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8

마의 서 - 14 페이지 [깊은 밤, 겸허한 자들]

 마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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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깊은 밤


같은날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오랜만의 모두와 함께 술에 취하여 즐거운 순간을 보낸 그 날 밤. 아우스 일행은 각자의 집으로 귀가하였다.




맬리건은 아우스의 침대 안에서 서로의 살갗을 대고서 격한 남녀의 운동을 끝낸 상태였다.


아우스는 붉게 달아오른 맬리건의 몸을 어루만지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샤워를 하러 욕실로 갔다. 


맬리건은 타월로 자신의 땀을 닦으며 아우스가 나오길 기다린다.




잠시 후 아우스는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오자 맬리건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우스에게 달라 붙는다.



“아잉, 아우스~, 조금만 더~”


그녀의 유혹 미소에 매료된 듯이 아우스는 몸을 침대로 향한다. 어둠 속에서 매끈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맬리건을 한번 더 탐한다. 



그녀의 몸은 흰 피부가 더욱 흰색으로 물 들어 간다.








“...있지, 아우스? 우리.. 다시 만나면 어때?”


침대 오른편에 누워 있는 그녀는 아우스의 얼굴 가까이에서 속삭이 듯 말했다.


“… 안돼.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뭐가 그렇게 바빠?“


”호텔에서 컨시어지를 하는건 직장인들 처럼 규칙적인 출퇴근을 하는게 아니야. 근무날자와 휴무일도 호텔 상황을 맞추어야 하고. 더구나 요즘 컨시어지 치프로 있는 듄건 씨의 움직임도 수상해. 혼자 휴무가 많단 말이지.“


”으음~ 그냥 핑계 대는거 아냐?“


아우스의 대답이 자신이 원했던 대답이 아니라는 듯이 멜리건은 불만을 표로했다.



“맬리건 양? 내가 핑계를 대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요? 그리고 남자는 나 말고도 많이 있을텐데요? 너 정도 되는 여자면 어딜가도 환대 받잖아.”


“아우스의 그런 점은 너무 싫어... 단순히 나의 몸을 목적으로만 하는 남자들은 믿을 수 없다고!”


“그렇기 따지면 나도 지금 단순히 너의 몸을 목적으로 한게 아닌가?”


“아니지~ 우린 예전에 몇 번 사귀었던 사이잖아~”


“그래, 그렇지만 길게 갔던 적은 없었지.”


아우스는 맬리건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 답변을 이어 나갔다.




“그러고 보니 로이크랑 탑이랑도 사귀었던 경험이 있었잖아. 걔네 둘이 나보다 낫지 않아?”


“으음… 친구로서의 로이크와 탑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연인으로는 좀…”


“뭐가 문제인데?”


“로이크는 신사적이야. 매너도 좋고, 친절함도 있고. 단지 그것은 전부 약간의 나르시스트 기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색내기 아닐까? 내가 좋아서 연애한다기 보다는 나 정도면 이런 여자를 사귀어야지 하는 느낌을 받았어.”


“역시, 나름 분석적인야. 그렇다면 탑은?“


”탑은 너무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 활기찬 모습과 우울한 모습의 대조가 보통 여자들보다 심한편이야. 가끔 남자다운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반대로 너무 소극적인 면은 정말 보기 싫어. 더구나 리더십이 약해. 여자를 이끌어 나갈 박력이 부족하다고!”


“박력이 부족하고 나르시스트 기질이 있는건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럴리가,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탑이랑 섹스를 하면서 그… 얼굴의 흉터가 너무 징그러워…“


맬리건은 죄책감을 가지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흐렸다. 그런 그녀를 아우스가 양팔로 크게 끌어 안고서 말한다.


“맬리건… 사고로 인한 흉터는 어쩔 수 없는거야. 탑은 그것 때문에 어렸을 적 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니깐…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탑이랑 한 동안한 연애를 했던 너도 대단한 여자야.”


“훌쩍...”


맬리건은 아우스의 품에 안겨 그의 온기를 느끼며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우스는 그런 그녀 보다도 내일 당장 있을 탑과 스킬러 사장의 만남이 더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침실.


스킬러는 자신 밑에 누워 솟아 오른 두 가슴을 탐하면서 힘차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시에라의 가냘픈 신음 소리가 스킬러를 더욱 흥분시키게 만들고 절정에 달한 스킬러는 주저 없이 그대로 사정을 해버린다.


그러고는 입술을 갖다 대어 서로의 혀와 함께 휘감으며 더욱더 밀착하여 그녀의 육체 본연의 모습을 느끼고 향기를 탐하였다.



한참 후, 지친 스킬러는 몸으로, 서로가 땀투성이인 것도 신경쓰지 않은채 그대로 땀에 젖은 시에라의 가슴을 어린아이 처럼 빨기 시작했다.


“으읏,”


한참을 시에라의 몸에 자극을 주면서 장난을 치던 스킬러는 방전 된 듯이 그것을 그만두었다.


”헉… 헉… 오늘도 좋았네… 시에라…“


”…네“


시에라도 힘이 없다는 듯 대답을 한다.


스킬러는 엎드려서 졸린 눈으로 고개만 살짝 돌려 시에라를 바라 본다. 상기된 시에라는 희미하게 피어 오르는 뭉게 구름 사이에서 옳 곧게 누워 있었다.


체력 회복이 필요하다 생각한 스킬러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가 물 두 컵을 따라 온다. 그리고 그 중 한 잔은 시에라에게 건네 주면서 한 잔은 목 마른 듯 벌컥 벌컥 들이킨다.


시에라도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아 그가 따라 준 물을 마신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 매혹된 스킬러는 시에라에 옆에 앉아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내린다.


“시에라, 어머니의 수술은 어떻게 되었어?”


“네, 덕분에 무사히…“


”그래,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건 수술 후의 입원비 뿐인가?“


”네…“


시에라는 평상시와는 다른 약한 모습을 보인다. 스킬러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었다.


“그래, 그럼 마지막 입원비를 청구서가 나오면 가져오도록 해. 그 것을 지불하는 날을 마지막 밤으로 하면 되겠군.”


스킬러는 약간의 미련이 남는 아쉬움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꺼냈고 시에라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 한다.



잠시 동안의 침묵을 스킬러가 견디지 못하여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시에라가 먼저 말을 꺼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 사장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문자? 어디서 온거지?”


“로이크 입니다. 내일 탑이라는 사람이 예정대로 오전 10시 경에 방문한다 합니다.”


“아 그렇군…”


스킬러는 그 이야기를 듣고 뒤로 벌러덩 눕는다. 잠시 동안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누워서 질문을 한다.


“시에라, 자선활동 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에라는 앉아서 고개만 살짝 돌려서 스킬로는 바라 보고 질문에 답한다.


“기부하는 것은 찬성입니다. 기부금을 신고하면 그 액수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회사 신용도와 이미지도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다만?”


“아직 그 탑이라는 사람의 신용적인 문제와 그리고 기부하는 금액의 문제겠지요.”


스킬로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을 한다.


”… 시에라, 나는... 금액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네. 많은 돈이든, 적은 돈이든. 물론 탑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직접 만나 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가 자네나 로이크, 이자벨라와도 같이 사람의 됨됨이가 된다면, 나는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시에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오히려 스킬러는 돈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이고 자신이 더욱 돈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약간의 반성을 하게 된다.




”그럼 예정대로 내일은 오전에 탑과 면접, 그리고 점심에 탐정과 식사, 저녁에는 정계쪽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아, 그래 자네 일도 바쁠텐데 미안하네. 내일은 하루 종일 동행을 해주게.“



스킬러는 나름 기대를 하고 있다. 로이크의 설명만 들었을 뿐이지만 탑이라는 청년은 제법 괜찮은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잠자리에 누웠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로이크는 잠자리에 들지 않고 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 핸드드립 캔 커피는 오늘 퇴근 후 이자벨라 가게에서 잠시 일을 도와주고 받은 것이다.



오늘 하루는 평소보다 매우 길게 느껴 졌다. 하루 동안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에는 직장동료들과 첫 단체 식사.

그리고 장사를 마치고 퇴근 후 이자벨라의 커피샵 방문. 이자벨라는 점심 일 때문인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일을 도와주며 달래주었다. 

그리고서 다시 친구들과의 식사 약속 장소로 이동.


취직 후 약 한 달만에 보는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서프라이즈로 깜짝 놀라서 울음을 터트린 탑. 평상시라면 이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날 일이 없는 드라마틱한 하루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로이크는 TV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뉴스에는 오늘의 무장 시위 내용이 정확히 보도 되지 않았다.


또한 로이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주변 인물


매우 가까이에 마의서 1권의 주인과 2권의 주인.


그리고 오늘 스쳐지나간 3권을 소유한 자.



그와 비슷하게 매우 가까이에 마의서를 가진 자들이 있는 피닉스 탑 튜니스.




두 남자는 지금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의 중심부 서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이다.









20. 겸허한 자들



같은 날, 늦은 밤. DT지역의 한 저택 안에서의 일이다.


이제 곧 환갑이 되어가는 정치계의 거물 안드릭스 상원의원의 집.


지금 그 앞에 세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남자는 수사국 국장. 또 다른 한 남자는 정보국 국장. 그리고 마지막 한 남자는 특수 진압대 소장.


세 남자는 안드릭스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야이 미친 것들아! 돈을 얼마나 들이 붓는데 이 지랄이야?“


안드릭스는 재떨이를 바닥에 내 팽겨쳤다. 유리로 된 재떨이는 그대로 바닥에서 깨져버리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면목이 없습니다.“


특수 진압대의 소장이 말 문을 연다.




그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단 하나. 오늘 낮에 있었던 DT지역의 시위 때문이다.


정확히는 시위 진압대가 정체 불명의 남자 한 명에게 전멸을 한 것. 살아서 항복한 자가 한 명 있긴 하지만, 아무도 기지로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그 부대 전체가 리타이어. 덕분에 특수 진압대는 오늘 난리가 났다.


“야 임마! 너네 특수 진압대는 전세계 어딜가도! 어떤 전쟁 지역에서도! 임무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괜히! 그 비싼 장비를 몸에 액세서리 처럼 달아 준 게 아니야!!!”



그렇다. 무장 했던 시위대의 숫자가 훨씬 많았기는 했지만, 시위 진압대의 대원들은 얼굴부터 발 끝 까지 특수 제작된 방호복을 입고 있다. 방탄과 폭발에 내성을 갖추고 있으며 양자컴퓨터 칩이 내장된 헬멧. 모래 입자를 모방한 티타늄 합금실로 방탄, 방검 능력이 뛰어나며 가볍고 튼튼한 방어조끼. 화기와 폭발을 다루기 때문에 내열처리가 뛰어난 소방복을 개조한 군복. 등과 허리를 받쳐주며 다리까지 이어진 강화 플라스틱 합금으로 형성된 외골격 프레임을 장착하여 기동력까지 뛰어나다.


외골격 프레임은 단순한 대원의 육체 기능 강화 보호 뿐만 아니라 등 쪽에 달린 배면에 달린 양자 컴퓨터와 위성 통신 기능이 있는 단말기로 실시간 연산 처리 기능과 통신 기능을 내제하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헬멧 반사 프레임에 표기하여 대원의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 향상에 도움을 주며, 전투 장면을 그대로 메인 부대 정보실로 전송하여 본부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확인하고 명령을 송수신 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알 수가 있었다. 이번 부대가 그 남자에게 참패한 것을. 모두가 전멸을 하게 된 이유를 본부에서는 모니터 너머로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니들이! 엉?! 최첨단 무장을 하고서 출동을 하면 뭐해?!! 고작 무술 배운 놈 하나! 그 새끼를 잡지를 못해서 일을 이 지경을 만들어?!!“


”죄송합니다. 즉각 피드백을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영은 무슨! 당장 시말서 써서 올려!”


안드릭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변명의 의지는 받지 않겠다는 듯한 강한 표현을 주장했다.


특수 진압대 소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사국! 너 이새꺄! 아무리 이번에 보낸 놈이 말단 하급 요원라도 해도 특수대 파견 가면 대장 아니냐?! 엉?! 근데 어떤 애 새끼를 쳐 보내놔서 부대가 전멸을 하게 만들어?!! 그 부대 대장이 미친 것아!!! 니들이 보낸 요원이라고!! 요원 관리 똑바로 못하냐?!!”


수사국 국장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정보국 미친 것들아!! 니들도 똑같아!! 또라이 약쟁이 하나 못 잡아서 아프리카 뒤따라 다니다가 요원 잃고!! 미친 비행기는 또 왜 추락시켰어?!! 국제문제 간섭으로 일이 얼마나 커지는지 알아?!! 니들이 지금 전부 제정신이야?!!”


“죄송합니다...”


정보국 국장도 그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였다. 하지만 안드릭스는 그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죄송은 얼어죽을!! 일을 그딴식으로 해놓고 죄송하다 하면!! 길가에 초등학생도 니들 앉아 있는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어!! 셋 다 실직하고 싶냐?!! 나가 뒤지고 싶어?!!!”


성을 고래고래 지르며 분노 때문에 얼굴에 혈관이 터질 것 같은 안드릭스를 그의 비서가 진정시켰다.


“선생님, 진정 하시지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안정제 입니다. 이 것을 드시지요.”


비서는 음료를 의원에게 건네주었도 안드릭스는 그 것을 벌컥 들이키고 잔을 책상 위에 거칠게 내려 놓는다.


그리고 크게 심 호흡을 하고는 화를 억누르고 말을 꺼낸다.





“후우… 셋 다 물러 가. 당분간 지켜 볼테니, 그리고 소장은 이후 진압 때마다 등록된 장갑차량 출동 시켜.“


”아니, 의원님 그건…“


”미친놈이 하라면 하랄 것이지 뭘 그리 말이 많아?! 너네 때문에 내가 그 반대파 더빈 의원을 보고서 할 말이 없어진다 새끼들아!!“


더빈 상원의원은 아드릭스 상원의원의 최대의 라이벌이다. 그 하나만 없었다면 이미 자신은 아메리카 연방의 대통령 보다 더 높은 권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실했기 때문이다.



”아니, 네…“


그리고 두 국장과 소장은 소리를 죽이고 빠른 걸음으로 저택에서 빠져나간다.



시종일관을 지켜보고 있던 비서는 의원의 비위를 맞추 듯 말을 건넨다.


”덜 떨어진 정부 요원들 때문에 선생님께서 참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래, 이 새끼들 뒷바라지 해주는 것도 다 큰일이란 말이지. 도무지 하루라도 멀쩡하게 일을 처리하는 날이 없어. 내일 우리 파벌 의원들 전부 소집시켜.“


”그러실 것 같아서 이미 내일 아침 10시에 회의실로 소집하라도 연락을 취했습니다. 주제넘게 먼저 나서서 죄송합니다."


"후후훗, 아니, 역시나. 내가 사장 믿고 있는 사람 다워. 말 안해도 일처리가 아~주 깔끔해. 저 세 놈다 자네 밑에서 보고 배워야 겠어."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의 노고를 풀기 위해서 선생님의 땀을 딲아 드릴 여자들을 준비 했습니다.“


”오! 역시, 내가 지금 피곤하다는 것을 자~알 알고 있어.“


”지난번에 납치해 온 여대생 4명입니다. 이미 약물로 공격성을 떨어트린 상태 입니다. 저항은 하려 하겠지만 온순합니다.“


”그래, 그래. 아주 좋아. 내가 직접 조교를 했어야 했는데… 후우.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나에게 발길질 했던 여자는 어떻게 했지?“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발목 인대를 끊어 놔서 도망조차 갈 수 없도록 해 놓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지 지시만 내려 주십시오.“


”아니, 괜찮아. 자네를 믿으니깐. 그런 건방집 계집 가지고 놀던 갖다 버리던 알아서 하게.“


”알겠습니다.“


”후후후. 4명이나 상대 하려면 오늘 저녁은 약의 힘을 좀 빌려야 하겠구만.“


좀 전에 화를 크게 내던 모습과 다르게 아드릭스는 헤벌쭉한 표정으로 기쁜 듯 이야기를 하였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시 후 속옷 차림의 여성 4명이 그의 방으로 들어 왔다.


다들 얼굴에 겁을 먹고서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오호, 좋군. 좋아. 젊은 아이들은 역시 좋아. 하핫! 자, 내방으로 들어가도록 할까?“


아드릭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침소의 방문을 열고 여성을들 들어오게 하였다.


”아, 선생님. 괜찮다면, Mr.D의 문제나 특수 진압대의 문제, 아니면 아드님이 연루된 사건 문제 중 하나라도 제가 처리를 해서 선생님의 수고를 덜어드릴까요?“


여성들을 먼저 들여 보내고 뒤 따라 들어가려면 아드릭스가 멈춰서 고개를 흘깃 돌려서 비서에게 말한다.


“아, 그래. 셋 다 처리해도 상관 없네. 똑같은 말 계속 해서 뭐해. 난 자네를 믿고 있으니깐. 그럼 평소대로 알아서 부탁하지. 일은 끝나면 이야기 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럼 독자적인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좋은 밤이 되시길.“


아드릭스의 침소의 방문이 닫히고 잠시 후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으나 그 방의 방음처리 때문에 그 비명소리는 한 여름의 모기 소리와도 같았다.


비서는 만족하듯 웃으면서 핸드폰을 꺼내서 스케쥴과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었다.


‘그럼 우선은 특수 진압대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겠군. 이미 미디어 매체에게 입 단속은 시켜놨지만, 이대로 노출 되다간 아드릭스 파벌의 힘이 약화되고 더빈 파벌의 힘이 강세가 돼. 어떻게든 막아야 겠군.'


'그리고, Mr.D는 당분간 움직이지 않는 것 같더니 뒷 골목에서 무슨일인가를 꾸미고 있군. 그의 패밀리 이름이 소믈리에즈 였던가? 이건 이미 투입된 정부 요원들이 무언가 정보를 얻어 오는 것을 기대해야 겠어.'


'그리고 남은 것은 가장 문제인 아드릭스 의원의 차남 문제로군. 하필이면 허브약물과 총기 사건이 같이 맞물려서 이건… 처리하는게 시간이 한참 걸리겠어. 우선은 이 곳으로 불러들여서 사건이 소란스러워 지는 것을 억제해야 겠군. 이건 자칫하면 지금 다른 건수보다 더 큰일이 되겠어.’


한참을 고민하던 비서는 서재에서 나와 주방에서 물을 한 잔 마신다.




‘음, 그나저나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은 것은 확실하군. 던치 코건이 사망하여 그 세력의 분산.'


'그리고 정보국 지원 요원의 사망. 크로노 메일의 내용대로 였고, 시위 진압대를 제압한 초능력자의 내용도 그대로였어.'


'지금 시중에서 정부의 정보력으로도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CCTV와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서 정보력이 밀리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돼.'


'이 상황을 막아야해.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 초능력자가 아드릭스 의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아니, 오히려 그대로 더빈 의원을 노린다면 좋을 것 같군.’


생각을 하면서 저택을 나와 바로 옆 별관으로 들어간다. 비서는 이 곳에 자신의 방을 두고 있다.



그가 침실에 들어가자, 온 몸에 흉터가 있어 인대가 끊어진 여성이 끈으로 입을 틀여막힌 상태로 팔이 등 뒤로 묵여 있었다.


“읍…읍!!”


여성은 비서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내어 보지만 안타깝게도 입이 막혀있어서 제대로 된 소리르 낼 수 가 없었다.


’미디어 쪽은 우선 우리쪽 로비를 받은 기자를 이용해서 정보를 조작하고, 노출된 뉴스가 나온다면 어떻게든 제거를 해야겠군.' 


'그리고, 진압대 화력에 AI로봇이 투입된 장갑차가 출동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걸로는 확실하지 않아. 유독가스와 방사선 살포 기능이 있는 시가전 탱크를 투입해서 확실한 제압을 시켜야 겠어.' 


'이 참에 이 곳 DT지역에서 다분히 일어나는 시위도 본보기로서 한번 제대로 정리를 하는게 좋을 것 같군.‘


여성을 침대 위로 올려 놓은 비서는 그녀의 옷을 먼저 벗기고는 자신의 상의를 탈의 한다. 그리고 곧 이어 안경을 벗고 굶주린 한 늑대처럼 먹잇감을 바라 보았다.



’그래. 도전장을 던졌다면 받아 주어야지. 누군지를 모르겠지만, 일개 개인이 감히 정부의 힘을 가진 권력자에게 대항하여 하다니… 사회적 약자 주제에 권력의 피라미드에 금을 내려하다니!!‘


여성은 비명을 지르지는 못해서 눈물로 울부짖고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두번다시 넘보지 못할 강력한 권위를 보여주어야 겠군. 벌레들을 전부 불태울 필요가 있어.’


비서는 본인의 내면에 타오르는 분노를 전혀 관계 없는 피해자 여성에게 분풀이를 하였다.







이튿날 DT 지역에서 여자 몇 명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뉴스는 잘 안 팔리는 신문의 한 줄 거리 뉴스로만 내보내졌다.


2022-12-05

마의 서 - 13 페이지 [시위, 작은 모임]

 마의 서


13 페이지



17. 시위





빠르게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로 팔을 감은 뒤 짙은 붉은색 계열의 셔츠로 갈아입은 레즈넥은 욱신거리는 팔의 고통을 참기 위해서 진정제 몇 알을 입에 머금고 물을 마신다.


크리스와 노벤 또한 각자 피가 묻어 있는 옷을 갈아 입고 말끔하게 몸을 단정히 한 뒤 먼저 집에서 나온다.


그리고 혼자 늦게 귀가한 우치야마에게 옷 갈아 입고 나오라 재촉하고, 이내 같이 나온 레즈넥과 우치야마를 데리고 차에 탄다.


“어, 뭐야? 차가 바뀌었어?”


라고 하는 우치야마를 무시한 채로 크리스는 아무 말 없이 운전을 한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레즈넥은 쓰라린 팔의 고통을 참으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방 리더인 탑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P. 탑


본명은 피닉스 탑 튜니스. 성은 튜니스이며, 피닉스 탑이 아버지가 지은 본명이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꿋꿋이 다시 일어서라는 의미로서 피닉스 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어릴 때는 이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으나, 본성이 착하여 주변에서 그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 사고가 있었는데, 한 밤 중 옆 집 화재가 크게 번져 집이 불타 올랐고, 사고로 인해 오른쪽 얼굴에 큰 화상과 상처를 입었으며, 왼쪽 팔과 허리 쪽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구조 대원이 그를 어찌 구하긴 했으나 그를 구한 구조 대원도 오른발을 부상 당하였다.


엎친데 덮쳐서 부모님도 집 안에서 구조 대원들이 구출은 했으나, 아버지는 산소 결핍으로 질식사, 어머니 또한 산소 결핍으로 인해 뇌세포가 큰 손상을 받아 장애 판정을 받았으며, 집안에서 유일하게 무사했던 것은 그날 밤 늦게 까지 돌아다니며 비행을 하던 그의 형, 하나 뿐이었다.




그것은 탑 가족의 비극이었다. 형은 그대로 가출하였고, 어머니는 요양 시설,  탑은 아동 보호 시설에 맡겨진다. 이후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며 잡 일거리를 하면서 생활을 하였지만 한 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탑은 지금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도 면접을 진행 하였으며, 오전에 면접을 보고 현재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으음…”


두 명의 면접관은 탑이 가져온 서류를 보고 있었다.

학력 증명서와 이력이 적혀 있으며, 지금까지 해왔던 다양한 봉사활동 자료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력서의 내용은 몇 글자 되지 않지만 반대로 수십 배에 달하는 봉사 활동 자료는 놀라운 따름이다.


그러나 두 면접관은 그 봉사 활동 자료를 꼼꼼히 읽지 않고서 종이를 빠르게 파라락 거리면서 넘겨본다.


그 들은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탑이 살면서 올바르게 신앙심과 도덕심을 갖고 자신의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봉사 활동으로 선행을 쌓아 왔지만 그것은 그 들이게 아무런 메리트가 없었다.


늙은 남성 면접관은 그의 이력은 볼 품이 없지만 다수의 봉사 활동 경력은 그럼에도 사람의 기본 됨됨이를 받쳐주는 매력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뜻 채용은 못 주더라도 다른 채용 인원이 없다면 우선적인 차기 채용 후보로 넣을 의향은 있었다.


또 다른 면접관인 중년 여성은 그와는 다른 생각이다. 봉사 활동을 둘째 치고 그에게는 경력과 기술이 없다.


분명 밑 선에서 서류 심사 때 봉사 활동에 가산점이 붙어서 올라 왔겠지. 그리 생각하며 사회 초년생인 것을 감안 하더라도 관련된 전공도 아니며, 학생 당시 수상했던 이력도 없고, 성적도 최상위 권이 아니다.


몇 몇 성적이 우수해서 두어번 장학금을 탄 기록은 있지만 그 외에는 극히 평범하다고 보았다. 더구나 얼굴에는 화상으로 인한 큰 흉터, 미약하지만 낮은 등급의 장애 판정. 그리고 첫 인상을 보았을 때 그에게 느껴지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없다.


다른 면접자가 몇 더 있기는 하지만 이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논외.


결국 탑은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라는 전형적인 인사말과 함께 면접관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나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상에 모든 울분을 내면에서 힘껏 토해 외쳐내는 그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터벅터벅 힘 없이 걸어가는 그는 마치 고민하는 좀비 와도 같이 맥 없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 여성 면접관이 보았던 자신감과 당당함이 없다는 느낌은 정확한 것 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둘 다 허탕. 오늘로 대체 몇 번째냐.


하루를 빠지지 않고 면접, 면접, 면접, 면접…


어느 날은 한번 인가 하면 많은 날은 3번도 면접을 보러 간다. 가끔 씩 비어 있는 날도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또 다시 다른 면접 원서를 지원하고 서류를 준비한다.




그가 쓴 이력서 종이만 해도 대체 몇 장일까? 이력서에 내용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패턴이 외워질 정도이다.


이름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상세 프로필과 경력, 졸업한 학력과 수상 경력 등 빠짐 없이 써 나가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프린터기 흑색 토너는 3번이 넘게 바꾼 것 같다. 그 이력서와 별게로 봉사 활동 관련으로 서류를 한번에 10장이 넘게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십 번이고 면접에서 퇴짜를 먹으면 사람에 멘탈에 금이 가기 마련이다.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정신적 불안감을 느끼며, 문자가 올 때 마다 왠지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근래에는 밤마다 쉽게 잠이 들지 못하여 신경성 불면증 장애까지 찾아 왔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나름 다들 좋게 취직하여 사회 생활하고 있다.


생활비를 혼자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몇 달 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고, 그리고 한 달 간 열심히 면접 활동, 다시 몇 달 간 아르바이트… 


중간 중간 주말이나 시간이 되면 빠지지 않고 봉사 활동과 자선 활동 모임을 하기 위해 돌아다닌다.


대학 졸업 후 이런 식으로 생활을 한지 어연 4년이 넘어간다.


혼자서는 집세 감당이 힘들기 때문에 모은 돈으로 집을 빌리고 후배들을 데려다가 각자의 월세를 걷어서 그것으로 충당을 한다.







‘…그만 둘까, 전부 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교차한다. 그는 한때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가출했던 형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도로변 길을 걷다가 잠시 골목이 있는 모퉁이에서 멈춰선 탑은 주머니에서 담배 케이스 2개를 꺼낸다. 무엇을 필지 잠시 고민을 하다 그 중 일반 담배를 주머니에 넣고, 알콜 담배 케이스에서 한 개비 꺼내에 왼쪽 입술 사이에 끼워 넣는다. 


한 톨의 작디 작은 지포 라이터의 불 빛은 고요히 소리 없이 단정한 모습으로 타오르며, 부드럽게 알콜 담배 앞 머리의 담뱃닢을 고온으로 불씨 지른다.


동시에 연기를 깊게 빨아 들이자 고형 알콜이 녹아 들며 담배 연기와 함께 같이 그의 몸으로 따스히 스며 들어온다.


도저히 취하지 않고서는 이 울분을 무덤덤히 흘려 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혼자서 알콜에 취해 담배를 피는 탑은 이러한 저러한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 본다.





시간이 좀 지나 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앞발로 불씨를 끄려고 짓눌러 비비적 거리다가 바닥에 구겨져 버려있는 시위 관련 전단지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것을 줍지 않고 접혀져 있는 부분에서 보이는 부분만 물끄러미 들여다 본다.


[쟁취하여야 한다! 더 이상, 상류층에 독단을...]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자신도 그것에 동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처참한 발걸음의 무게를 느낀다. 


한 발자국은 후회, 한 발자국은 체념, 한 발자국은 우울, 한 발자국은 원망, 한 발자국은 망상…


무거운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점점 주변의 소리는 차단 되는 곳 같았다. 자신의 발걸음 소리까지 음소거가 되자 마치 주변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내 이름이 싫다, 너무 싫다. 그 때부터 쭈욱 생각 해왔다.

피닉스 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은 화재를 격고 살아 돌아 온 것인가? 부모님은 무사하지 못 했다. 그건 자신 때문이라 생각했다. 탑이라는 이름대로 정상에 서진 못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싫었다. 그날 집에 돌아 오지 않은 형 또한 원망스럽다. 어디로 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원망스러웠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머리 속에서 푸념을 늘어놓고 정리하고 누군가를 탓하며 자책하고, 풀리지 않는 후회를 반복하다가 급하게 소변이 마려워졌다.


아직 취기가 묻어 있는 발걸음을 다시 내밀어 급히 주변에 화장실을 찾는다. 주변에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2블럭 너머에 있는 공원가로 가기로 한다.


허나 소변을 결국 참치 못하여 골목에서 나가기도 전에 쓰레기통 옆에서 급히 노상방뇨를 한다.




사람에 몸의 독소는 배설물과 함께 조금씩 차출이 된다. 그렇게 체내에 알콜이 조금 빠지고 나서, 탑은 정신을 조금 차리게 된다.


아직 한겨울의 추위가 가시지 않아 찬 바람이 그를 매섭게 매몰아치는 것 같았다. 찬 바람에 탑은 이제 온전한 정신을 차리게 되고, 급히 폰을 꺼내서 확인한다.



- 15:35


한 시간 반 후에 같은 방 후배들과 만날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두 시간 후에는 친구들과 만날 약속도 하였다.


약간 시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열어 보았다.


들어 있는 돈은 $4.80. 이것이 현재 그의 전재산이다.


슬슬 돈이 다 떨어졌고, 자신의 은행 잔고는 집세를 내면 남는 돈이 더 이상 없다.


크게 한 숨을 쉬면서 커피 한잔 마실 여유 조차 없다고 생각한 탑은 공원에 잠시 앉아서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공원으로 가는 길가는 소란스럽다. 한 무리의 시위 집단이 각자 피켓을 들고 무기로 무장한 채 시위 행진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랑은 다르게 문득, 탑은 그들의 외치는 구호를 관심 있게 들어 보았다.




”다 죽어간다!! 다 죽어가!! 서민들은 다 죽어가고 있다!!!“


”고위층의 독점으로 서민들은 다 죽어간다!!”


“부패한 재산 증진법으로 서민들을 착복하는 정부를 몰아내야 한다!!”


“여러분!! 모두 무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굶어 죽일 것 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탄압해 죽일 것 입니다!!”


“우리가 몰아내야 한다!!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속여 사기 치는 정치 사기꾼들을 우리가 몰아내야 한다!!”


앞서 있는 몇 몇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하고 있고, 뒤 따라 사람들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 우렁찬 목소리와 그들에 기세에 그것을 어디선가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그 무리에 합류하여 같이 행진을 한다.




무장 시위. 


어렵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근래에 들어 더욱 자주 보이는 것 같다.


탑은 정치에 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 하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이 최근에 도가 넘은 세금 착복 관련으로 시끄럽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뉴스에서 들어본 바에 의하면 세금 증진법이란 법안은 돈이 많은 자산가들의 세금 감면과 좀 더 쉬운 탈세를 위한 부패 된 법안이라 하는 것 같았다.


대기업과 자산가들의 재산을 불려서 경제위기를 완화 시키고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벗어나자고 아마 뉴스에서 그렇게 보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심한 저항이 일어났고, 자산가들의 세금 감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더욱 높은 세금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탑은 총을 살 돈 조차 없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그 행진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당장 총기가 있더라도 무장 시위에 참여하여 경찰들과 대립하고 목숨을 걸고서 전쟁을 할 용기는 없었다.


무장 시위 때마다 행진을 막기 위해서 정부 측에선 경찰과 시위 진압대를 파견한다. 당연히 시위대는 총기를 보유하였기 때문에 그것으로 반격을 하며, 그것은 마치 현대 시가 전을 방불케하는 전쟁과도 같았다.


그렇다. 현세의 정부는 국가 간의 전쟁을 하지 않는다. 상류층의 인간들이 일반 시민들과 돈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피해는 시위 층이 막심하다. 정부의 무장의 레벨 때문이다.


경찰들도 자신들의 목숨을 걸어야 하고 때로는 그 진압 해야할 시위꾼들이 가까운 이웃이거나, 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사람들도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진압에 나서진 않는다.


그렇지만 상류층이 직접 투입 시키는 시위 진압대는 그렇지 않다.


최첨단 하이테크의 무장을 한 대원들이 강력한 화기와 로봇 군사들이 투입이 된다.


이번에도 시위 행진 중에 무력 진압을 위해서 시위 진입대가 이곳을 강습하는 것은 그리 늦지 않았다.


탑은 그것을 보고서 공원 쪽으로 달려가서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기고 핸드폰의 확대 카메라를 통해서 숨죽이고 그것을 지켜 본다.


시위대들은 각자 엄폐하여 시위 진압대를 향해서 총기 난사를 시작한다.



화약 탄창이 폭발하는 연사 소리와 함께 주변 건물들은 총기 탄착 구멍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유리 창들은 총알 한 두발에 쉽게 깨져나가고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수십발… 아니 수 백발의 사격으로 무장 시위대들은 하나 둘 씩 쓰러져 나가고 반격하는 시위 진압대의 대원들도 하나 둘 씩 쓰러져 나간다.


숫자는 시위 진압대가 훨씬 부족하지만 쓰러져 나가는 숫자는 시위대 쪽이 압도적으로 더 빠르다.


시위대와 다르게 시위 진압대는 마을 피해의 최소화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더 빠른 진압을 위해서 그들은 도중에 화력 무기를 사용한다. 유탄을 발사해 여기 저기서 폭발이 일어나고 로켓 런쳐를 발사해 시위대가 몰려 있는 지점에서 커다란 화염 폭발이 일어난다.


순간적으로 샛노란 폭발과 함께 사람들의 몸은 불 타버거나 팔다리가 찢어져 뜯겨 날아가 버린다.


방금의 큰 폭발로 시위대가 처음 몇 명이 있었고, 몇 명이 방금 폭발로 죽어 나간지 모른다.


저 뭉게뭉게 하늘로 타오르는 검은 연기가 그들의 영혼이 아닐까? 죽은 숫자 만큼 짙게 타오르는 연기는 매우 검고 넓게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것을 본 탑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과거, 화재 사고를 떠올린다. 그 때도 이렇게 짙은 검은 연기에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트라우마를 느낀 것이다.




시위대는 방금의 공격으로 전위를 상실한다. 여기저기서 시위대는 흩어져 도망을 가고, 일반 시민들은 그것을 보고 벌벌 떨거나 도망을 쳤으며, 탑도 마찬가지였다.


제자리에서 숨을 헉헉이며 이 곳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위 진압대는 흩어지는 시위대를 일일이 쫓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시위대 쪽을 사격하며 도망가는 시위대를 향해 총기 난사를 하며 한 명이라도 더 죽이려 든다.


싸움이 되지 않는 학살이었다.


탑은 도망가려 했지만 벌벌 떨리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뉴스에선 시위 진압대가 가끔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처참히 시위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마무리가 된다. 오늘도 그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르게 움직이다가 자신조차 그 사격의 대상이 될까 두려웠다. 빨리 벗어나려는 마음과 대조적이었다.


다른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행여나 시위 진압대가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숨어서 조마조마 마음을 움츠리고 있었다.


시위 진압대는 사격을 중단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더 이상 남아있는 세력은 없었을 것 같았다.


그렇다. 이번은 그들의 승리이다. 이번 뿐만이 아니고 자주 그리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원하지 않은 것은 누구인가? 우연히도 힘을 얻은 사람이다. 초인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수 많은 총알을 맞고도 상처 하나 없을 수 있다면? 폭발 속에서도 머리카락 한 올 불타지 않을 수 있다면? 수 많은 사람들을 쉽게 학살하는 무기를 가진 자에게서 굴하지 않고 더욱 쉽게 이기려면?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전술 병기를 쓰지 않는다면 불가능 하다. 공상 속에 만화 영웅이 아니라면.


그래서 그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 공상 속의 영웅이 되기로 한다.




시위 진압대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무기를 내려 정리를 하고 이 곳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곳에서 그 남자를 발견한다.


그 수상한 정체불명의 남자는 검은 업화의 불길 속 연기 안에서 타오르는 재와 함께 나타났다.


청바지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서 선글라스를 쓴 금발의 남자는 그 곳에 서 있었다.




"여어, 무차별 학살은 재미가 있었나?"


남자는 멀리서 그를 지켜 보는 시위 진압대를 향해 말을 내 던졌다.


대원들은 아무 말 없이 남자를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묵묵히 무언의 손짓으로 그에게 사격을 지시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거칠 것 없는 사격으로 가죽 재킷의 남자를 공격한다.


그렇지만 남자는 화려한 손 짓으로 허공을 휘두르며 사격 해 오는 방향에서 총알을 막아 내는 것 같았다.


드르륵 거리는 사격 소리와 상반되게 희미하게 팅팅 거리며 쇳조각이 팅겨나가는 소리, 그리고 벽과 바닥 쪽에서는 타닥거리며 팅겨 나간 총알 박히는 소리가 퍼진다.




그는 무수하고 수려한 손 짓으로 총알을 팅겨내고 있었고, 시위 진압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것을 보더니 사격을 중단한다.


곧이어 좀 전에 사용했던 로켓 런처를 다시 꺼낸 시위 진압대는 그것을 가죽 재킷의 남자를 향해 일말의 주저 없이 발사 하였다.


“이런, 내가 지금 사람을 상대 하는건지 괴물을 상대 하는건지 모르겠군.”


날아오는 로켓을 살며시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뒤로 재끼면서 그것을 피한다. 그와 동시에 왼팔로 로켓을 낚아 채고 곧바로 몸의 축을 반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리면서 그 로켓을 그대로 시위 진압대에게 던져 돌려 준다.


시위 진압대는 그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기도 전에 펑 소리와 함께 그들의 사격 포진이 붕괴된다.


아까와 같은 폭발 음과 함께 그들이 입고 있던 특수 방탄 보호복들이 찢겨 나가며 마찬가지로 그들의 팔다리가 뜯어져 나가며 불타오른다.


“우와, 이거 백린탄아냐? 불길이 끊어지질 않네. 너희 특수 부대는 민간인을 상대로 이런 비인도적인 무기를 사용하나?”




그 폭발과 함께 풍압에 밀려나가 뒤로 넘어진 시위 진압대 몇 명이 몸을 추스르며 일어난다. 그 곳에는 방금 폭발로 인해 흩어진 동료들의 찢겨 떨어진 시체 조각들이 있었다.


평상시에도 자주 시위대의 끔찍한 시체를 보는 이들은 지레 겁을 먹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수 많은 동료들의 시체였기에 얘기가 달랐다.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가죽 재킷 남자는 화염 연기를 뚫고 이미 눈 앞에 다가 와 있었다. 마치 불타는 화염 속의 악마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고 남자는 주저 없이 시위 진압대 대원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놀림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쇼트트랙 러닝 선수 들 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달려가 복싱 선수들 보다 빠른 수차례의 펀치로 요원들을 가격하자 그들이 흉부에 차고 있던 보호구가 터지고 깨져버린다. 


순간적으로 어깨를 가격당한 대원은 탈골이 되었는지 비명을 지른다.


지금까지 무덤덤하게 침묵을 지키며 민간인을 죽이던 그들에게 나온 첫번째 목소리 이다.


”오, 너네도 입을 열 수 있는 생물이었구나. 무슨 기계인 줄 알았네.“


담백한 펀치를 날려서 대원의 헬멧을 가격하자 헬멧은 안쪽으로 깨지면서 안면부 에서 피가 터져 나오면서 대원은 쓰러진다.


시위 진압대들은 그것을 보고 한번에 눈치 챈다. 그 가격으로 머리가 깨져 죽었다는 것을.


”아, 재미가 없네. 심심한데 세 명만 살려 줄까? 무기를 버리고 살려주세요 하면서 항복하는 놈 선착순 세 명. 나머지는 전부 죽인다.“


이미 몇 명의 대원들은 사망하였고, 말을 하던 도중에도 가죽 재킷의 남자는 대원들을 폭행하고 있었다.



한 대원이 그 것을 듣고 외친다.


”사, 살려주세요!!!“


그러면서 곧장 무기를 바닥에 팽겨 치고 두 손을 든다.


”어이! 너 제정신이냐?!“


한 대원이 그 것을 보고서 항복 하려는 대원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 대원은 곧 이어 가죽 재킷 남자의 펀치로 두 번 다시 입을 열지 못하게 되었다.


”으아아악!!“


몇 몇의 대원들이 뒤를 돌아 냅다 뛰기 시작하였다.


가죽 재킷의 남자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시위 진압대의 무기를 들고 도망가는 대원들에게 발사를 한다.


퐁, 퐁 소리와 함께 유탄이 곡사로 날아가 바닥에서 터진다.


”어? 이거 총이 아니네? 뭐가 날아가서 터지는데?“


몇 발을 더 발사하여 정확히 도망가던 요원들을 정확히 명중 시켜 그들이 폭사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러나 그 중 한 명은 살아서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도망을 가고 있었다.


유탄 발사기는 잔탄이 더 없는지 방아쇠를 당겨도 발사되지 않았다.


”으음, 도망치는건 용납할 수 없지.“


그러더니 가죽 재킷 남자는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하면서 기합을 넣는다.


그리고 연이어 그는 도망가는 자를 향해 기합을 담아 정권을 지르고, 그 것에 응한 것처럼 커다란 풍압이 발생하여 날아간다. 그 풍압은 도망가던 대원에게 닿자 대원의 몸이 부풀면서 폭발하여 사지가 핏물과 함께 터져버린다.



잠시 후 그 소규모 전쟁 지역에는 사지가 온전치 못한 시체들이 길거리에 나 뒹굴었다.


그 곳에서 살아 남은 자는 가죽 재킷의 남자, 그리고 가장 먼저 항복을 하려던 대원, 단 둘이었다.


“앗, 세 명 은 살려 준다고 했는데, 내 정신 좀 봐... 한 명만 살아 남았네? 힘 조절을 할 껄 그랬어.“









18. 작은 모임


오늘은 모임이 있는 날.

한 달에 한 번씩 탑은 쉐어 하우스 후배들, 몇 몇 사람들과 함께 자선 사업 모임을 갖는다. 오늘은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집안이 어렵거나 부모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과자나 선물을 전달해주고 같이 게임이나 레크레이션 등으로 놀아주는 모임이다.


노벤과 후배들이 이미 그 교회 앞에 도착해 있었고, 나중에 도착한 탑은 그들에게 인사 후 바로 말을 꺼냈다.


“미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그러는데… 집세를 각자 $1 씩 더 내자.”


만나자 마자 돈 이야기를 꺼내자 레즈넥은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한다. 그리고 팔의 상처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땀 한 방울을 흘리면서 말한다.


”… 아 뭐, 우린 상관 없어요."


늦게 합류하여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우치야마는 물끄러미 크리스와 레즈넥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고, 크리스는 그것에 응하듯이 우치야마에게 눈길을 주며 입을 삐죽이며 손바닥을 올렸다 내렸다.


개인 당 지불하는 방세는 이미 개인당 $13. 우치야마는 조금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레즈넥이 고개를 옆으로 두 번 흔들었고, 우치야마는 그것을 보고 잠자코 있었다.





노벤과 후배들은 별 다른 불만을 갖지 않고 탑에 의견에 반대를 하지 않았다.


"정말 미안해... 내 개인 사정 때문인데."


"아니요 괜찮아요. 탑 형. 뭐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이런 자선 활동에도 돈이 그냥 샘 솟는 건 아니니까요."


사정을 안다는 듯이 크리스가 입을 열었고 탑은 그로 인해 그마나 후배들에게 죄책감이 줄어 들었다.



탑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럭에 싣고 온 박스들을 다 같이 내려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소식을 미리 전달 받은 교회 목사와 수녀들이 반겨 주었고, 어린이들도 기뻐서 뛰어 나왔다.


탑과 후배들, 그리고 자선 활동에 참가한 사람은 짧은 시간이나마 그 물건들을 건네주고 기쁜 마음으로 자선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탑은 다시 급하게 다른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로이크가 갑자기 잡았던 약속이 있었기에 탑은 후배들과 자선 활동을 마치고서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혼자서 따로 움직였다.




이미 약속 장소에는 탑의 친구들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로이크. 탑은 아직이야?"


이미 테이블에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는 로이크와 맬리건을 발견한 아우스가 다가 오면서 인사를 했다.


"어 왔구나 아우스. 오랜만이야."


"으음~?, 아우스? 나도 여기 앉아 있다구~? 숙녀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게 매너가 아닐까~?"


맬리건이 자신을 자연스럽게 흘려넘긴 아우스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을 한다. 아우스는 그런 맬리건의 인사를 가볍게 받아 주고는 대화로 달려 붙는 그녀를 잠시 말리면서 로이크에게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래서, 내가 말했던 건은 어떻게 됐어?"


"퇴근 전에 스킬러 사장님께 이야기를 했어. 탑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것 같더라고. 내일 오전에 스케쥴이 빈다고 해서 가급적 오전 중에 만나보고 싶다고 하신다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거야? 나도 끼워 줘~"


맬리건이 궁금하 듯 물어보았지만 이번에는 로이크가 맬리건을 제지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맬리건 잠시만 기다려 줘. 지금 탑에 관해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야."


"그래, 스킬러 사장님이 탑을 만나 보겠다고 했다면 잘 된 일이야. 아직 탑에게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


"아 그래. 오늘 깜짝 인사로 놀래 켜 주려고. 작년 한해 동안 들어 좋은 일이 없었던 것 같으니."


"아앙, 둘이서만 이야기 하지 말고 나도 알기 쉽게 이야기 해줘~"


아우스가 앉아 있는 자리로 넘어온 맬리건이 끊질기게 달라 붙자 아우스는 말썽꾸러기 아이를 달래 듯 이야기 한다.


"맬리건 잘 들어. 이번에 내가 알게 된 스킬러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로이크를 면접 소개한 이야기는 알고 있지?"


"응, 응! 자알~ 알고 있지. 로이크는 거기서 면접에 합격! 그리고 벌써 한 달이 된거고, 탑은 아직도 불합격! 여기 저기 면접을 계속 다니는 거고."


"아니..."


로이크가 한심스럽다는 듯한 눈을 하고서 맬리건을 바라본다.


"일단 끝까지 들어. 내 생각에 로이크는 스펙이 어느 정도 있고, 개인의 비전도 어느 정도 안정된 궤도였으니 난 그가 면접에 합격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추천했지."


"응, 응."


맬리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우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벌써 너가 말한대로 약 한 달이 지났고, 로이크는 나름 스킬러 사장에게 신뢰도를 얻은 상태야."


"응, 응."


"그리고 우리 4명 중에서 지금 가장 힘든 것도 네 말대로 탑이지."


"응! 응!"


자기가 했던 말이 전부 맞았다는 듯이 맬리건이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탑은 말이지,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도덕심이 우수하고 선량한 사람이야. 본인의 독자적인 사업 기량이나 특별한 기술이 없을 뿐이지."


"음, 그건 그렇건 같기도."


"탑이 여기저기 자선 사업 활동이나 봉사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지? 그런데도 사회가 힘드니깐 선 뜻 그에게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없지. 거기서 스킬러 사장님이 그 자선 활동을 도왔으면 한다는 거지."


"아하, 그럼 로이크가 탑의 좋은 이야기를 해서 자선 활동 보조금을 지원 받는다는 말이구나~?"


아우스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 로이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맬리건에게 한 마디를 더 붙인다.


"그래, 근데 아직 보조금 지원을 받는 다는 것은 확정은 아니야. 중요한 것은 내일 탑이 만나서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은 이제 탑이 그를 놀래켜 주는 일만 남았어"




"아하하, 뭐야~ 잘 된 일이잖아. 그러면~ 이 즐거운 이야기와 함께 저녁은 로이크가 쏘는거지?"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탑이 먹는 거는 대신 내줄 수는 있는데."


맬리건이 웃으며 꺼낸 이야기를 아우스는 차갑게 돌려주었다.


"야, 뭐라는거야? 여기 셋 중에서 제일 많이 버는 건 맬리건이잖아? 반대로 맬리건이 오늘 저녁 사야하는거 아냐?"


"엇?"


로이크도 아우스의 의견에 진지하게 동의하자 맬리건은 표정이 굳어버린다. 그녀는 설마 둘이서 자신을 공격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 지간이 조금 늦었지만 탑이 도착하였다.


잠시 후, 오늘 밤 이들에게는 각자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로이크는 조금 전의 이야기로 탑을 놀래켜 주는 것.


탑은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크게 울어버리는 것.


결국 상황에 휘말려 올해 첫 4인의 저녁을 사야하는 것은 맬리건의 몫.


한바탕 소란스러워지고 술 취한 친구들의 뒷 마무리를 하는 것은 이들의 리더 역인 아우스의 몫.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한 겨울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