먹고서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오호, 좋군. 좋아. 젊은 아이들은 역시 좋아. 하핫! 자, 내방으로 들어가도록 할까?“


아드릭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침소의 방문을 열고 여성을들 들어오게 하였다.


”아, 선생님. 괜찮다면, Mr.D의 문제나 특수 진압대의 문제, 아니면 아드님이 연루된 사건 문제 중 하나라도 제가 처리를 해서 선생님의 수고를 덜어드릴까요?“


여성들을 먼저 들여 보내고 뒤 따라 들어가려면 아드릭스가 멈춰서 고개를 흘깃 돌려서 비서에게 말한다.


“아, 그래. 셋 다 처리해도 상관 없네. 똑같은 말 계속 해서 뭐해. 난 자네를 믿고 있으니깐. 그럼 평소대로 알아서 부탁하지. 일은 끝나면 이야기 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럼 독자적인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좋은 밤이 되시길.“


아드릭스의 침소의 방문이 닫히고 잠시 후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으나 그 방의 방음처리 때문에 그 비명소리는 한 여름의 모기 소리와도 같았다.


비서는 만족하듯 웃으면서 핸드폰을 꺼내서 스케쥴과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었다.


‘그럼 우선은 특수 진압대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겠군. 이미 미디어 매체에게 입 단속은 시켜놨지만, 이대로 노출 되다간 아드릭스 파벌의 힘이 약화되고 더빈 파벌의 힘이 강세가 돼. 어떻게든 막아야 겠군.'


'그리고, Mr.D는 당분간 움직이지 않는 것 같더니 뒷 골목에서 무슨일인가를 꾸미고 있군. 그의 패밀리 이름이 소믈리에즈 였던가? 이건 이미 투입된 정부 요원들이 무언가 정보를 얻어 오는 것을 기대해야 겠어.'


'그리고 남은 것은 가장 문제인 아드릭스 의원의 차남 문제로군. 하필이면 허브약물과 총기 사건이 같이 맞물려서 이건… 처리하는게 시간이 한참 걸리겠어. 우선은 이 곳으로 불러들여서 사건이 소란스러워 지는 것을 억제해야 겠군. 이건 자칫하면 지금 다른 건수보다 더 큰일이 되겠어.’


한참을 고민하던 비서는 서재에서 나와 주방에서 물을 한 잔 마신다.




‘음, 그나저나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은 것은 확실하군. 던치 코건이 사망하여 그 세력의 분산.'


'그리고 정보국 지원 요원의 사망. 크로노 메일의 내용대로 였고, 시위 진압대를 제압한 초능력자의 내용도 그대로였어.'


'지금 시중에서 정부의 정보력으로도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CCTV와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서 정보력이 밀리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돼.'


'이 상황을 막아야해.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 초능력자가 아드릭스 의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아니, 오히려 그대로 더빈 의원을 노린다면 좋을 것 같군.’


생각을 하면서 저택을 나와 바로 옆 별관으로 들어간다. 비서는 이 곳에 자신의 방을 두고 있다.



그가 침실에 들어가자, 온 몸에 흉터가 있어 인대가 끊어진 여성이 끈으로 입을 틀여막힌 상태로 팔이 등 뒤로 묵여 있었다.


“읍…읍!!”


여성은 비서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내어 보지만 안타깝게도 입이 막혀있어서 제대로 된 소리르 낼 수 가 없었다.


’미디어 쪽은 우선 우리쪽 로비를 받은 기자를 이용해서 정보를 조작하고, 노출된 뉴스가 나온다면 어떻게든 제거를 해야겠군.' 


'그리고, 진압대 화력에 AI로봇이 투입된 장갑차가 출동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걸로는 확실하지 않아. 유독가스와 방사선 살포 기능이 있는 시가전 탱크를 투입해서 확실한 제압을 시켜야 겠어.' 


'이 참에 이 곳 DT지역에서 다분히 일어나는 시위도 본보기로서 한번 제대로 정리를 하는게 좋을 것 같군.‘


여성을 침대 위로 올려 놓은 비서는 그녀의 옷을 먼저 벗기고는 자신의 상의를 탈의 한다. 그리고 곧 이어 안경을 벗고 굶주린 한 늑대처럼 먹잇감을 바라 보았다.



’그래. 도전장을 던졌다면 받아 주어야지. 누군지를 모르겠지만, 일개 개인이 감히 정부의 힘을 가진 권력자에게 대항하여 하다니… 사회적 약자 주제에 권력의 피라미드에 금을 내려하다니!!‘


여성은 비명을 지르지는 못해서 눈물로 울부짖고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두번다시 넘보지 못할 강력한 권위를 보여주어야 겠군. 벌레들을 전부 불태울 필요가 있어.’


비서는 본인의 내면에 타오르는 분노를 전혀 관계 없는 피해자 여성에게 분풀이를 하였다.







이튿날 DT 지역에서 여자 몇 명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뉴스는 잘 안 팔리는 신문의 한 줄 거리 뉴스로만 내보내졌다.


2022-12-05

마의 서 - 13 페이지 [시위, 작은 모임]

 마의 서


13 페이지



17. 시위





빠르게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로 팔을 감은 뒤 짙은 붉은색 계열의 셔츠로 갈아입은 레즈넥은 욱신거리는 팔의 고통을 참기 위해서 진정제 몇 알을 입에 머금고 물을 마신다.


크리스와 노벤 또한 각자 피가 묻어 있는 옷을 갈아 입고 말끔하게 몸을 단정히 한 뒤 먼저 집에서 나온다.


그리고 혼자 늦게 귀가한 우치야마에게 옷 갈아 입고 나오라 재촉하고, 이내 같이 나온 레즈넥과 우치야마를 데리고 차에 탄다.


“어, 뭐야? 차가 바뀌었어?”


라고 하는 우치야마를 무시한 채로 크리스는 아무 말 없이 운전을 한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레즈넥은 쓰라린 팔의 고통을 참으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방 리더인 탑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P. 탑


본명은 피닉스 탑 튜니스. 성은 튜니스이며, 피닉스 탑이 아버지가 지은 본명이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꿋꿋이 다시 일어서라는 의미로서 피닉스 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릴 때는 이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으나, 본성이 착하여 주변에서 그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 사고가 있었는데, 한 밤 중 옆 집 화재가 크게 번져 집이 불타 올랐고, 사고로 인해 오른쪽 얼굴에 큰 화상과 상처를 입었으며, 왼쪽 팔과 허리 쪽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구조 대원이 그를 어찌 구하긴 했으나 그를 구한 구조 대원도 오른발을 부상 당하였다.


엎친데 덮쳐서 부모님도 집 안에서 구조 대원들이 구출은 했으나, 아버지는 산소 결핍으로 질식사, 어머니 또한 산소 결핍으로 인해 뇌세포가 큰 손상을 받아 장애 판정을 받았으며, 집안에서 유일하게 무사했던 것은 그날 밤 늦게 까지 돌아다니며 비행을 하던 그의 형, 하나 뿐이었다.




그것은 탑 가족의 비극이었다. 형은 그대로 가출하였고, 어머니는 요양 시설,  탑은 아동 보호 시설에 맡겨진다. 이후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며 잡 일거리를 하면서 생활을 하였지만 한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탑은 지금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도 면접을 진행 하였으며, 오전에 면접을 보고 현재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으음…”


두 명의 면접관은 탑이 가져온 서류를 보고 있었다.

학력 증명서와 이력이 적혀 있으며, 지금까지 해왔던 다양한 봉사활동 자료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력서의 내용은 몇 글자 되지 않지만 반대로 수십 배에 달하는 봉사 활동 자료는 놀라운 따름이다.


그러나 두 면접관은 그 봉사 활동 자료를 꼼꼼히 읽지 않고서 종이를 빠르게 파라락 거리면서 넘겨본다.


그 들은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탑이 살면서 올바르게 신앙심과 도덕심을 갖고 자신의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봉사 활동으로 선행을 쌓아 왔지만 그것은 그 들이게 아무런 메리트가 없었다.


늙은 남성 면접관은 그의 이력은 볼 품이 없지만 다수의 봉사 활동 경력은 그럼에도 사람의 기본 됨됨이를 받쳐주는 매력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뜻 채용은 못 주더라도 다른 채용 인원이 없다면 우선적인 차기 채용 후보로 넣을 의향은 있었다.


또 다른 면접관인 중년 여성은 그와는 다른 생각이다. 봉사 활동을 둘째 치고 그에게는 경력과 기술이 없다.


분명 밑 선에서 서류 심사 때 봉사 활동에 가산점이 붙어서 올라 왔겠지. 그리 생각하며 사회 초년생인 것을 감안 하더라도 관련된 전공도 아니며, 학생 당시 수상했던 이력도 없고, 성적도 최상위 권이 아니다.


몇 몇 성적이 우수해서 두어번 장학금을 탄 기록은 있지만 그 외에는 극히 평범하다고 보았다. 더구나 얼굴에는 화상으로 인한 큰 흉터, 미약하지만 낮은 등급의 장애 판정. 그리고 첫 인상을 보았을 때 그에게 느껴지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없다.


다른 면접자가 몇 더 있기는 하지만 이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논외.


결국 탑은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라는 전형적인 인사말과 함께 면접관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나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상에 모든 울분을 내면에서 힘껏 토해 외쳐내는 그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터벅터벅 힘 없이 걸어가는 그는 마치 고민하는 좀비 와도 같이 맥 없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 여성 면접관이 보았던 자신감과 당당함이 없다는 느낌은 정확한 것 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둘 다 허탕. 오늘로 대체 몇 번째냐.


하루를 빠지지 않고 면접, 면접, 면접, 면접…


어느 날은 한번 인가 하면 많은 날은 3번도 면접을 보러 간다. 가끔 씩 비어 있는 날도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또 다시 다른 면접 원서를 지원하고 서류를 준비한다.




그가 쓴 이력서 종이만 해도 대체 몇 장일까? 이력서에 내용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패턴이 외워질 정도이다.


이름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상세 프로필과 경력, 졸업한 학력과 수상 경력 등 빠짐 없이 써 나가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프린터기 흑색 토너는 3번이 넘게 바꾼 것 같다. 그 이력서와 별게로 봉사 활동 관련으로 서류를 한번에 10장이 넘게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십 번이고 면접에서 퇴짜를 먹으면 사람에 멘탈에 금이 가기 마련이다.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정신적 불안감을 느끼며, 문자가 올 때 마다 왠지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근래에는 밤마다 쉽게 잠이 들지 못하여 신경성 불면증 장애까지 찾아 왔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나름 다들 좋게 취직하여 사회 생활하고 있다.


생활비를 혼자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몇 달 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고, 그리고 한 달 간 열심히 면접 활동, 다시 몇 달 간 아르바이트… 


중간 중간 주말이나 시간이 되면 빠지지 않고 봉사 활동과 자선 활동 모임을 하기 위해 돌아다닌다.


대학 졸업 후 이런 식으로 생활을 한지 어연 4년이 넘어간다.


혼자서는 집세 감당이 힘들기 때문에 모은 돈으로 집을 빌리고 후배들을 데려다가 각자의 월세를 걷어서 그것으로 충당을 한다.







‘…그만 둘까, 전부 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한다. 그는 한때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가출했던 형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도로변 길을 걷다가 잠시 골목이 있는 모퉁이에서 멈춰선 탑은 주머니에서 담배 케이스 2개를 꺼낸다. 무엇을 필지 잠시 고민을 하다 그 중 일반 담배를 주머니에 넣고, 알콜 담배 케이스에서 한 개비 꺼내에 왼쪽 입술 사이에 끼워 넣는다. 


한 톨의 작디 작은 지포 라이터의 불 빛은 고요히 소리 없이 단정한 모습으로 타오르며, 부드럽게 알콜 담배 앞 머리의 담뱃닢을 고온으로 불씨 지른다.


동시에 연기를 깊게 빨아 들이자 고형 알콜이 녹아 들며 담배 연기와 함께 같이 그의 몸으로 따스히 스며 들어온다.


도저히 취하지 않고서는 이 울분을 무덤덤히 흘려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혼자서 알콜에 취해 담배를 피는 탑은 이러한 저러한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 본다.





시간이 좀 지나 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앞발로 불씨를 끄려고 짓눌러 비비적 거리다가 바닥에 구겨져 버려있는 시위 관련 전단지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것을 줍지 않고 접혀져 있는 부분에서 보이는 부분만 물끄러미 들여다 본다.


[쟁취하여야 한다! 더 이상, 상류층에 독단을...]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자신도 그것에 동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처참한 발걸음의 무게를 느낀다. 


한 발자국은 후회, 한 발자국은 체념, 한 발자국은 우울, 한 발자국은 원망, 한 발자국은 망상…


무거운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점점 주변의 소리는 차단 되는 곳 같았다. 자신의 발걸음 소리까지 음소거가 되자 마치 주변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내 이름이 싫다, 너무 싫다. 그 때부터 쭈욱 생각 해왔다.

피닉스 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은 화재를 격고 살아 돌아 온 것인가? 부모님은 무사하지 못 했다. 그건 자신 때문이라 생각했다. 탑이라는 이름대로 정상에 서진 못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싫었다. 그날 집에 돌아 오지 않은 형 또한 원망스럽다. 어디로 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원망스러웠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머리 속에서 푸념을 늘어놓고 정리하고 누군가를 탓하며 자책하고, 풀리지 않는 후회를 반복하다가 급하게 소변이 마려워졌다.


아직 취기가 묻어 있는 발걸음을 다시 내밀어 급히 주변에 화장실을 찾는다. 주변에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2블럭 너머에 있는 공원가로 가기로 한다.


허나 소변을 결국 참치 못하여 골목에서 나가기도 전에 쓰레기통 옆에서 급히 노상방뇨를 한다.




사람에 몸의 독소는 배설물과 함께 조금씩 차출이 된다. 그렇게 체내에 알콜이 조금 빠지고 나서, 탑은 정신을 조금 차리게 된다.


아직 한겨울의 추위가 가시지 않아 찬 바람이 그를 매섭게 매몰아치는 것 같았다. 찬 바람에 탑은 이제 온전한 정신을 차리게 되고, 급히 폰을 꺼내서 확인한다.



- 15:35


한 시간 반 후에 같은 방 후배들과 만날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두 시간 후에는 친구들과 만날 약속도 하였다.


약간 시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열어 보았다.


들어 있는 돈은 $4.80. 이것이 현재 그의 전재산이다.


슬슬 돈이 다 떨어졌고, 자신의 은행 잔고는 집세를 내면 남는 돈이 더 이상 없다.


크게 한 숨을 쉬면서 커피 한잔 마실 여유 조차 없다고 생각한 탑은 공원에 잠시 앉아서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공원으로 가는 길가는 소란스럽다. 한 무리의 시위 집단이 각자 피켓을 들고 무기로 무장한 채 시위 행진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랑은 다르게 문득, 탑은 그들의 외치는 구호를 관심 있게 들어 보았다.




”다 죽어간다!! 다 죽어가!! 서민들은 다 죽어가고 있다!!!“


”고위층의 독점으로 서민들은 다 죽어간다!!”


“부패한 재산 증진법으로 서민들을 착복하는 정부를 몰아내야 한다!!”


“여러분!! 모두 무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굶어 죽일 것 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탄압해 죽일 것 입니다!!”


“우리가 몰아내야 한다!!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속여 사기 치는 정치 사기꾼들을 우리가 몰아내야 한다!!”


앞서 있는 몇 몇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하고 있고, 뒤 따라 사람들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 우렁찬 목소리와 그들에 기세에 그것을 어디선가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그 무리에 합류하여 같이 행진을 한다.




무장 시위. 


어렵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근래에 들어 더욱 자주 보이는 것 같다.


탑은 정치에 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 하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이 최근에 도가 넘은 세금 착복 관련으로 시끄럽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뉴스에서 들어본 바에 의하면 세금 증진법이란 법안은 돈이 많은 자산가들의 세금 감면과 좀 더 쉬운 탈세를 위한 부패 된 법안이라 하는 것 같았다.


대기업과 자산가들의 재산을 불려서 경제위기를 완화 시키고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벗어나자고 아마 뉴스에서 그렇게 보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심한 저항이 일어났고, 자산가들의 세금 감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더욱 높은 세금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탑은 총을 살 돈 조차 없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그 행진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당장 총기가 있더라도 무장 시위에 참여하여 경찰들과 대립하고 목숨을 걸고서 전쟁을 할 용기는 없었다.


무장 시위 때마다 행진을 막기 위해서 정부 측에선 경찰과 시위 진압대를 파견한다. 당연히 시위대는 총기를 보유하였기 때문에 그것으로 반격을 하며, 그것은 마치 현대 시가 전을 방불케하는 전쟁과도 같았다.


그렇다. 현세의 정부는 국가 간의 전쟁을 하지 않는다. 상류층의 인간들이 일반 시민들과 돈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피해는 시위 층이 막심하다. 정부의 무장의 레벨 때문이다.


경찰들도 자신들의 목숨을 걸어야 하고 때로는 그 진압 해야할 시위꾼들이 가까운 이웃이거나, 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사람들도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진압에 나서진 않는다.


그렇지만 상류층이 직접 투입 시키는 시위 진압대는 그렇지 않다.


최첨단 하이테크의 무장을 한 대원들이 강력한 화기와 로봇 군사들이 투입이 된다.


이번에도 시위 행진 중에 무력 진압을 위해서 시위 진입대가 이곳을 강습하는 것은 그리 늦지 않았다.


탑은 그것을 보고서 공원 쪽으로 달려가서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핸드폰의 확대 카메라를 통해서 숨죽이고 그것을 지켜 본다.


시위대들은 각자 엄폐하여 시위 진압대를 향해서 총기 난사를 시작한다.



화약 탄창이 폭발하는 연사 소리와 함께 주변 건물들은 총기 탄착 구멍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유리 창들은 총알 한 두발에 쉽게 깨져나가고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수십발… 아니 수 백발의 사격으로 무장 시위대들은 하나 둘 씩 쓰러져 나가고 반격하는 시위 진압대의 대원들도 하나 둘 씩 쓰러져 나간다.


숫자는 시위 진압대가 훨씬 부족하지만 쓰러져 나가는 숫자는 시위대 쪽이 압도적으로 더 빠르다.


시위대와 다르게 시위 진압대는 마을 피해의 최소화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더 빠른 진압을 위해서 그들은 도중에 화력 무기를 사용한다. 유탄을 발사해 여기 저기서 폭발이 일어나고 로켓 런쳐를 발사해 시위대가 몰려 있는 지점에서 커다란 화염 폭발이 일어난다.


순간적으로 샛노란 폭발과 함께 사람들의 몸은 불 타버거나 팔다리가 찢어져 뜯겨 날아가 버린다.


방금의 큰 폭발로 시위대가 처음 몇 명이 있었고, 몇 명이 방금 폭발로 죽어 나간지 모른다.


저 뭉게뭉게 하늘로 타오르는 검은 연기가 그들의 영혼이 아닐까? 죽은 숫자 만큼 짙게 타오르는 연기는 매우 검고 넓게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것을 본 탑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과거, 화재 사고를 떠올린다. 그 때도 이렇게 짙은 검은 연기에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트라우마를 느낀 것이다.




시위대는 방금의 공격으로 전위를 상실한다. 여기저기서 시위대는 흩어져 도망을 가고, 일반 시민들은 그것을 보고 벌벌 떨거나 도망을 쳤으며, 탑도 마찬가지였다.


제자리에서 숨을 헉헉이며 이 곳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위 진압대는 흩어지는 시위대를 일일이 쫓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시위대 쪽을 사격하며 도망가는 시위대를 향해 총기 난사를 하며 한 명이라도 더 죽이려 든다.


싸움이 되지 않는 학살이었다.


탑은 도망가려 했지만 벌벌 떨리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뉴스에선 시위 진압대가 가끔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처참히 시위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마무리가 된다. 오늘도 그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이다가 자신조차 그 사격의 대상이 될까 두려웠다. 빨리 벗어나려는 마음과 대조적이었다.


다른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행여나 시위 진압대가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숨어서 조마조마 마음을 움츠리고 있었다.


시위 진압대는 사격을 중단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더 이상 남아있는 세력은 없었을 것 같았다.


그렇다. 이번은 그들의 승리이다. 이번 뿐만이 아니고 자주 그리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원하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 우연히도 힘을 얻은 사람이다. 초인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수 많은 총알을 맞고도 상처 하나 없을 수 있다면? 폭발 속에서도 머리카락 한 올 불타지 않을 수 있다면? 수 많은 사람들을 쉽게 학살하는 무기를 가진 자에게서 굴하지 않고 더욱 쉽게 이기려면?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전술 병기를 쓰지 않는다면 불가능 하다. 공상 속에 만화 영웅이 아니라면.


그래서 그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 공상 속의 영웅이 되기로 한다.




시위 진압대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무기를 내려 정리를 하고 이 곳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곳에서 그 남자를 발견한다.


그 수상한 정체불명의 남자는 검은 업화의 불길 속 연기 안에서 타오르는 재와 함께 나타났다.


청바지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서 선글라스를 쓴 금발의 남자는 그 곳에 서 있었다.




"여어, 무차별 학살은 재미가 있었나?"


남자는 멀리서 그를 지켜 보는 시위 진압대를 향해 말을 내 던졌다.


대원들은 아무 말 없이 남자를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묵묵히 무언의 손짓으로 그에게 사격을 지시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거칠 것 없는 사격으로 가죽 재킷의 남자를 공격한다.


그렇지만 남자는 화려한 손 짓으로 허공을 휘두르며 사격 해 오는 방향에서 총알을 막아 내는 것 같았다.


드르륵 거리는 사격 소리와 상반되게 희미하게 팅팅 거리며 쇳조각이 팅겨나가는 소리, 그리고 벽과 바닥 쪽에서는 타닥거리며 팅겨 나간 총알 박히는 소리가 퍼진다.




그는 무수하고 수려한 손 짓으로 총알을 팅겨내고 있었고, 시위 진압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것을 보더니 사격을 중단한다.


곧이어 좀 전에 사용했던 로켓 런처를 다시 꺼낸 시위 진압대는 그것을 가죽 재킷의 남자를 향해 일말의 주저 없이 발사 하였다.


“이런, 내가 지금 사람을 상대 하는건지 괴물을 상대 하는건지 모르겠군.”


날아오는 로켓을 살며시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뒤로 재끼면서 그것을 피한다. 그와 동시에 왼팔로 로켓을 낚아 채고 곧바로 몸의 축을 반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리면서 그 로켓을 그대로 시위 진압대에게 던져 돌려 준다.


시위 진압대는 그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기도 전에 펑 소리와 함께 그들의 사격 포진이 붕괴된다.


아까와 같은 폭발 음과 함께 그들이 입고 있던 특수 방탄 보호복들이 찢겨 나가며 마찬가지로 그들의 팔다리가 뜯어져 나가며 불타오른다.


“우와, 이거 백린탄아냐? 불길이 끊어지질 않네. 너희 특수 부대는 민간인을 상대로 이런 비인도적인 무기를 사용하나?”




그 폭발과 함께 풍압에 밀려나가 뒤로 넘어진 시위 진압대 몇 명이 몸을 추스르며 일어난다. 그 곳에는 방금 폭발로 인해 흩어진 동료들의 찢겨 떨어진 시체 조각들이 있었다.


평상시에도 자주 시위대의 끔찍한 시체를 보는 이들은 지레 겁을 먹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수 많은 동료들의 시체였기에 얘기가 달랐다.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가죽 재킷 남자는 화염 연기를 뚫고 이미 눈 앞에 다가 와 있었다. 마치 불타는 화염 속의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고 남자는 주저 없이 시위 진압대 대원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놀림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쇼트트랙 러닝 선수 들 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달려가 복싱 선수들 보다 빠른 수차례의 펀치로 요원들을 가격하자 그들이 흉부에 차고 있던 보호구가 터지고 깨져버린다. 


순간적으로 어깨를 가격당한 대원은 탈골이 되었는지 비명을 지른다.


지금까지 무덤덤하게 침묵을 지키며 민간인을 죽이던 그들에게 나온 첫번째 목소리 이다.


”오, 너네도 입을 열 수 있는 생물이었구나. 무슨 기계인 줄 알았네.“


담백한 펀치를 날려서 대원의 헬멧을 가격하자 헬멧은 안쪽으로 깨지면서 안면부 에서 피가 터져 나오면서 대원은 쓰러진다.


시위 진압대들은 그것을 보고 한번에 눈치 챈다. 그 가격으로 머리가 깨져 죽었다는 것을.


”아, 재미가 없네. 심심한데 세 명만 살려 줄까? 무기를 버리고 살려주세요 하면서 항복하는 놈 선착순 세 명. 나머지는 전부 죽인다.“


이미 몇 명의 대원들은 사망하였고, 말을 하던 도중에도 가죽 재킷의 남자는 대원들을 폭행하고 있었다.



한 대원이 그 것을 듣고 외친다.


”사, 살려주세요!!!“


그러면서 곧장 무기를 바닥에 팽겨 치고 두 손을 든다.


”어이! 너 제정신이냐?!“


한 대원이 그 것을 보고서 항복 하려는 대원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 대원은 곧 이어 가죽 재킷 남자의 펀치로 두 번 다시 입을 열지 못하게 되었다.


”으아아악!!“


몇 몇의 대원들이 뒤를 돌아 냅다 뛰기 시작하였다.


가죽 재킷의 남자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시위 진압대의 무기를 들고 도망가는 대원들에게 발사를 한다.


퐁, 퐁 소리와 함께 유탄이 곡사로 날아가 바닥에서 터진다.


”어? 이거 총이 아니네? 뭐가 날아가서 터지는데?“


몇 발을 더 발사하여 정확히 도망가던 요원들을 정확히 명중 시켜 그들이 폭사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러나 그 중 한 명은 살아서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도망을 가고 있었다.


유탄 발사기는 잔탄이 더 없는지 방아쇠를 당겨도 발사되지 않았다.


”으음, 도망치는건 용납할 수 없지.“


그러더니 가죽 재킷 남자는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하면서 기합을 넣는다.


그리고 연이어 그는 도망가는 자를 향해 기합을 담아 정권을 지르고, 그 것에 응한 것처럼 커다란 풍압이 발생하여 날아간다. 그 풍압은 도망가던 대원에게 닿자 대원의 몸이 부풀면서 폭발하여 사지가 핏물과 함께 터져버린다.



잠시 후 그 소규모 전쟁 지역에는 사지가 온전치 못한 시체들이 길거리에 나 뒹굴었다.


그 곳에서 살아 남은 자는 가죽 재킷의 남자, 그리고 가장 먼저 항복을 하려던 대원, 단 둘이었다.


“앗, 세 명 은 살려 준다고 했는데, 내 정신 좀 봐... 한 명만 살아 남았네? 힘 조절을 할 껄 그랬어.“









18. 작은 모임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

한 달에 한 번씩 탑은 쉐어 하우스 후배들, 몇 몇 사람들과 함께 자선 사업 모임을 갖는다. 오늘은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집안이 어렵거나 부모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과자나 선물을 전달해주고 같이 게임이나 레크레이션 등으로 놀아주는 모임이다.


노벤과 후배들이 이미 그 교회 앞에 도착해 있었고, 나중에 도착한 탑은 그들에게 인사 후 바로 말을 꺼냈다.


“미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그러는데… 집세를 각자 $1 씩 더 내자.”


만나자 마자 돈 이야기를 꺼내자 레즈넥은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한다. 그리고 팔의 상처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땀 한 방울을 흘리면서 말한다.


”… 아 뭐, 우린 상관 없어요."


늦게 합류하여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우치야마는 물끄러미 크리스와 레즈넥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고, 크리스는 그것에 응하듯이 우치야마에게 눈길을 주며 입을 삐죽이며 손바닥을 올렸다 내렸다.


개인 당 지불하는 방세는 이미 개인당 $13. 우치야마는 조금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레즈넥이 고개를 옆으로 두 번 흔들었고, 우치야마는 그것을 보고 잠자코 있었다.





노벤과 후배들은 별 다른 불만을 갖지 않고 탑에 의견에 반대를 하지 않았다.


"정말 미안해... 내 개인 사정 때문인데."


"아니요 괜찮아요. 탑 형. 뭐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이런 자선 활동에도 돈이 그냥 샘 솟는 건 아니니까요."


사정을 안다는 듯이 크리스가 입을 열었고 탑은 그로 인해 그마나 후배들에게 죄책감이 줄어 들었다.



탑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럭에 싣고 온 박스들을 다 같이 내려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소식을 미리 전달 받은 교회 목사와 수녀들이 반겨 주었고, 어린이들도 기뻐서 뛰어 나왔다.


탑과 후배들, 그리고 자선 활동에 참가한 사람은 짧은 시간이나마 그 물건들을 건네주고 기쁜 마음으로 자선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탑은 다시 급하게 다른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로이크가 갑자기 잡았던 약속이 있었기에 탑은 후배들과 자선 활동을 마치고서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혼자서 따로 움직였다.




이미 약속 장소에는 탑의 친구들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로이크. 탑은 아직이야?"


이미 테이블에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는 로이크와 맬리건을 발견한 아우스가 다가 오면서 인사를 했다.


"어 왔구나 아우스. 오랜만이야."


"으음~?, 아우스? 나도 여기 앉아 있다구~? 숙녀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게 매너가 아닐까~?"


맬리건이 자신을 자연스럽게 흘려넘긴 아우스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을 한다. 아우스는 그런 맬리건의 인사를 가볍게 받아 주고는 대화로 달려 붙는 그녀를 잠시 말리면서 로이크에게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래서, 내가 말했던 건은 어떻게 됐어?"


"퇴근 전에 스킬러 사장님께 이야기를 했어. 탑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것 같더라고. 내일 오전에 스케쥴이 빈다고 해서 가급적 오전 중에 만나보고 싶다고 하신다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거야? 나도 끼워 줘~"


맬리건이 궁금하 듯 물어보았지만 이번에는 로이크가 맬리건을 제지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맬리건 잠시만 기다려 줘. 지금 탑에 관해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야."


"그래, 스킬러 사장님이 탑을 만나 보겠다고 했다면 잘 된 일이야. 아직 탑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


"아 그래. 오늘 깜짝 인사로 놀래 켜 주려고. 작년 한해 동안 들어 좋은 일이 없었던 것 같으니."


"아앙, 둘이서만 이야기 하지 말고 나도 알기 쉽게 이야기 해줘~"


아우스가 앉아 있는 자리로 넘어온 맬리건이 끊질기게 달라 붙자 아우스는 말썽꾸러기 아이를 달래 듯 이야기 한다.


"맬리건 잘 들어. 이번에 내가 알게 된 스킬러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로이크를 면접 소개한 이야기는 알고 있지?"


"응, 응! 자알~ 알고 있지. 로이크는 거기서 면접에 합격! 그리고 벌써 한 달이 된거고, 탑은 아직도 불합격! 여기 저기 면접을 계속 다니는 거고."


"아니..."


로이크가 한심스럽다는 듯한 눈을 하고서 맬리건을 바라본다.


"일단 끝까지 들어. 내 생각에 로이크는 스펙이 어느 정도 있고, 개인의 비전도 어느 정도 안정된 궤도였으니 난 그가 면접에 합격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추천했지."


"응, 응."


맬리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우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벌써 너가 말한대로 약 한 달이 지났고, 로이크는 나름 스킬러 사장에게 신뢰도를 얻은 상태야."


"응, 응."


"그리고 우리 4명 중에서 지금 가장 힘든 것도 네 말대로 탑이지."


"응! 응!"


자기가 했던 말이 전부 맞았다는 듯이 맬리건이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탑은 말이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도덕심이 우수하고 선량한 사람이야. 본인의 독자적인 사업 기량이나 특별한 기술이 없을 뿐이지."


"음, 그건 그렇건 같기도."


"탑이 여기저기 자선 사업 활동이나 봉사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지? 그런데도 사회가 힘드니깐 선 뜻 그에게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없지. 거기서 스킬러 사장님이 그 자선 활동을 도왔으면 한다는 거지."


"아하, 그럼 로이크가 탑의 좋은 이야기를 해서 자선 활동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는 말이구나~?"


아우스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 로이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맬리건에게 한 마디를 더 붙인다.


"그래, 근데 아직 보조금 지원을 받는 다는 것은 확정은 아니야. 중요한 것은 내일 탑이 만나서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은 이제 탑이 그를 놀래켜 주는 일만 남았어"




"아하하, 뭐야~ 잘 된 일이잖아. 그러면~ 이 즐거운 이야기와 함께 저녁은 로이크가 쏘는거지?"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탑이 먹는 거는 대신 내줄 수는 있는데."


맬리건이 웃으며 꺼낸 이야기를 아우스는 차갑게 돌려주었다.


"야, 뭐라는거야? 여기 셋 중에서 제일 많이 버는 건 맬리건이잖아? 반대로 맬리건이 오늘 저녁 사야하는거 아냐?"


"엇?"


로이크도 아우스의 의견에 진지하게 동의하자 맬리건은 표정이 굳어버린다. 그녀는 설마 둘이서 자신을 공격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 지간이 조금 늦었지만 탑이 도착하였다.


잠시 후, 오늘 밤 이들에게는 각자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로이크는 조금 전의 이야기로 탑을 놀래켜 주는 것.


탑은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크게 울어버리는 것.


결국 상황에 휘말려 올해 첫 4인의 저녁을 사야하는 것은 맬리건의 몫.


한바탕 소란스러워지고 술 취한 친구들의 뒷 마무리를 하는 것은 이들의 리더 역인 아우스의 몫.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한 겨울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2022-11-21

마의 서 - 12 페이지 [미궁, 당당하고 활기 찬 발 걸음]

마의 서


12 페이지



 16.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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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4


수사국과 정보국에선 현재 난리가 났다. 던치 코건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다.


흡연실에 빌드래건은 한 동료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요원을 잠입 시킨게 탄로 난 것 같아.”


정보국 소속의 알브레드는 수첩을 들고 있는 왼손의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에을 긁적인다.


“그래서 요원은 어떻게 된거지?”


“던치 코건이 도주한 북 아프리카에, 정확히는 그가 도주처로 이용하려던 유물 조사팀에 배치했던 위장 파견 인원이 사고를 당했어. 원인과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현지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공항에서 비행기가 추락했다 하는군.“


”비행기 추락? 폭발 사고 였다던가?“


”아니, 아직 블랙박스는 확보하지 못 했네. 다만 관제탑에서 받은 연락으로 추정해보니 착륙 중 난기류에 휘말려 추락한 것 같더군.“


”음… 사건이 아니라 사고인가…“


”그래.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야. 아무래도 이번에 또 크로노메일을 의지해야 할 것 같아.“


”… 크로노 메일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아.“




빌드래건은 손에 들고 있던 캔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러고는 불편하다는 듯한 말투


”일단 우리쪽에서 받은 크로노 메일이 한 건 있어.“


”아, 그래? 내용은 뭔데.“


”음, 비싸게 주고 얻은 정보인데…“


알브레드는 덩치에 맞지 않게 앙증 맞은 윙크를 빌드래건에게 날린다. 그것을 본 빌드래건은 재수없다는 듯 받아들인다.


“아직 사실 검증이 된 건 아니다. 텍스트는 던치 코건 사망. 그리고 아메리카 연방 본토에 초능력자 무리의 습격.”


“던치 코건의 사망이라고?”


“아직 사실 확인이 된게 아니라니깐.”


“뭐, 크로노 메일로 보낸거니깐, 아마 맞겠지. 근데 초능력자 무리의 습격은 무슨 말이지?”


“그게 문제야. 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어.”


“그러게, 하다 못해 크로노 메일이 더 장문 송신이 가능하다면…”


“그걸 위해 돈이 그 만큼 들어가는 거니, 시간이 지나면 송신 텍스트 량이 늘어가겠지.”


“그럼 일단, 던치 코건 사망한 것을 전재로 조사를 계속하지. 북 아프리카에 추가 인원을 보내서 현지 조사를 해 봐야겠군.”


알브레드는 들고 있던 수첩에 들었던 이야기를 메모하기 시작한다.




“아, 그래. 그리고 그 가능하다면 초능력자에 관해서 좀 조사도 같이해줘. 이쪽에서도 뭔가 집히는게 있는지 찾아 볼테니.”


메모를 마치고 수첩을 셔츠 앞 주머니에 넣은 알브레드는 간략한 손 인사를 하고 흡연실에서 먼저 나간다.



-10:54


빌드래건은 현재 상황이 자신들의 손에서 벗어나 불길한 소용돌이 속에 잠식되어 흘러가는 것 처럼 느꼈다.





17. 당당하고 활기 찬 발 걸음


——————————————————




키닉스는 [마의 서]로 얻은 첫 번째 소원을 확인하기 위해서 조수들에게 몇 가지 테스트를 하였다.


자신의 첫 번째 소원인 남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정작 상대방이 그 말을 못 알아 먹으면 통하지 않는 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고 테스트를 통해서 이것이 만능적인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챈다.




한 작은 여관 방에서 키닉스와 클리커 둘 이서 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클리커 “그나마 그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승무원도 기장도 영어로 소통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라는 말이군.“


키닉스 ”그래, 그 또라이 새끼 때문에 비행기 하나 꼴아 박고 뒤진 것들이 한 둘이 아니야.“


클리커 ”방법이 좀 지나친게 아니었나?“


키닉스 ”킬킬, 말은 쉽게 하네. 정작 너도 그 새끼 잡는거 도우려고 추적기 써 놓고는.“


클리커 ”처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말 하는거다! 이미 나는 너와 한 팀인거니 불안 요소 제거하는 것에는 찬성이라고!”


키닉스 “호오 이 새끼가 금을 많이 챙기더니, 사람이 아주 적극적이야.”


키닉스는 가지고 있던 테니스 공을 벽에 튕기면서 캐치볼을 하며 이야기 한다.


클리커 “아직. 지금 5톤 화물 트럭을 잔뜩 불러서 싣고 있기는 한데, 아직도 다 못 실었어. 더구나 그 박사가 범위를 어떻게 잡은건지 모르겠지만 유물 구역 경계선 쪽으로 가면 흙이랑 모래금이랑 섞여있으니깐.


키닉스 “트럭 몇 대에 실었는데?”


클리커 “조수들이 삽으로 퍼서 실어 놓은 것만 벌써 18대째다. 아직 최소한 3대에서 5대는 더 실을 수 있을 것 같아.


키닉스 “와우, 미쳤군. 5톤 트럭으로 20대가 넘어간다구?! 좆 같은 불순물 같은게 섞여있고 유물 크기가 제각각 이라고 해도 녹이면 50톤은 그냥 넘겠어?! 하하하!”


클리커 “모래랑 돌로 된 것도 있어서 다 녹이면 실제 100톤 가까이 나올 수도 있어.”


키닉스 “그래, 어쨌든 다 너네들 가지라고 쳐 넘겼으니 그 것은 알아서 해라.”


클리커 “그래. 그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지? 지금 무엇보다도 우리 미래를 계획할 의무가 있어.“


키닉스 ”음 그래. 조금 냉정히 생각을 해보도록 하지.”


클리커 “아직 계획이 없는건가?”


키닉스 “난 너처럼 시간표 만들어서 인생 사는 놈이 아니라구, 클리커?”


클리커 “그럼 나도 조금 생각을 하지.”


키닉스 “아니 시발, 너는 여럿 생각 해놔. 내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클리커 ”넌, 정말!…“


키닉스와 클리커는 다음 행동의 목표를 정하기 위해서 각자 생각을 한다. 서로의 당면의 과제. 키닉스는 자신의 머리 만으로는 일을 능히 해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클리커를 필요로 하고 있다. 클리커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방적인 힘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둘의 관계는 어느 정도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클리커는 안정을 위해서 커피 포트에 물을 끓여서 키닉스와 자신의 차를 준비해서 꺼내 놓는다.


커피 테이블 위에 차를 올려 놓았지만 키닉스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했는디 키닉스가 먼저 와서 클리커에게 말을 건다.


키닉스 ”일단 대강 정리를 끝냈다. 일의 순서? 라기 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큰 목표를.“


클리커 ”그래 말해 봐.“


키닉스 ”망할 던치 코건은 죽었다. 그치만 코건은 일부 구역에서 허브 볼을 팔면서 돈이나 뒤로 빼돌리는 쥐새끼에 불과했지. 역시 탑을 노리려면 Mr.D와 싸워서 이겨야겠지.“


클리커 ”Mr.D… 그 이름을 입에 담을 자신이 있다는건가?“


키닉스 ”물론. 지금의 나는 명령을 따르게 하는 힘이 있다. 네 머리도 있고.“


클리커 ”그래, 테스트를 통해서 약점이 있다는 것도 파악을 했고."


키닉스 "그래, 소원에도 허점이 있다니, 그 시발같은 책이 진작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키닉스가 커피 테이블을 쿵하고 세게 내려치며 말을 한다.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찻 잔 안의 있는 차가 그 진동에 흔들리다 넘쳐 테이블 위로 조금 쏟아진다. 클리커는 그것을 흘겨 보고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찻 잔을 들면서 이야기 한다.


클리커 "욕은 나중에 하고, 하던 이야기 계속 해봐."


키닉스 "그리고! 수사국이다. 정보국은 몇 명 안되니깐 일단 냅두고, 수사국을 다 쳐 죽여야해."


클리커 "이봐, 키닉스... Mr.D도 도시 경찰들 보다 세력이 커. 그런데 거기에 국가 소속이면서, 정부 직속인 수사국을 건드리겠다고?"


키닉스 "이 지랄 같은 경찰은 국가 소속아니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도망가게 된 진짜 이유가 뭐지? 수사국이 코건과 그 간부들을 박살을 내서잖아!"


클리커 "그래, 그것 때문에 너랑 내가 운 좋게 발탁이 되어 임시 간부로 활동하고 있었거고."


키닉스 "흥 좆까라해. 나는 이게 아니었어도 결국 올라왔을 놈이라고!"


클리커 "블록의 견제가 없었다면 말이지."


찻 잔의 뜨거운 연기를 가볍게 호 불면서 후루룩 차를 마시는 클리커가 하는 말이 밉상으로 들리는 키닉스가 그를 사나운 인상으로 째려본다.




키닉스 "야, 코건도 블록도 이미 뒤졌어. 그 새끼들 이야기는 하지도 마."


클리커 "그래. 어쨌든 수사국도 공격 목표로 넣는다는 거군."


키닉스 "수사국은 뭔지 모르겠지만, 정보력이 너무 뛰어나. 무슨 비밀이 있는지 이 참에 파해쳐서 두번 다시 그 더러운 낯짝을 못 들게 해야겠어."


클리커 "그러고 보니, 도망간 녀석… 어쩌면 수사국이나 정보국 요원인지도 몰라."



키닉스 "…뭔가 짚이는게 있나?"



클리커 "…그냥, 감이란 거지."



키닉스 "그래, 어차피 뒤진 놈이니 알빠 아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 소원서를 더 찾는다."



클리커 "그… [마의 서]라고 하는 책을 말인가?"



키닉스 "책 같은거 읽는 취미는 없지만, 이 책엔 룰이 정해져 있어. 그 룰에 보면 이렇게 써있지."



~


11 소원으로 "서"의 규칙을 바꾸거나 "서"의 소유자를 바꿀 수 없다


12 "서의 주인"은 단 한 명만 존재 할 수 있으며, "서의 주인"이 존재하는데 또 다른 "서의 주인"이 생기게 되면 원래의 "서의 주인"은 자격을 잃고서 존재가 소멸하게 되며, "서의 주인"과 "서의 임시 소유자"가 공존하는데 "서의 주인"이 사흘 동안 "서"와 접촉하지 못하면 "서의 주인"은 존재가 소멸된다


13 "서의 주인"이 다른 "서"와 계약하여 복수의 "서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그 경우 그 "서"에 대한 "3가지 소원"을 추가로 얻게 된다


14 한번 빌어서 이룬 소원은 다시 소원을 빌어서 다른 소원으로 상쇄시키지 않는 한 영원히 세상에서 그 소원이 이루어진 채로 남는다


15 "서"는 모든 소원을 이루어 주고 난 후 "서의 주인"이 7주간 만족하는 경우 그 "서"는 세상에서 소멸하게 되며 모든 "서" 가 세상에서 소멸 후 한 세기가 지난 후 다시 "마의 서"는 세상 어딘가에서 그 존재가 부활한다






클리커 "… 이게 그…"



키닉스 "그래. 룰은 15번까지 있고, 그 박사가 갑자기 제거된 이유는 여기 12번에 있다.



클리커 "그렇군… 그래서 너가 우리에게 명령으로 이 [마의 서]를 만지지 못 하게 하는 것이군."



키닉스 "후훗. 나도 미치지 않았으니 쓸데 없는 리스크는 짊어 질 수 없지. 중요한 건 이 13번이다. 다른 책이 존재하고, 책을 얻으면 소원을 더 이룰 수 있지."



클리커 "그래, 앞 서 소원의 개수는 추가로 늘릴 수 없다고 표기 되어 있는데, [마의 서]를 주가로 얻는다면 소원을 더 이룰 수 있다는 말이군."


키닉스 "알겠냐? 키닉스. Mr.D 파벌 제거. 수사국의 전멸, 그리고 이 세 번째 목표!"


클리커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의 서]를 추가로 얻는다."


클리커는 찻 잔을 내려 놓는다. 앞의 두 이야기는 자살과도 같은 이야기이지만 세 번째 목표는 격이 다르다. 추가로 [마의 서]가 있다면, 혹시 그 중 하나라도 자신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지금의 키닉스와 같이 신이 내린 동일한 힘을 얻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Mr.D이든, 수사국이든 정보국이든, 아니 경찰들이 전부 적이 된다고 해도, 이 힘을 이용하면 역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클리커는 플랜을 즉시 수정해야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클리커 "그리고 하나 더 조건이 있다."


키닉스 "명령을 받는 새끼가 조건이 있다고?"


클리커 "그래, 전면 동조 하겠다. 대신 너는 [마의 서]를 추가로 획득하면 최소 한 가지 이상 내가 소원을 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키닉스는 실성한 삐에로처럼 웃기 시작한다.


키닉스 "낄낄낄! 그래 클리커. 너도 보았지, 그리고 너도 원하는 거지? 이 힘을."


클리커 "…믿기 힘들지만 눈으로 보고 체험을 했으니깐."



키닉스 "그래, 좋아. 무사히 이 소원서를 더 얻는다면, 너의 바램대로 해주지."


클리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키닉스 "아니, 시발 이 새끼가 조건은 한가지라메!"


클리커 "닥쳐봐. 정확히는 조건이라 아니라, 작전이다. 공격 목표는 Mr.D, 수사국이다. 그리고 상대도 전능한 힘을 가진 같은 [마의 서]의 주인이야. 공격할 시기와 순서의 스케쥴은 내가 잡는다."


키닉스 "크하하! 그런거군! 좋다. 네 마음대로 시기를 잡아, 인원도 원하는대로 보충을 해 주지."


클리커 "그렇다면 우선 여기서 출발하는 시기도 내가 정한다. 우선 저 대량의 금을 먼저 안정적으로 우리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키닉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시시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키닉스 "아, 그러십니까? 그럼 그렇게 하시던가~"


클리커 "저 것이 저렇게 방치되면 [마의 서]의 존재가 탄로 될 수도 있어. 무슨 짓을 하든 저 금은 우리가 처리해야해."


키닉스 "아, 네, 네. 그렇게 하십시요."




키닉스는 이야기를 마치고 따분하다는 듯 [마의 서]를 테이블 위에 놔두고 외투를 챙겨 입고 밖을 나설 준비를 한다.


클리커 "이봐, [마의 서]를 두고 어딜 가려고?"


키닉스 "어차피 너는 이제부터 시간이 필요할 거 아냐? 나는 기분 전환을 좀 해야겠어."


클리커 "그래. 그럼 한 가지 조언 할 게 있다."


키닉스 "뭔데?"


클리커 "박사의 조수 중 한 명은 죽고 현재 다섯 명이 남아 있지.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을 것을 보았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절반은 죽여버려야 해."



키닉스 "오, 이런 미친 새끼. 니 입에서 먼저 사람을 쳐 죽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클리커 "그 만큼 상황이 중대하다는 거다. 남자 3명과 여자 2명이 있지… 너가 원하는 놈으로 죽여라. 원한다면 전부 죽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키닉스 "아, 따분한 참에 즐길꺼리는 만들어 주시는군요. 너 저 금덩이가 탐나서 그러는건 아니지?"



클리커 "흥, 어차피 저 금의 80%는 내가 챙길 예정이었다. 나머지를 저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이었지"





클리커의 냉랭한 말투와 태도는 그가 들고 있던 찻 잔의 내용물까지 얼려버릴 것 같았다.



키닉스 "아 그렇습니까! 그럼, 나는 그 어드바이스를 따르도록 해야겠군, 그리고 두 번째 소원도 생각을 해봐야 겠어."



클리커 "그래. 조심해라. 이제 너는 중요한 포지션의 인물이 된거야."



키닉스 "크크크. 그래. 알았다. 난 그럼 좀 즐기로 가볼까?"


키닉스는 환희에 찬 미소로 여관 문 밖을 나섰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클리커는 앞으로의 일들 때문에 두통이 올 것 같은 고민 찬 얼굴로 그림자가 씌워졌다.



키닉스는 클리커의 잔인한 어드바이스를 받아 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다른 조수들이 묵고 있는 여관 방으로 향한다.


누구를 제거할 지는 아직 그의 머릿 속에 정하지 않았다. 어떤식으로 제거 할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기대를 가득 품고서 당당하고 활기 차게 발 걸음을 옮긴다.






제 5권의 [마의 서]를 가진 키닉스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2-11-16

마의 서 - 11 페이지 [그 대학생들은 범죄를 기피하지 않는다.]

마의 서


11 페이지


 15. 그 대학생들은 범죄를 기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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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서]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대변자들이 계약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만 그들의 기억과 모든 정보를 아는 것은 아니다.


노벤 톨 세이프. 제 2권의 [마의 서] 주인.

오히려 학식, 지식, 학력 수준만 비교한다면 다른 마의 서의 주인들 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아버지는 케냐인, 어머니는 캐나다인의 혼렬로, 바르덴부르크 증후군(Waardenburg Syndrome)을 가진 흑인으로 푸른 청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첫번째 소원을 [마의 서]를 통해서 이루고 난 후 잠시 앉아서 목록 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읽어보았다. 점심이 지날 무렵 그는 책을 다 읽었는지 그것을 덮고 잠시동안 곰곰이 생각을 한다.

‘음, 별 생각 없이 계약하고 소원을 이루긴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 물건이었군.‘

그는 다시 책을 열고 유령과 잠시 이야기 한다.

“야 얼라야, 이 책의 규칙이 적혀진 요 있잔응가, 한 번 훑었다 아이가”

“그런데?”

“야, 이거 걸리는 내용이 쪼메 많구마잉”

“걸리는 내용이라 한다면?”

”아따, 목록에 언급이 되어 있는거 뿐이지, 내가 떠 안는 리스크가 허벌나게 많아부러야!“

”음… 뭐 읽기도 전에 계약을 해버렸으니.“

”워메 이거 보소. 완전히 사기꾼이었구마잉“

”아니 무슨 소리야. 대변자로서 [마의 서]에 관해 물으면 무엇이든 대답할 의무가 있다. 뭐든지 묻기만 하면 된다.“

유령은 조급해 하면서 말했다. 이미 첫 번째 소원을 이루었고, 그 힘을 행사 했으면서도 사기꾼 소리를 듣는 것은 [마의 서] 대변자에게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려. 그럼 요 보니 목록에 써 있구마잉. 복수의 [마의 서]. 그니께, 이 소원을 들어주는 요 책이 여러권 있따~ 이 말이구마잉.“

”그렇지“

”그랑께, 그럼 이게 총 몇 권이여?“

”현재 6권이다.“

”허허, 현재가 6권이라는 말은 과거엔 달랐다는 말인가 보구마잉.“

”그렇다. 모든 소원을 이루어준 [마의 서]는 존재가 잠시 사라지며, 모두 사라지면 100년 뒤 다시 부활한다. 책의 숫자가 한 권 늘어나면서 말이지.“

”그 말은 처음엔 한 두권으로 시작했다는 말 아이가.“

“그래, 가장 처음은 하나로서 시작을 했지.”

“워메. 클나부렀네.”

“무슨 말이지?”

“아따 이 문디자슥. 아 맞따. 니 머리가 없다 캤제. 원하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책이면 억수로 좋은거 아이가?”

“… 그렇지.”

“세가지 소원 다 빌은 다른 계약자들이 당연히 소원 더 이루고 싶어할 꺼 아이가?”

“… 그렇겠지.”

“그라몬 당연히 다른 사람이 가진 책도 갖고 싶어 할꺼 아이가.”

“그래, 그렇겠지.”

“아이고, 클나부렀네. 그럼 소원으로 남 죽일라고 달라드는 것들이 다른 사람꺼 뺏으로 올꺼 아이가?!”

“그래. 그럴 수 있지. 그것이 끝 없는 욕심이니깐.”

"그라믄, 이 사람들 중에, 필시 총 같은거 가진 사람이 올끼다."



유령은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방금전 까지 똥 어쩌고 하던 사람이라고만 생각한 바보 였는데,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현 상황을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마의 서]라는 단편적인 수단으로.

”일딴은 내 쪼메 생각을 해봐야 쓰겄따.“

노벤은 책을 덮고 일어서 [마의 서]를 자신의 책장에 꼽아 넣었다.

노벤의 책장은 두꺼운 전문학 관련 서적들과 함께 꼽혀졌고, 일일이 찾아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 정도의 카모플라쥬를 형성하였다.





이상한(?) 소원을 빌긴 했지만 노벤은 [마의 서]의 거대한 힘에 대해서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힘이 앞으로 자신에게 해가 될지도 모를꺼라 생각했다.

지금 까지와는 다른 일상이, 앞으로 자신에게 벌어질 위협이 발생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안정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겠지만, 사건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운 좋게 주은 주인 없는 황금을 뒤 쫓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색다른 오전을 보낸 노벤은 다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등 빈둥거리며 자신의 여가 시간을 즐겼다. 마음 가짐을 새로 하고 새롭게 기분 전환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리스와 레즈넥은 기숙사로 돌아 왔다.

“여어, 왔다. 노벤”

“톨, 식사는 했냐?”

“얼라들 왔냐, 밥은 아까 묵었지.“

레즈넥은 곧장 방안으로 들어가서 허브볼이 들어 있는 박스를 주섬거리며 확인한다.

“헤이. 레즈넥! 급하기도 하네. 일단 가방부터 정리 좀 해라.”

“시끄러.”

크리스의 잔소리를 흘려버린 레즈넥은 물건에 집중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그런 레즈넥에 관심도 없다는 듯 소파에 앉아 있는 노벤 옆 자리에 앉는다.



”오늘 교양 강의 중에 여자 애들이 너 왜 안 나왔냐고 묻더라.“

”워메, 그려~? 나 찾는 가스나도 있는가? 시간표 괜히 바꾼거 아이가 모르겠꾸마.

”하핫, 노벤. 니가 몰라서 그런가 본데, 니 말투 재밌다고 너 좋아하는 애들이 좀 있어!“

”아따, 그라믄 안되는디.“

”안된다니?“

”시방 내가 인타네이숀이 좀 안좋잖여~. 그래서 억양 교정 연습을 조까씩 하고 있따아이가“

”카하핫! 야. 관둬라.“

”워메, 시방 지금 내를 무시하는거시여? 내도 한다믄 하는 사내라니깐.“

”ㅋㅋ 그건 공부 이야기지. 야. 때려치고 그냥 그대로 해라. 푸른 눈의 흑인인 노벤이 정상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위화감 겁나 심할 것 같다. 그거 너의 심볼이야.“

”아이고, 이를 으짜쓰까. 일단은 고것이 너으이 어드바이스라 생각하고 받아 들여불랑께.“



노벤과 크리스는 시시덕 거리면서 이야기를 즐겼다. 그리고 곧 이어 레즈넥이 나와서 말한다.

”야! 물건 확인 했다. 판매 나가자.”

”야 레즈넥. 오늘 우치야마 강의 늦게까지야.“

”톨 있잖아.“

”야이 멍충아! 노벤은 우리랑 다르게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놈이잖아!“

”아, 또 미친소리하네. 노벤이 머리 좋은건 나도 알거든? 근데 가끔씩 너 없을때도 톨이랑 우치야마 셋이서 판매 갔었다.“

”노벤. 그게 정말이야?“

”얼라들아. 일단 좀 침착하그레이. 뭔데 그리 허벌나게 바쁜척하는기고. 급할수록 돌아가랑께 라는 속담도 모르는기가?“

노벤은 두 친구들을 성난말을 다루듯 손짓으로 릴렉스 컴다운을 이야기 했다.


“톨, 오늘 가능하면 이거 다 팔아야한다니깐!”

“야. 이따 5시에 탑 선배랑 다 같이 만나기로 했다니깐. 우치야마도 강의 끝나고 바로 약속 장소로 향하기로 했고.”

“하이고, 안되건네 이 머시마들. 내 오늘 아까 특별한 저주의 힘을 깨우쳤다 아이가.“

”톨은 또 뭔소리 하고 자빠졌어.“

“참말로 안되겄네. 인생을 속꼬만 살았는기가.”

노벤은 안쓰럽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고 머리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노벤. 무슨 저주의 힘인데. 한번 해봐.”

“하모. 내가 이 저주의 힘으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몬하는 레즈넥에게 고통스러운 저주를 내려삔다 아이가.”

“핫! 웃기고 있네.”

노벤은 그런 소리를 하면서 주변의 ’그 기운‘을 느낀다.

’으음, 저기 일렬로 가느다랗게 있는게 하수구인가… 그렇다면 저기 모인게 정화조겠군‘

노벤은 소원의 힘을 여과없이 사용했다.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힘을 테스트 해볼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정화조 쪽에 있는 ’그것‘을 주먹 정도 크기를 뭉친 노벤은 그것을 레즈넥에 몸 속에 집어 넣었다. 몸 안에 있는 것을 꺼낼 수 있다면, 반대로 바깥에서 몸 안으로 집어 넣는 것도 가능 할 것. 그것도 타인의 몸으로도.

노벤이 눈썹을 찌푸리며 힘을 주자 레즈넥이 갑자기 경직되어 표정을 바꾼다.

눈이 휘둥그레 해진 레즈넥은 식은 땀을 흘린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신경과 위화감이 복부 하부에서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의 불길한 기운을.

갑작스레 항문에 힘이 쏠리기 시작한다.

”어,어…. 어, 억….“

레즈넥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천천히 몸을 돌리고 화장실 쪽으로 경직된 몸으로 살금살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레즈넥? 야?, 뭔데?.“

”보았는기가? 내 저주의 힘 어떤고? 참말로 무섭지 않은기가?“

”노벤. 뭐 했냐?“

”내 저주의 힘을 받으면 큰일난다 아이가. 허벌나게 똥떵이를 싸고 싶어진다 아이가.“

”크하하하하! 그게 뭐냐! 카하하하! 무슨 저주가 그래! ㅋㅋㅋ”

방안이 떠나갈 정도로 시끄럽게 크리스가 웃으면 뒤로 넘어간다.

그 소리가 화장실로 들렸는지 레즈넥이 크게 화를 낸다.

”크리스! 톨! 시끄러워! 좀 있다 두고보자!! 끄응…“

레즈넥의 말을 듣고 크리스는 결국 웃다 자빠졌다. 재기불능의 웃음으로 한바탕 소란스러웠고, 잠잠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야, 톨. 대체 이게 무슨 저주의 힘이냐? 평소보다 냄새도 독하고… 엉덩이는 이상하게 아프네…“

아마 그건 원래 그게 니 몸속에 있던 똥떵이가 아니었기 때문인기라 라고 말을 할 수 없는 노벤이었다.

”긍께. 일딴은 진정이 된것 같은디, 판매할 곳은 정해 놓은기가?“

“아 그래, 짐 챙겨 바로 가면 5시 전에는 끝낼 수 있어.”

노벤과 크리스는 레즈넥의 말에 따라 그가 미리 나누어 놓은 스포츠용 더플 백 3개를 들었다. 각각의 더플 백에는 큰 것과 작은 것으로 나누어진 허브 볼이 들어 있었다.

집을 나서면서 크리스가 레즈넥에게 묻는다.

”레즈넥. 거래 상대는 몇 명인데?“

“오늘은 세 팀이야. 오늘 다 팔면 한 동안은 또 돈 걱정할 필요 없어.”

레즈넥은 집 앞에 주차된 세단에 운전석에 앉는다.
노벤과 톨도 짐을 나눠 들고 트렁크에  더플 백을 싣고 둘 다 뒷 좌석에 탄다.

“야! 한 명은 앞에 타야지.”

“이보게, 운전 기사. 노벤 회장님 정중하게 모시거라.”

“아, 예, 예써.”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차량은 출발한다. 



예전에 레즈넥은 학생 할인으로 비교적 싼 값에 이 차를 구입했는데, 당연히 구매 비용은 허브 볼을 팔아서 충당했다.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허브 볼 경유 판매는 물건을 공급 받을 수단이 있다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꿈의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다. 운 좋게 레즈넥은 어떤 경유를 통해 던치 코건의 부하인 클리커가 만들어 놓은 마약관리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경로로 연결되어 이것의 물건을 던치 코건 일행을 거치지 않고 몰래 인터넷으로 매매하여 공급 받고 있었다. 이 허브 볼 판매로 자신들의 학교 내의 권력 히에라르키 피라미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즈넥은 허브 볼 판매를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이 정부로 금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레즈넥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 또한 법을 어기며 금품을 주고 받으며 로비를 행하고 있다. 법에 저촉 되더라 하더라도 이는 자신들의 정당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첫번째 구역에 도착해서 레즈넥 일행은 듀플 백 하나를 꺼내서 그대로 판매, 동일한 크기의 돈이 든 듀플 백을 건네 받는다.

두번째 구역 마찬가지로 거래를 했다. 


상대방 차를 먼저 보내고 셋은 차 앞에서 돈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한다.

“레즈넥, 오늘은 생각보다 수월할 것 같은데?”

“아니, 아직 몰라 끝까지 가봐야지.”

크리스는 순조롭게 진행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레즈넥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권총은 잘 챙기고 있지?”

“당연하지, 출발할 때 부터 차고 있었지.”

“내는 읎따.”

레즈넥은 자신의 안 주머니 안에 있던 권총을 노벤에게 넘겨준다.

”레즈넥. 뭔가 불안해?”

“그래. 세번째 거래 상대는 이번이 처음이야. 그리고 느낌이 좀 안 좋아. 크리스 너도 조심해.“

”알았어. 것보다 나는 노벤이 더 걱정인데.”

“아따. 얼라야. 니 머스마가 아니고 가스나인기가. 걱정 콱 붙들어 매뿌삐라.”

노벤의 말에 크리스는 웃으며 차 뒷 자석에 탄다. 노벤도 말을 계속 이어가며 차에 타고, 레즈넥은 돈이 든 듀플 백을 트렁크에 넣어 놓고서 다시 차를 운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이동하여 세 번째 거래 장소로 간다.

그 곳에선 이미 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 측은 차량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레즈넥은 예상 했다는 듯이 말한다.

“안되겠는데… 일단 둘 다 각오는 해라.”

노벤과 크리스튼 고개를 끄덕였다. 노벤도 이 분위기의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하다 못해 이 곳에서 내가 이 둘의 도움이 되어야지. 이 상황은 앞으로 있을 일들에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



차에서 먼저 내린 레즈넥은 조금 떨어져서 주차 중인 상대차 앞에 서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말을 건다.

“허브?”

“아 맞아. 우리다. 물건은 제대로 가져왔겠지?”

“그래. 돈을 보여줘.”

“아니아니, 물건을 먼저 보여 주는게 우선이다. 혹시 그쪽에서 사기를 치는 걸 수도 있잖아?”

“…“

상대방 리더로 보이는 인물의 말이 끝나자 차에서 내린 크리스와 노벤은 트렁크에서 허브 볼이 담긴 듀플 백을 꺼낸다.

크리스는 그것을 들고 차 앞쪽으로 이동하여 땅에 떨어트린다.

”어이, 장사 한 두번 해? 물건을 보여줘야지.“

크리스는 땅에 떨어진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안에는 볼링공과 비누케이스가 여럿 들어있었다.

그것을 본 상대편 청년들은 화가 난 듯 총을 꺼내 들고 말한다.

”시발 것들이! 이건 허브 볼이 아니잖아?! 어디서 장난질이야!“

그것을 본 레즈넥이 대답한다.

”어이 너네들 허브 볼 처음 보냐?“

”웃기지마! 이게 무슨 허브 볼이야?!“

”요즘 허브 볼은 규제 당해서 원래의 형태로 팔지 않아. 요즘은 다 이렇게 위장된 모습으로 나오지.“

”헛소리 집어쳐!!!“

상대방 리더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권총의 장전을 한다.

”이봐.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가방을 들어봐. 볼링 공 모양이 여럿 들어 있다. 이게 진짜 볼링 공이라면 한 손으로는 들 수 없을 거다.“

그 얘기를 들은 상대방 리더는 뒤에 서 있는던 남자 하나에게 고개를 살짝 들어 지시를 하고 남자는 총을 뒷 주머니에 집어 넣고 가방을 향해 걸어간다.

가방을 한번 가볍게 훑어 본 청년은 가방을 한 번 들어본다. 생각보다도 아주 가볍게 그 가방을 들 수 있었던 남자는 그 가방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가장 쪽으로 얼굴을 들이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맞는다.

비누 냄새인지 허브 냄새인지 혼동을 하는 것 같지만 조금 더 냄새를 맡아보더니 자리에 일어서서 말한다.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냄새도 허브 볼 향이군요.“

”그런가 진품일 수도 있다는 건가… 가방을 가지고 와.”

“기다려. 이쪽은 물건을 오픈했다. 너네도 돈을 보여줘.”

“아니지. 이 물건이 진품인지 확인이 안됐어. 돈은 나중이다.”

그 말을 듣고 레즈넥은 흥분해서 상대방에게 달려 드려한다.

“이봐. 초보자들! 거래 처음하나? 물건을 확인했으면 돈을 꺼내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것을 보고 상대편이 선 남자들은 들고 있는 총을 올려 사걱 자세를 취한다.

“이 자식들이…”

“레즈넥, 함부로 움직이지 앉는게 좋겠어. 녀석들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돈을 넘길 생각이 없던거야.”

크리스가 넌지시 레즈넥에게 말한다.

안 좋은 예감이 빗나가길 바랬지만 그렇지 않았다. 앞에 두 건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도 있지만, 설마 아니길 바란 것은 불과 몇 초 전의 레즈넥이다.

놈들은 총기를 이용한 허브 볼을 갈취할 것이 틀림 없었다. 이쪽은 세 명, 그것도 총기는 두 명. 그것도 일반 권총. 상대는 5명. 1명은 가방을 짊어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총기를 들고 있는 상대가 4명, 더구나 한 명은 기관단총. 이미 무기 자체가 이 상황을 유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그냥 녀석들이 원하는데로 놔두기엔…”

“야, 잘 못 하면 뒤지는 수가 있어. 이 상황에서 어쩌려고? 경찰이라도 불러? 잡혀가게?”

허브 볼을 파는 것 자체가 합법적인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법적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정해진 법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자들은 당연히 그에 따른 리스크로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레즈넥은 빠르게 계산을 해본다. 현재 들고 온 허브 볼의 수량에 대한 값어치. 방금 2회분을 팔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적으로는 상당히 이익인 상태이다.

애초에 1/3을 팔았을 때 이미 본전은 찾은 상태. 그렇지만 세 번째 까지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4인이서 생활을 하며 노는데 까지 들어가는 돈을 전부 충당할 수 있다.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돈이다. 레즈넥은 상대의 숫자에 따른 공포보다는 이익을 잃는 공포가 더 두려웠다.

자칫 잘 못하면 선택의 잘 못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건이 진품일 경우, 돈은 언제 줄 거지?”

상대방 리더는 그 얘기를 듣고 기가 차서 웃기다는 듯이 동료들을 한 번씩 쳐다 본다. 동료들도 비웃듯이 리더를 보고 어깨를 으쓱이며 레즈넥 일행을 바라본다.

“뭐, 물건이 진품이라면, 다시 거래를 해야겠지. 그 때 가서 합리적인 계산을 다시 해 보자구.”

가방을 든 남자는 자기들 차의 뒷 트렁크에 가방을 싣고서 문을 닫는다. 레즈넥은 상대의 수법에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찰나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탕!!

한 발의 총소리가 현 상황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

기관단총을 들고 있던 남자는 머리부터 힘을 잃고 그대로 쓰러진다.

남자는 미간에 총알 구멍이 뚫려서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진 것 이다.

그와 동시에 두 번째 사격

탕!!!

이번에는 정확히 미간을 뚫지는 못했지만 상대방 리더 옆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맞혔고, 남자 또한 즉사하였다.


아차하는 순간 이미 둘은 쓰러지고 상대방은 몸을 수그려 대응 사격을 한다. 그쪽에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한 것인지 빠른 반격을 하였고, 레즈넥과 크리스가 몸을 숨기기 채도 전에 사격을 하여 레즈넥 오른팔 측면에 총알이 스쳐 관통하였다.

“큭!” 

소리와 함께 레즈넥은 차 뒤로 급히 몸을 숨겼고, 크리스는 차의 문을 열어서 방패로 삼아 몸을 숨기면서 측면 사격을 한다.

아무리 상대방의 2명이 사살 당하였다고 하나 화기의 화력과 연사력은 크리스 일행이 한참 밀리는 편이었고, 틈을 타서 상대편의 한 남자는 죽은 남자가 가지고 있던 기관단총을 들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레즈넥의 차에 수십발의 연발 사격이 퍼부어 지며 차량은 여기저기 구멍이나고 유리창도 깨져버린다.


그것을 본 크리스가 반격의 맹사격을 하지만 잔탄이 다 떨어졌다.

“야! 레즈넥! 남는 탄 없어?!“

”크윽, 차 안쪽에 있어… 글로브 박스 봐 바.“

크리스가 조수석 글로브 박스에서 탄환을 찾으려 뒤척이려 하자, 상대방은 그 것을 보고 기세를 높여 이쪽으로 뛰어오려 하였다.

위기감을 느낀 크리스는 탄창을 빠르게 집어서 재장전을 시도한다.

그런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도 한 남자가 남들 보다 낮은 텐션에서 그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노벤.

그 자들이 돈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 말을 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측하였다. 아니 오히려 먼저 사격을 시작하여 이미 둘을 제거 했었다.

조금 전에 차 뒤쪽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여 재빠르게 사격, 빠른 연사력을 가진 기관 단총을 든 남자를 먼저 제거 하고, 재 사격으로 한 명 더 제압.

그리고 사격을 멈추고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의 기운‘.

주변의 있던 것을 집중하여 힘을 모았다.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그것‘을 정확히 명중시키기 위해서, 세 명이 있는 위치에, 세 명의 장 내에 정확히 ‘그것’을 정확히 들어가기 위하도록 명중 시키기 위하여, 총알이 난발하여 오가는 상황에서 극도로 집중을 한다.

그리고 돌격 소총을 들고 이쪽으로 뛰어오는 남자에 장 내에 ‘그것’을 순간이동 시킨다.

정확히 명중하였는지, 남자는 뛰어다가 주춤 한다.

“어흑!?”

순간적인 비음과 함께 이쪽으로 달려오던 남자는 달리는 것을 멈춘다. 그 남자는 순간적인 대량의 식은 땀과 함께, 항문에서 느껴지는 거친 기세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한 발자국이라고 발을 떼는 순간, 안에 있는 것이 전부 쏟아 질것 같았다.

탕!, 탕!!

트렁크에 하반신을 기댄 채로 노벤의 재빠른 두발의 사격은, 한 발이 헤드 샷으로 명중하여 그 남자 역시 몸을 무너트리며 즉사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장 내에 있던 배설물이 힘을 억누르지 못하고 퍼져 나온다.

”야, 이게 대체 무슨?!!!“

상대방 리더는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추고 사격 당해 죽은 그 모습을 보고서 놀랍도록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랫배에서 찾아오는 불안한 엄습. 갑작스러운 장 내의 급습에 식은 땀을 흘린다. 

”으윽?!“

서둘러 화장실을 가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상황에? 식은 땀이 몸에서 흐르는 것을 느낀다.

총알이 다 떨어져서 재장전을 해야하는데, 집중이 되질 않는다. 안되겠다. 일단 여기서 피신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남은 동료를 보았더니, 그 남자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얼굴을 망가트려서 찌그러 트리고,

“으윽….”

신음 소리를 찾으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이미 사격이고 뭐고 포기한 상태이다. 리더는 깨달았다. 이 상황에 무언가 잘 못된 것 이라고… 분명 어제 무엇이라도 잘 못 먹었

탕!, 탕!, 탕!, 탕!!!

노벤은 모든 것을 계획한 듯이 상대방이 숨어 있는 차 반대편으로 넘어와 그들을 쏴 죽였다.

다섯 명 모두 노벤에게 머리를 맞고 즉사한 것을 확인한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상대방 몸에서 차 키를 찾아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트렁크에서 허브 볼 가방을 주섬거리며 꺼내 한 쪽 어깨에 메고 나온 노벤을 보면서 크리스와 레즈넥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처다만 보고 있었다.



“다 끝난기 아닌기가?”

뜬금 없는 노벤이 한마디에 크리스와 레즈넥은 정신을 차린다.

“레즈넥. 우얄꼬, 상처 괘않나?”

“아, 으윽… 심한건 아니다. 지혈 하면 돼…”

“그라믄 일단 옷이라도 찢어서 지혈 해삐라. 나는 임마들 짐 좀 챙겨야 할긋 같따.”

허브 볼 가방을 차 트렁크에 옮겨 놓은 노벤은 빈 가방 하나를 하나 빼서 시체에 다가간다

레즈넥이 아직 당황하는 사이에 노벤은 죽은 시체를 뒤지며 총기를 뺏고, 지갑에서 돈과 카드 같은  것, 열쇠,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빈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방을 차 앞에 서 있는 크리스에게 건네 준다.

"자, 이거 받그레이. 갖고 있으마 요래 쓴다 아이가"

"어... 그래."

레즈넥은 다친 팔을 옷깃을 찢어서 팔을 지혈하면 말한다.

"... 크리스, 저 시체는 그냥 놔둘 수 없다. 불로 태워버려."

"아, 그래."



크리스와 노벤은 레즈넥에 말의 따라 시체를 한 군데 모은다. 중간에 크리스는 시체 앞에서 코를 막으면서 눈을 찡그린다.

"으윽, 죽으면 배설물이 나온다고 듣기는 했는데, 이건 완전히 심하게 싸버렸어..."

"아, 금마들 아까 내 저주의 힘으로, 응딩이에 힘주다 이리 된기다."

크리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놀란다.

"아... 그게, 아무데서나 써지는 거구나... 하하... 하하하!"

크리스는 어의가 없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야... 노벤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하마터면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심하게 퍼져 나오는 배설물의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인지 한 모금을 깊게 빨아 들인 후 한숨과 함께 깊이 내쉰다.

"그래, 노벤이 없었으면 정말..."


크리스는 담배를 입에 물고 남은 시체를 노벤과 옮겨 놓자, 레즈넥이 다친 팔을 감싸고 한 손으로 예비용 휘발유를 들고 와서 시체들 위에 뿌린다.

"톨, 미안하지만 우리가 살기 위해선 이자들을 죽이는 것이 맞아. 너에게 무리를 시켜서 미안하군."

"신경 쓰지 말그레이. 이 얼라들은 약속을 어깄다 아이가. 룰을 어깄으믄 그 벌을 받는기 마땅하다."

그렇다. 레즈넥도 그 생각에 동조한다. 자신들도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만의 룰이 있다. 그것조차 지키지 못한 다면, 그 대가를 바쳐야 하는 것이다.

레즈넥은 쓴 웃음을 지으며 크리스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뺏어 시체들 위에 던진다. 담배 불은 휘발유에 번져서 화르륵 불타 오른다.

시체는 금세 불에 타올라 숯덩이가 되어 타 오른다.

"야, 아직 피던건데,"

"한 보루 사줄 돈 생겼다. 가자."

"근디, 차 앞 유리고 뭐고, 거시기 다 총 맞아 구멍 뚫렸따 아이가."

"그래. 이 새끼들이 타고 온 저기 멀쩡한 차 하나 더 끌고 가자고."

레즈넥은, 노벤이 물건을 담은 가방에서 차 키를 찾아 꺼내 차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한다. 크리스는 깨진 유리창을 보며 한숨을 쉬며 운전석에 앉는다. 노벤도 그 옆에 따라 조수석에 앉는다.

노벤은 총기와 금품을 글로브 박스에 집어 넣었고, 크리스는 레즈넥이 탄 차량을 쫓아간다. 레즈넥이 알고 있는 카 센터에서 차를 수리한다고 했다.


크리스가 운전을 하면서 물었다.

"노벤. 그, 사격은 원래 할 줄 알았어?"

"아 그랑께. 내 쪼만했을 때 부터 그 치안이 안 좋은 동네에 살았따 아이가. 그래가꼬, 캐나다 살 때는 사격 연습 했따 아이가."

"아, 그랬구나."

크리스는 더는 묻지 않고 입에 담배를 물고 묵묵히 운전을 했다.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은 아직도 벌벌 떨리고 있었다.







2022-11-09

마의 서 - 10 페이지 [충격의 제 2권]

마의 서


10 페이지  




14. 충격의 제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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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탑. 아우스의 친구 중 한 명으로 그런 별명으로 불리운다.


줄여서 P.탑

맡은 일은 이상하리 만치 잘하는 편이며, 공부나 체력도 상당히 우수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외관 상의 뚜렷한 특징이라면 담배를 끊임 없이 피는 것 정도? 그 모습조차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아무튼 그는 세상이 내놓고 부모가 내놓은 인재이며…





“야 잠깐, 너무 작위적인 서술아냐? 더구나 부모가 내놓았단 말은 좋은 말이 아닌것 같은데?“


”그릉가?“


”하여간, 너한테 이걸 맡긴 내가 바보지.“


”우와 그걸 지금 안기라? 바보는 확실한디. 참말로 DNA적으로 각인된 게 맞다 그랑께.“


”이걸 그냥 콱!“


두 남자가 컴퓨터 앞에서 아옹다옹대며 다투고 있다. 이곳은 그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용 쉐어 하우스. 


탑이 계약금을 지불해서 하우스 리더인 상태로, 그의 후배들 4명이 들어와 현재 다섯이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탑은 다른 애들이 황인종과 같이 방을 쓰기 꺼려하는 것 같아 아시아인 후배와 2인실을 쓰고 있으며, 큰 방에서 3명이서 2층 침대를 두대 넣어 놓고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금 그 큰 방에서 흑인인 노벤과 백인인 크리스가 티격대고 있었다.


”아니 그라믄 니맨코롬 해볼랑게 싸게싸게 써보등가.“


”대체 뭐라는거야? 일단 비켜봐.”


자리에 앉아 있던 노벤을 자리에서 나오게 하고 크리스가 그 자리에 앉아서 다시 컴퓨터에 입력을 한다.


”아니 그란데, 대체 뭐땀시 시방 이 난리 오도방정이여?“


”아이그 멍충아! 어제 얘기 했잖아. 탑 선배가 지인 인물 평가서를 같이 제출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걸 지금 우리가 써 주는거 아냐?“


”와따, 참말로 요즘 세상 박정하네. 뭔~ 취직을 한번 할라는디 이래라 저래라 필요한 서류들이 많응가? 내 졸업하고도 저 지랄할까 겁나부러.“


크리스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계속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대답도 하기 전에 문은 벌컥 열린다. 


“아따 성질도 급해부러라. 놀래가꼬 심장 마비 걸러 뿔겄네. 고구마 다 묵지도 몬핸는데 찬물 원 샷 마시는 속도로 문을 그라코롬 열어싸부면 내 심장이 벌렁벌렁 하더랑께.“


문이 열리자 노벤은 불평을 토해낸다.


”뭐라는거야, 니 사투리는 진짜 못 알아 먹는다니깐.“


아시아인인 우치야마가 뻘줌하다는 듯 이야기한다. 그것을 듯고 크리스가 번역 해주는 식으로 말한다.


“야, 문을 노크 했으면 대답 기다리고 천천히 열라는 말이야. 아시아 사람들은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


“남자들끼리 사는데 뭐 그럴수도 있지. 그것 보다도 너네 빨래 누가 돌렸냐?“


”그거시 어젯밤에 내가 돌링 것 같은디?”


우치야마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흰색 빨래랑 다른 색이랑 빨래가 섞이면 변색이 되니깐 따로 돌리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


“움마? 아니 우리가 무슨 시간이 흐벌라게 만타꼬 사내 놈 다섯이서 하나 쓰는 세탁기를 나눠서 돌리 쓰는가? 그냥 한븐에 탈탈 털어여서 그냥 한븐에 돌리믄 속도 편하고 월마나 좋아?“


”뭐래?“


열변을 토한 노벤의 말을 이해 못한 우치야마는 크리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 바쁘고 사람도 많은데 그냥 빨리빨리 한번에 하자는 거지.“


”어휴, 말을 말아야지. 그건 그렇고 벌써 10시 다 되간다. 준비 안하고 뭐해? 자고 있는 레즈넥 깨워. 강의 안 갈 거야?“


”뭐 벌써 10시가 다 되간다고?!”


크리스는 놀라서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09:47.

놀라서 자리에서 펄쩍 일어나 급하게 바지를 갈아 입는다. 아직 발이 다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로 양손으로 허리 춤을 잡은 채고 한 발로 자고 있는 레즈넥을 발로 툭툭 치면서 크리스는 레즈넥의 잠을 깨운다.


”야! 레즈넥! 빨리 일어나! 강의 시간이다!“


뺨에 발바닥 스탬피드를 한번 맞은 레즈넥이 부스스 하며 잠에서 깬다.


”뭐어… 강의 시간이라고?…“


비몽사몽 잠이 깬 레즈넥은 침대에서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쿵 하고 굴러 떨어져 한 바퀴 돌아서 누운 상태로 잠옷을 벗는다.


”빨리해 임마!“


크리스는 그런 레즈넥에게 걸려 있는 옷을 대충 상의 하의 골라서 바닥에 던져주고는 자신도 마저 옷을 차려 입는다.


”뭐시여? 아따,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퍼뜩 준비 해놓고 해쌓지, 니 대체 뭘 한기고?“


”야이 바보야! 너가 지인 인물 평가서를 제대로 못 써서 좀 봐주려 하다 이리된거 아냐?!“


또 티격태격 거리는 둘을 보고 우치야마는 방문을 닫고 나가기 전에 한마디 한다.


“아, 오늘 탑 선배가 면접 끝나고 한번 모이자고 한 거 오늘 5시다.”


“아 그게 오늘이었나? 그렇군 오늘은 이따 시간이 다들 비워놨지?”


대답도 듣지 않고 크리스는 옷을 다 차려 입은 후 자신에 가방에 책을 이것 저것 챙겨 넣는다.


겨우 겨우 옷을 다 꾸려 입은 레즈넥도 한쪽 눈은 감긴 채 눈을 꾸물꾸물 움직이면서 노벤에게 묻는다.


”어라? 톨. 너 오늘 쉬는 날이야?“


”아, 그랗치. 내 오늘 전부 휴강이다 아이가.“


”아 맞다. 좋겠네, 그럼 오늘 내 택배 올 것 있는데 그것 좀 받아줘.“


”알았따. 내도 오늘 헤드셋 하나 주문한기 있는디 그거 오늘 도착할끄라.“


셋은 그렇게 자기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탑도 이미 아침에 면접 때문에 미리 나간 상태라서 이제 집에 남은 건 노벤 혼자였다.


‘음 그렇다면 우선 아침을 먼저 먹어 볼까.’


캐나다에서 10년이 넘게 살았지만, 아직 영어 발음이 익숙지 않은 노벤은 어느 지방 사투리가 이것 저것 섞인 발음이 나와서 항상 고생을 한다.


그는 자신의 방에 있던 빵과 미리 반찬으로 준비 해놓은 코울슬로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 놓는다.


누군가 먹다 남은 베이키드 빈즈 캔이 테이블 위에 남겨져 있었다.


”우왓 어떤 얼라가 이 묵다 냄긴 캔 쪼가리 안치우삐고 이리 남기논기고?“


캔을 들고 냄새를 킁킁 거리며 맡아보던 노벤은 곧 이내 불쾌한 표정으로 바뀌어 그것을 들고 싱크대로 가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리고 곧장 제자리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계속한다.


요즘 그는 홀로 식사를 할 때 인터넷 영상을 시청하며 발음 억양 연습을 한다.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지만 자신의 말투가 익숙지 않은 주변 사람들 때문에 조금은 신경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PC를 이용해 웹 서핑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며 시간을 보내며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레즈넥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택배 도착 메시지 왔는데 확인 좀 해봐. 물건 확인해서 사진 보내줘.’


‘응? 그러고 보니 내것도 택배 도착 문자가 왔었구나’


노벤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문 앞에 쌓여있는 택배 박스 3개를 확인한다


커피 테이블 정도로 큰 박스 하나와 작은 박스 두개를 쌓아 들고 낑낑 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거실에 힘겹게 박스를 내려 놓고선 레즈넥에 이름이 있는 박스 두 개를 칼로 테이핑을 뜯는다.


“아따, 쉬는 사람 허벌나게 부려 먹는구마잉”


큰 박스에는 볼링공이 5개, 작은 박스에는 여성용 비누 박스가 들어 있었다.


‘볼링공 치고는 무게가 가벼운데… 아하 전부 허브 볼이군.’


박스가 오픈된 내용물을 둘 다 사진 찍어서 레즈넥에게 보내면서 추가로 문자를 몇 자 집어 넣는다.


“파손은, 없음”


문자를 전송 후 1분 도 되지 않아서 답장이 온다.


‘방안에 넣어 달라고…’


허브 볼의 기본 커넥트는 원래 코건 일당이 전담을 하고 있었지만 재무를 담당하던 클리커의 제안으로 몇 가지 형태의 판매처를 확장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대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은 교육비와 생계비가 동시에 들어가는데 이 것을 충당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었다.


허브 볼은 그런 학생들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부수입을 벌어주는 아이템이었고, 이것이 마약이라고 생각하여 죄악감을 가지고 판매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돈이 되기 때문에 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들은 은밀히 얻은 경로를 통해서 물건을 택배 들으로 전달을 받았으며, 그 물건은 항상 다른 형태의 물품으로 전달을 받아서 마약 관리국의 추적을 회피하고 있었다.


노벤과 같은 기숙사를 쓰는 학생들도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었고, 비밀리에 매매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미 졸업한 룸 리더인 탑은 모르는 상태였다.


레즈넥의 물건을 침대 옆에 옮겨 놓은 노벤은 자신의 택배 박스를 가지고 의자에 앉아 칼로 뜯는다. 그는 휘파람을 불며 자신의 헤드셋을 기대하면서 박스를 오픈한다.


그런데, 박스 안에 있던 것은 물건이 바뀌었는지 헤드셋이 아니었다.


“워메? 이게 뭐신가? 이기 참말로? 워메 워메, 내 몬살건네...“


노벤은 자기도 모르게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

박스를 허벅지에 올린 채 곧바로 구매했던 쇼핑 몰 사이트에 들어간다.


자신이 헤드셋을 구매했던 페이지로 들어가 불평 글을 올리며 물건이 잘 못 왔다며 반품 신청을 하려는데, 급하게 신호가 왔다.


‘아…! 왔어!’


근 4일째 변비로 고생을 하고 있던 노벤은 나올 것 같은 감각을 느끼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화장실로 향한다.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 오느라 자신이 갖고 있던 박스는 깜빡하고 그대로 가지고 들어 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변기 옆에 그것을 내려 놓고 주섬주섬 바지 벨트를 풀러서 옷을 내리고 변기에 착석 한다.


‘끄응, 아… 젠장, 또 그러네…’


출구에 위화감을 느끼고는 있지만 힘을 줘도 나오지를 않고 있다. 이대로 나올 기세가 느껴질 때 까지 앉아 있어야 하나…


그런 와중에 문뜩 눈에 들어 온 것은 들고 들어온 택배 박스 였다. 


‘아 그러고 보니… 뭐 나올때까지 시간도 한참 걸릴 것 같으니’


아까는 헤드셋이 아니라서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이제와서 보니 이건 뭐야 하고 그 것을 들고 살펴보니 책이었다.


‘근데 왠 뜬금 없는 책이지?’


변기에 앉은 채로 노벤은 그 것을 살펴 보았다.

표지는 관심도 없어 2라고 써진 숫자도 보지 않은채 책장을 넘겨 보니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빼곡히 들어가 있었다.


“이건 대체 무신 글씨고?… 아시안 글자가 이리 생기부렀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차 그 글자를 읽을 수가 있었다.


“워메, 참말로 신기하네. 글이 갑자기 읽어져 부리네?”


그리고 주변이 어두워 지고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마의 서]의 대변자 였다. 


그것은 흰 유령의 망토를 쓴 것 같은 작은 무언가의 모습이었다. 어둠 속에서 흰 색의 그것은 밝게 아주 잘 보였다.


“이건 또 무신 일이고?”


그의 궁금증과 함께 그 유령은 말을 꺼낸다.


“안녕하신가? 새로운 젊은이. 나는 [마의 서]를 대변하는 자. 이름은 아니지만 이쓰낸 레스큐라 불러 주시게.“


”??? …뭐시기 레스큐?“


뜬금없이 말하는 유령에 노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것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하하, 젊은이. 지금 상황이 쉽게 받아 들여지진 않겠지. 자네가 들고 있는 건 3가지 소원을 들어 주는 [마의 서]. 나는 그 [마의 서]와 계약을 하는 것을 도와주고 서포트를 담당하는 대변자이지.“


”3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기고?“


”그렇다네“


유령에 말에 잠깐 생각을 한 노벤이 말한다.


”대체 너가 먼디 소원을 들어 준다는 것이가?”


“하하, 의문을 갖는 것도 당연하지. 목차를 읽어 보면 알겠지만 [마의 서]는 계약을 통해서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네.”


“뭐땀시?”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유령은 당황한다.


“음… 글쎄 이유를 물어도… 자네는 참 유별 나구만, 뭐, 내가 만나는 자들은 대부분 그래왔지만…”


“그건 또 먼소리고? 아따, 거 유령 같이 생기가꼬, 얼라야. 전문 용어 쓰지 말고 하나씩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래이“


”에에잇. 이 이상은 설명이 길어 진다. 그래서 너는 소원을 이루고 싶은 것인가, 아닌가?“


”소원이라꼬… 으음…”


노벤은 한참 생각해본다. 그리고 얼마간에 침묵에 못 이겨 유령이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을 꺼낸다.


“…. 아니, 뭐 없어?”


“글씨다…. 지금 딱히 필요한기 없는디“


“아니, 그러지 말고…”


“우째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놈이 더 호들갑인기가?”


“아니…. 그게 우리 일이니까…”


“근디 지금 필요한게 없는디 이걸 우야쓰꼬?”


”… 아무거나 좋으니깐“


”이거, 무신 다단계 사기 같은거 아이가?“


”사기 아니여…“


자기도 모르게 말투가 옳아버린 유령은 뒤 늦게 자기 말투를 눈치 챈다.


“그 계약이라 카는기는 우찌 하는기고?”


“어, 그냥 [마의 서]와 계약한다고 말하면 돼.”


“계약서도 안쓰고 그리 간딴 하단가?”


“진짜야…”


“뭐, 글카 이야기 하믄 내 몬해줄 것 도 읎지”


“오오…”


“나는 [마의 서]와 계약을 하겄는디 사기치면 가만 안둘랑께.“


”…“


유령은 식은 땀을 흘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계약이 된기고?“


”아, 그래. 이제 너가 원하는 소원을 3개까지 이룰 수 있어.“


”워따. 임마 유령인께 뇌가 없어부러 이러나? 금붕어 기억력도 3초라고 하는구만, 아까부터 누누히 이야기를 했자니앙가. 시방 내는 필요한게 읎따니께.“


“야이 형씨… 그… 뭐 있을거 아냐?… 돈을 엄청 필요로 한다든지, 아니면 여자를 꼬실 수 있다든지, 신체 능력이 엄청나게 향상 된다든지…”


“아, 소원이라는기 원하는 것을 말하는 거였구만! 임마, 이기 설명 디기 몬하네!”


“어? 어, 그럼 그럼.”


자기도 모르게 유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말이여. 내가 요즘 변비가 억수로 심한디 이것이 나을 수 있을랑가?”


“… 뭣? 변, 비?”


유령은 당황했다.


“아 그랗치. 지금도 요로코롬 한참을 앉아가꼬 세월이 뭐시기 하네~ 하믄서 앉아 있지 않응가”


“그러니까, 소원으로 …그 …변비가 낫도록 해 달라는 건가?”


“아 그랗치! 일단 내 소원은 내 변비가 낫는 것이랑께.”


“… 어… 저기, 그…“


”웜마? 니 시방 소원 이루어 준다고 앙캈나? 싸게싸게 안하고 뭐한당가? 얼라 임마, 사기 였능가?“


“아니, 잠깐…”


[마의 서]의 대변자로서 다양한 사람을 보아왔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 이었다.


믿지 않기에 첫 번째 소원을 가볍게 시험을 한다던가,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는 소원들로 대다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 말고는 남을 위해서 소원을 이루려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빌었던 소원은 무엇이든 이루어 줄 수 있는 만능의 능력. 이른바 신의 힘으로도 불리울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지금 한 청년은 자신의 변비를 낫게 하려고 소원을 빌고 있다.


”저기, 이보게, 젊은이. 조금 더 스케일을 크게 키워보면 안될까? 그… 이렇게 말하는 것은 뭐하지만, [마의 서]와 계약한 자는 뭐든 할 수 있다구? 끊임 없는 부를 얻을 수도 있고, 모든 사람을 따르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죽은 자를 되살릴 수도 있어!“


”아따, 이 머스마가 말길을 몬알아든네. 끊임이 없기는 무어가 끊임이 없나! 그런거 필요 없따 아이가! 내 똥떵이나 끊임 없이 퍼뜩 나오게 해뿌리라!“


”엥?“


유령이 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노벤은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라가 참말로. 내는 그런거 한~나도 필요 읎따.“


”아니, 좀 다시 생각을…“


”하따. 그 유령 머스마가 참말로 말 많네. 얼라야 니 머스마가 아이고 가스나 인기가?”


노벤은 한숨을 내쉬었고 유령 또한 한숨을 내쉰다.


”그라믄, 내 우짜믄 좋을찌 한번 생각 쫌 해보라.“


”그… 변비가 나으면 되는건가?“


”아 그랗치. 지금 필요한 건 그 한 가지 뿐이다. 니 자꾸 변비 무시하는기 같은디, 이제 보이께 이 얼라가 변비 걸려본 적이 없는거 아이가? 이기가 이래가꼬 참말고 거시기하게 고통스럽다 아이가.“


”아, 그럼 좀 더 규모만 키워 보자구…“


”아따, 거 참. 변비 쫌 낫게 해 달라는 소원의 규모가 뭐가 클게 있는디? 아니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변비 낫게 해주시오, 뭐시기 이런 소원 빌아뿔까? 아니믄 평생 변비 안 걸리게 해 달라면 그리 해줄란가?“


”아… 변비에서 벗어나질 못하네… 근데, 그런거 전부 가능하네.“


”오, 그게 참말이가? 그거 좋네.“


“그, 그러니깐 그런식으로 소원을 좀만 더 늘려보는게 좋다니깐.”


“아따, 니 뭐땀시 자꾸 소원 스케일이 작네 뭐네 하는긴데? 그리 뭐시기 거대한 똥떵이 맹글고 싶나?”


“하하…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좀 더 규모가 큰 소원을 비는게, 내 입장으론 좋다.”


유령은 식은땀을 뻘뻘 대면서 흐르는 땀을 감추지 못 했다.


“아따, 그라믄 좋다. 니 시방 뭐든지 가능하다 켔응께. 지금 내가 변비로 고생한다 아이가? 그라믄 내 응딩이 안아프게 이 똥떵이를 순간적으로 딱하고 변기로 이동 시킬 수도 있나?”


“…. 어, 스케일이 갑자기 달라지긴 했는데, 가능하다… 가급적이면 똥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시방 무신 소릴 하는기고, 내 응딩이는 지금 이 세상 모오든 고난과 핍박을 견디고 있는데. 아따 그 옌날 세상 모든 현자들도, 이 변비의 고통은 극복 몬했을 끼다!”


“어… 그럼 그 소원을 하는 걸로 하자.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체적으로? 아따 니 유령, 디지기 전에 문꽈였나? 아따 참말로. 그라믄 귓구멍 열고 잘 들으라.“


”… 그래 잘 듣고 있어…“


“내 소원은… 음… 이기 머시기 구체적으로 할라까니 조까 힘이 드네,”


“… 천천히, 침착하게…”


“알긋다. 그럼 내 소원은 말이다. 내는 주변의 똥떵이를 느낄 수가 있는기다. 그리고 내는 이 똥떵이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순간적으로 딱하고 이동 시킬 수 있는기다.“


“… 뭐?”


난생 처음, 아니, [마의 서]에 지금 한번도 기입이 된 적이 없는 카테고리 였다. 유령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느꼈다.


”되는기가 안되는기가?“


”아…. 으음…. 그럼 그걸로…”


유령은 더 이상 흘릴 수 없는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알았다고 대답을 한다.


“그럼 노벤의 첫번째 소원은, 자신의 주변의 똥의 기력을 감지하고 그것을 원하는 장소로 순간이동 시키는 것. 이러면 됐나?”


“아 그랗치.”


“그… 자신의 주변이라는게 어느 정도?”


“으음, 한 100피트 (feet)? 정도 하는 되나?“ (※약 30m)


“어… 그럼 그 기운은 항상 느끼면 되나?”


“뭐 온오프 할 수 있는기가? 아, 그라믄 보너스로 온오프 기능 도 함 너어가꼬 해보라.”


노벤은 마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덤으로 추가 상품을 끼워 주는 것을 받는 것 처럼 말했다.


“아… 음, 그럼 다시, 노벤의 첫번째 소원은 자신의 주변 100feet 내에 있는 똥의 기력을 원할 때 감지하고 그것을, 원하는 장소로 순간이동 시킨다. 이걸로 됐나?”


“아 대충 그걸로 됐다. 그라믄 이제 가능한기가?“


”… 말하는 순간 이미 그 소원은 이루어 졌다.“


”그라믄 내가 그 똥떵이는 어떻게 느끼는긴데?“


”어… 딱히 조건을 넣지 않았으니 그냥 너가 원하는대로?“


”아 그란기가?“


노벤은 그렇게 이야기 하고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 불길한 기운을 감지 했다.


”오, 참말로 이게 그런기가? 뭔가 느껴진다.“


노벤은 무엇인가를 잡은 것 처럼 말한다.


“아, 이기가 처음 해보는 느낌이라 참말로 거기시 하구만.”


그러면서 노벤은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하수구 쪽을 집중하더니 그 곳에 똥이 하나 생겨 났다.


“허얼…”


대변자로 살면서 많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것은 처음 이었다. 충격에 빠진 유령은 이 상황을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타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엌ㅋㅋㅋㅋ 참말로 이게 되는기네.”


노벤은 변기에서 벌떡 일어 났다.


“아 근디, 목표는 저가 아니고 여기 변기 속 아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노벤은 등을 돌려 다시 그 똥을 보고 변기 속을 보더니, 잠시 후 바닥에 있던 똥이 변기 속으로 순간이동이 되었다.


그것을 본 노벤은 자신의 엉덩이 쪽에 손을 대고 잠시 만지더니,


“아따! 참말로 신기해뿌쌌네. 이기 대체 무슨 원리고?”


“원리가 아니다. 이것이 [마의 서]의 전지 전능한…. 아!!잠깐!!! 엉덩이 만진 손으로 [마의 서]를 만지지 마!!! 일단 손을 씻어!!!


“아따, 아따, 알았다. 똥떵이는 쪼끔도 손에 안 묻었는디. 거 걱정 말그레이.”


화장실 선반 위에 책을 올려 놓은 노벤은 손을 씻고서 수건으로 물기를 딱아 낸다.


그리고는 주변에 유령을 찾는다.


“아니 임마, 어딜간기가? 이 얼라가 지 좋을때만 나와서 이리 난리피고 도망간기가?”


다시 책을 들고 화장실을 나와서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앉아서 다시 책을 펼치니 주변이 다시 어두워지도 아까 그 유령이 나타났다.


”젊은이, 나는 [마의 서]를 펼쳤을 때만 볼 수 있다네.“


”아 그란기가? 이야, 근데 사기꾼은 아인갑다. 이기 참말로 신기하다 아이가? 내가 쫌 연습은 해야 하갔는디 그게 느껴진다 아이가. 똥떵이의 기운이.“


유령은 자꾸 똥떵이 소리에 기력이 빠져나간다.


”자꾸 더러운 똥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근디 아까 내 똥떵이를 좀 봤는디, 이기 완전 돌떵이 같더라, 이게 돌떵이인지 똥떵이인지, 이러니 내 항문에 콱 막혀가꼬 내가 징하게 힘을 줘도 꿈쩍도 안한 이유가 다 있다 아이가“


유령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마의 서는 각각의 이름이 붙어 있다. 세대가 지나고 새로운 마의 서가 나타날 때 마다 새로운 이름이 붙는다.


그 중 이쓰낸 레스큐. 현재 2번의 번호를 부여 받은 [마의 서] 대변자는 남을 헌신하는 자들을 주로 만났기에 그 호칭이 붙었다.


그렇지만 그는 난생 처음 이 사명을 부여 받고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배설물 관련된 소원은 처음이었기에, 아니 아마도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그냥 운이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이 별종을 만나서 기겁을 하고 있다.


만일 신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를 보면 놀랄 것이다.


“와따 시원한거, 이거 꿈이 아니믄 내일 부터 화장실서 억지로 힘쓸 필요 읎갔구만”


덮여져 있는 [마의 서]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을 한다. 이번 계약자는 룰 조차 제대로 이해 못하는 바보이기에 오래가기는 힘들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