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5

마의 서 - 3 페이지 [계획]

 마의 서


3 페이지




6.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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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되어 스킬러는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잠이 깬다. 몸을 뒤척이면서 부드러운 이불 감각이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지금 4성 호텔의 디럭스 룸이라는 고가의 숙박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몸으로 되새기면서 몸을 비비적거린다. 허나 몸은 오랜 세월 바깥에서 지내 왔기 때문에 아직 포근하고 보드라운 침대 속이 익숙지 않은지 온 몸이 뻐근하다. 

 입고 있는 잠 옷 또한 왠지 낯설긴 하지만 자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스킬러는 다시 잠을 청하려 한다. 


잠시 잠이 든 것 같은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 온다.

“띵동”


 벨 소리를 들었지만, 스킬러는 바로 일어나지 못 하고 몸을 부스럭 거린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안 방에서 기어 나오듯 흐느적 거리며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초인종 소리가 들려온다.

“띵동”


잠시 뒤 문 바깥 너머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스킬러는 반 쯤 잠긴 눈을 비비며 문으로 다가간다.

 문을 열고 보니 어제 방을 안내한 벨보이가 문 앞에서 식사가 담긴 카트 테이블을 가지고 서서 문 앞에서 스킬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테이블 위에 올려주게”


 그리 말하고는 스킬러는 테이블 앞 의자에 털썩 앉고, 벨보이도 카트 테이블을 밀면서 따라 들어간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아침 식사를 올려 놓는다.


접시 위에 담겨 있는 것은 샌드위치 2조각과 우유 한 잔 이었다.


“… 샌드위치로군”

“네, 샌드위치 입니다”


벨보이는 그리 말하고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스킬러는 그것을 보고 잠깐 생각하더니


“아, 그렇군, 팁!…”


그리곤 바지를 주섬 거리는데, 잠 옷이라 돈이 없었다.


“아이쿠, 내 정신 좀 봐”


그러면서 오른 손으로 저기 이마를 탁 친다.


“미안 하네만 돈이 침실에 있어서 그런데, 팁은 이따 점심 쯤에 주도록 하지.”

“아, 넵, 알겠습니다. 선생님 좋은 아침 식사 되시길”


 벨보이는 약간 아쉽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 카트 테이블을 밀며 방을 나간다. 방문이 닫히고서 나서야 스킬러는 샌드위치 하나를 들었다.


입에 넣고 씹으니 확실히 비싼 맛이 들었다.

 이미 10년 넘게 이용한 루스터 데임의 싼 샌드위치와는 차원이 다른 부드럽고 아삭하며 담백하면서 끝 맛이 여운을 남기는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를 끝 부분을 오른 손 검지 손가락으로 밀어 넣고는 아직 씹지 않은 채 우유를 마신다. 그것을 함께 입속에서 융합 시키듯 씹어 삼키며 스킬러는 아침 식사를 빠르게 마무리 짓는다.


 오랜 노숙자 생활의 습관이 자기도 모르게 남아 있다는 것을 재차 느낀 스킬러. 어제 저녁 호텔 만찬도 그랬지만, 아직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자, 그럼 어제의 뒷 부분을 계속 해 볼까”


 혼잣말을 거침없이 내 뱉은 스킬러는 방문을 잠그고 그대로 침실로 들어간다. 침실의 불을 켜고 배게 밑에 있는 마의 서를 꺼낸다.


 어제는 호텔 객실로 미용사를 고용하여 머리와 수염을 자른 후 그대로 미용 마사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대로 저녁을 방 안에서 식사 후 그대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노곤함 속에서 따스한 방 안의 온기가 그대로 피로를 감싸듯 느낀 스킬러는 그대로 침대에 들어 갔다. 그러면서 잠시 마의 서를 펼치고 두번째 소원을 빌기 위해 고심을 했다. 대략 어제 밤 잠들기 전에 소원을 다듬기는 하였으나 아직 정확히 정하진 못한 상태였다.


마의 서를 펼치자 또 다시 신사복의 고양이가 등장하였다. 이번으로 세번째 만나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서의 주인님”

“어제 밤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지”

“네 물론입니다. 어제는 두번째 소원을 빌려고 하셨죠. 자신의 온전한 건강과 불로 불사의 대한 이야기를 하셨지요.”

“음, 그래 그런데 너무 뜬금 없기도 해 불로불사 같은건…”


 애당초 불로불사 같은 불사신과 같은 존재가 될 필요가 있나? 사람은 각자 자신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서 주어진 수명은 당연하게 있다고 생각한다. 수명이 있기 때문에 생명은 자손을 남기고 그 자손은 또 다른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나간다. 

 인류라는 전체 틀로 보면 이것은 매우 낭만적이며 훌륭한 프로세스라 생각하는 스킬러.


 다만 영생의 삶을 원하는 자들도 가끔씩 존재한다.

 어젯밤의 마의 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기 마의서 첫 장에 쓰여진 15가지의 항목 말고도 남은 책 안에 페이지 안에는 당연하게도 무엇 인가가 적혀져 있었다. 

 책을 훑어본 결과 대충 절반 가량 까지는 무언가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마의 서를 손에 넣은 자들이 빌었던 소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소원은 세계의 모든 나라의 언어들로 전부 기록이 되어 있다고 했다. 

 스킬러는 그 중에서 중간 중간 영어로 기입되어 있는 소원 항목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슨 소원이 어떤식으로 기입이 되어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다만 소원이 어떤식으로 작용을 하는지 까지만 기입이 되어 있었고, 그 소원을 빌었던 자가 무엇을 했고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 궁금 했지만 스킬러는 글자가 기록된 마지막 페이지를 찾았다. 그리고 읽지 못하는 글을 따라서 역순으로 앞 쪽으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지막 소원을 보았다.


[재물]

마치 카테고리 항목 처럼 씌여 있었다. 그리고 세부 내역은 자신이 빌었던 소원이랑 같았다.


 ‘마의 서의 주인은 마의 서의 접촉과 관계 없이 자신이 입고 있는 바지 왼쪽 주머니에 자신의 왼손을 넣게 되는 것을 조건과 사용 시동으로 한다.’


‘소원을 빌었던 시기에 배경을 기준으로 하는 마의 서 주인의 국적에서 통용되는 화폐의 재산 관리 기능을 마의 서에 부여한다.’


‘통용 화폐는 각각의 실존하는 화폐의 확정된 물질 재원을 사용하여 복사 등록하며, 동일한 코드가 접근 되어진 상태에서는 즉시 새로운 코드로 재발급 된다.’


‘마의 서는 주인의 소원 사용 시동으로 마의 서의 재산 관리 기능 중 일부를 생성과 동시에 주인에게 좌표 전송 

행동을 실현한다.’


‘이 행동의 기간 제한은 마의 서의 주인의 자격 박탈 혹은 주인의 생명 소진과 동시에 조건과 사용 시동, 마의 서에 부여된 화폐 재산 관리 기능을 상실한다.’


스킬러는 순간 의아해 한다.

내가 빌었던 소원이랑 뭔가 다른것 같은 표현이 서술적으로 기입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빌었던 소원이 그대로 이행 되므로 크게 신경 쓸 내용은 아니라 생각 되었다.


‘이런 식이라면 기존의 다른 사람들이 빌었던 소원은 무의미 하겠군, 대체 무슨 소원인지 알아 먹기가 힘들겠어.’


 그러면서 시간을 들여서 앞 페이지 쪽을 천천히 읽어 본다. 애당초 외국어는 배워본 적이 없었기에 단순히 영어로만 써져 있는 소원 목록만 찾게 된다. 중간 중간에 로마자로 써 있는 유럽계 언어에 살짝 살짝 눈이 가지만 정확히 읽을 수 있는게 아니므로 넘어간다.


그러다가 스킬러는 마의 서의 고양이를 향해 묻는다.


“이 소원 리스트에 관해서 물어 볼 수 있나?”


이미 그 고양이 모습의 무언가는 한번 스킬러의 생각을 읽은 듯 대답해 나갔다.


“어제도 잠시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었을 테지만 수명이나 생명에 관한 것을 자세히 보려면 마의 서 안에서 소원을 찾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문제는 그 마의 서의 내용이 생각보다 방대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까지 많은 소원을 사람들이 빌었던 것인가?


“마의 서가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 소리를 들은 스킬러는 자신도 모르게 섬뜩함과 등 쪽에서 전율을 느꼈다. 하나가 아니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러면서 스킬러는 스쳐지나가는 기억의 단편 속에서 책 표지에 1이란 숫자를 본 것을 기억한다. 성급히 책을 닫고 다시 본 표지에는 지난번에 본 그림과 1의 숫자 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것은 숫자라는 말은?


“마의 서는 현재 6권까지 존재 합니다.”


6권의 마의 서?


“기존에 있었거나 현재 존재하는 다른 마의 서의 [서의 주인]에 대한 것은 규칙 상 언급할 수 없습니다만, 마의 서의 관한 것이라면 이야기 해드릴 수 있습니다.”


스킬러는 이에 마의 서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몇 가지 묻는다.


“우선 소원을 모두 이룬 [마의 서]는 항목에 따라 이 세상에서 소멸하게 됩니다. 모든 마의 서가 세상에서 전체적으로 소멸 되면 그 차례의 [마의 서] 분기가 끝나는 것이죠. 그리고 다시금 [마의 서]의 분기가 새로 시작 됩니다. 새로 시작 됨과 동시에 마의 서의 숫자가 늘어나게 됩니다.”

“마의 서가 계속 늘어 난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입을 닫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 마의 서는 6권이라 했으니 1권 부터 시작해서 5번 증가했다는 말이다. 이번은 6번째 마의 서 분기라는 말이군.


“그렇죠”

“그렇다면 대체 마의 서는 어떻게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거지? 마의 서는 무엇 때문에 존재를 하는 것이야?!”


스킬러는 매우 흥분된 상태에서 고양이에게 재촉하며 물었다. 모자에 침이라도 튄 것 처럼 모자를 내려 발 등으로 천천히 닦는 시늉을 하는 고양이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하나씩 대답해 드리죠. 우선 마의 서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가? 그것은 마스터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터? 새로운 용어인가?


“마(魔)의 마스터라고 우리는 부르고 있습니다만, 헷갈릴 수 있으니 이걸 마(魔)스터라 줄여서 부르고 있습니다.”


그 마스터란 대체?


“마스터는 엄청난 힘을 가진 옛날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무슨 목적과 무슨 이유로 이 힘을 사용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우리들 서(書)가 알 수 있는 것은 마스터가 규칙을 가지고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의 서]를 만들었다는 것. 마의 서는 분기가 넘어 갈 때 마다 늘어 나는 것. 이 정도겠지요”

“[마의 서]의 다른 [서의 주인]의 대해선 언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 마스터라는 것은 서의 주인이 아닌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우리 서를 만든 주인이지만, 마의 서를 가진 적은 없습니다.”


마의 서를 가진 적이 없다? 과거형의 이야기로군.


“계속해서 어떻게 소원을 이루어 주는가? 이 이야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먼저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어려운 이야기인가…

고양이는 피식 웃음을 짓고 말을 이어 나갔다.


“마의 서는 현세에 출현하면서 바램의 염, 세상의 모든 바램을 모읍니다”

“바램을 모은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사고를 가지고 있는 모든 생명은 무엇 인가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사랑하던 남자를 전쟁터로 배웅하는 여자는 남자가 무사히 귀환하기 [바라는 마음], 도시 하수구 밑을 무리 지어 먹이를 찾는 새앙쥐는 오늘 하루 먹을 식량을 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시험 공부를 하던 학생이 시험지를 받기 전에 공부했던 내용이 시험에 나오길 [바라는 마음], 드 넓은 초원에 비옥한 땅을 차지한 가젤 무리가 새로운 우두머리를 정하기 위해 자신이 수컷의 대표가 되기 위하여 싸움에서 이길 것을 [바라는 마음], 이러한 모든 행위 속에서 깃들어 이는 바램이 바로 그것입니다.

“… 그러한 바라는 소망은 누구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바랄 수 있지요. 하지만 바란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지요. 바램을 통해서 생성되는 상상의 힘, 상상 속에서 존재 할 수 있는 허구의 에너지. 실존하거나 이루어 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에너지 자체가 바로 [염念], 바램의 [염]이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고양이의 모습을 한 책이 하는 소리는 처음 듣고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 이었다.


“사람이나 동물들은 강한 바램을 가질 경우 강한 [염]을 발하게 됩니다. 이것은 전기적 사고를 하는 뇌에서 생명체의 눈으로는 식별하지 못하는 아주 희귀한 타입의 염파(念波)입니다. 염파는 아직 사람의 힘으로는 식별하기가 힘들지요. 이 염파들을 마의 서가 모을 수 있게 되고 그 모아진 염파의 바램의 [염]을 통해서 마의 서는 소원의 힘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염파라… 처음 듣는 말이다. 그렇기에 점점 더 내용이 어려워 지는 것 같다.


“조금 더 예를 들자면 사람들 중에서 강하게 자신의 [염]을 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처럼 느끼게 되지요. 반대로 타인의 염파를 쉽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런 행위를 일종의 텔레파시라고 부릅니다.”


텔레파시 사람의 생각을 서로 전달하여 주고 받는 행위, 일종의 초능력이라 생각하던 힘이 아닌가.


“염파를 누구가 주고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초능력이라 부를 수 있겠지요. 또한 사람이 죽기 전에 발하는 강한 [염], 특히나 원한을 가진 염원 같은 경우 강한 [사념]은 죽기 마지막 직전에 발하는 염파이기 때문에 파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흔히 속세에 오랫동안 쉽게 지워지지 않고 파장이 떠돌며 남게 될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사람들은 [고스트]라고 부르지요.”


유령… 사람이 죽게 되고 남는 것들.


“[염]의 힘은 매우 강력합니다. 더구나 동일하게도 무언가를 바라는 바램의 [염]은 동일한 에너지를 가지고서 쉽게 모일 수가 있지요. 그 힘을 통해서 [마의 서]의 [서의 주인]은 이른바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 입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 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바램의 힘은 결국 빌었던 소원을 하나의 힘으로 에너지를 합하고 그것을 모두가 원했던 바램이었던 것으로 조작하여 세상을 뒤바꾸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것은 즉, 신의 힘, 권능이 되는 것입니다.”


권능이라 참 거창한 소리이다. 나는 일개의 한 사람으로서 그 권능을 함부로 행사해도 되는 것인가?


“바램의 [염]을 통해서 권능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그것은 스스로가 제한적인 조건을 통한 세가지의 소원, 어떻게 사용을 해도, 어떠한 방식으로 써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한 당신은 선택이 된 것이 아닙니다. 우연이 필연이 되었을 뿐.”


선택 된 것이 아니라고? 그게 무슨 말이지?


“마의 서는 새로운 분기로 세상에 발현될 때, 어디에선가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의 서가 바로 옆에 놓여져 있어도 신경을 쓰지를 않죠. 도서관에 책 사이에 꼽혀 있어도, 캐비넷 안에 물건들과 보관이 되어 있어도, 영화관에 영화 팜플렛 구간에 놓여 있어도, 부엌에서 뜨거운 냄비 받침으로 쓰고 있어도, 테이블 다리가 부셔져 높이를 맞추기 위해 다리 밑에 받쳐져 있더라도, 심지어 이번 처럼 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 안에서 나온 책 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그렇다. 스킬러는 애당초 본인이 주은 책이 아니다. 쓰레기 속에서 나왔던 책을 단지 유심히 지켜 봤을 뿐이다.


“책을 우연히 펼쳐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르는 언어이기 때문에 관심 없이 덮어 버리지요. 읽어보려고 하는 [바램]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책을 읽어보는 자는 우연 속에서 필연을 만들어 낸 것 뿐입니다. 우연히 낮은 확률의 복권이 당신 손에 들어갔고 당신은 그것이 당첨된 복권인지 모르고 확인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가. 스킬러는 복권의 당첨된 것이라 생각을 해보니 비교적 운이 매우 좋은 것인가? 오랜 고난 끝에 복이 온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런가? 스킬러는 어제부터 새로운 소원을 빌기 위하여 고심했다. 우선 마의 서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지만 정작 다른 소원을 빌었던 자들에 대해서 마의 서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과거 누군가 빌었던 소원은 마의 서 내에서 찾아야 했다. 스킬러가 새롭게 빌려고 하는 소원은 간단했다. 바로 생명연장. 


재산과 돈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한다. 이 많은 부를 통한 사치를 누릴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재산이 많은 자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는 있지만 수명은 그렇지 못했다. 인위적으로 잠시동안의 수명 연장이나 유지는 가능하지만 수명 자체를 돈으로 주고 살 수는 없다. 스킬러는 주머니에서 약 $1000 정도 꺼내 썼지만 이미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갑부보다 더 돈이 많다고 자부할 수 있었고, 침대 위에 누워서 머리를 배게 위에 올리고 누워서 이 두번째 소원에 대해서 갈구하고 있었다.


스킬러는 책을 계속 뒤적거리면서 몇 가지 비슷한 소원을 찾아 내었다.


[불로] 늙지 않는 소원.

[영생]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것.

[무병장수] 병에 걸리지 않고 수명의 길이를 늘리는 것.


여러가지 소원이 있었지만 스킬러는 이 소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마의 서의 첫 15가지 항목 때문이었다.


5. '"서"의 소원의 갯수는 규칙을 제외한 어떠한 방법이나 소원으로도 늘이거나 줄일 수 없으며 "3개의 소원" 중에서 동일한 소원은 성취 할 수 없다


6. "3개의 소원"은 반드시 "서의 주인"이 "서"를 들고 펼친 상태에서 소원을 빌어야 하며, 소원의 내용은 되도록 구체적이어야 하고, 한번 성취한 소원은 더 이상 수정이 불가능하다


7. '"서의 주인"은 본인의 의사로 계약을 해제 할 수 없으며, 소원으로 계약을 해제 할 수 없다


8. '"서"가 훼손되는 경우 "서의 주인" 과 "서의 임시 소유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에 상응하는 피해를 입는다


9. '"서의 주인"은 언제든지 "서"에게 "서"와 소원의 관한 모든 것의 대한 질문을 하여 그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10. '"서"가 이루어줄 수 있는 소원을 성취한 "서의 주인"이 본인이 성취한 소원으로 후회, 죄악감, 허무함, 허탈함, 공포, 거부감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 성취한 소원에 따라서 리스크를 가지게 된다


해당 항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8번과 10번.


 [마의 서]가 훼손 되는 것으로 상응하는 피해를 입는다는 것과 성취한 소원으로 후회, 죄악감, 허무함, 허탈함, 공포, 거부감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 소원에 따라 리스크.

 즉 [마의 서]는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소원을 이루어 주는 이 매개체인 책을 훼손하면 피해, 소원이 대한 거부감이나 후회가 강하다면 리스크를 가진다고 서술되어 있다.


 여기서 훼손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다고 써 있다. 즉 상시 [마의 서]는 소중히 보관을 해야한다.

 지금 여기 호텔에 머물러 있지만 이 곳도 어디까지나 대실하는 장소 일 뿐. 나의 확실하고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지불한 액수에 따른 보안성과 서비스를 대접 받는 것. 그렇다면 우선은 돈을 이용해서 개인 주거를 알아 보는 것이 가장 오른 방법 이겠지.

그리고 소원을 통해 꺼내는 돈은 $1 지폐로 200장, $200 뭉치

생각해 보면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럴 줄 알았다면 $1로 200장이 아니라 $100로 100장 정도로 할 것을 그랬나?


스킬러는 소원의 착오가 있었다고 후회함과 동시에 아차 하고 깨닫는다.


성취한 소원의 후회를 강하게 가져선 안돼. 그에 따른 리스크가 생긴다고 했어.


 이미 소원은 이루어진 상태고 소원의 내용 또한 변경이 불가능 하다. 그렇다면 그 소원은 그대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앞으로 막대한 재산을 사용하기 위해선 $1 지폐의 돈다발은 너무나도 번거롭고 귀찮은 것이다. 

소원을 빌 당시 스킬러는 오랜 노숙자 생활이기도 했고, [마의 서]에 신뢰감을 가지고 소원을 이루려 했던게 아니었기에 눈 앞에 당장 돈이 필요했었을 뿐의 소원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돈을 넣고 다닐 튼튼한 케이스가 필요하겠군. 듀랄루민 하드 케이스면 충분 할 것이야.

 항공기에서도 사용이 된다는 합금 소재인 듀랄루민으로 테두리를 보강한 하드 케이스로, 스파이 영화등의 단골 소재로서 등장하기도 한다. 우선 이 튼튼한 케이스를 구입해야 하는데 이것은 구매할 장소를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 스킬러. 그에게는 일반인에게 마땅히 소지해야할 휴대폰이나 통신 미디어 기기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구매할 장소를 찾아야 하겠고…

 그러다 떠오른 것은 어제 호텔 프론트에서 본 컨시어지. 듄건이란 사내였다. 그렇지, 호텔 컨시어지를 이용해서 가방을 구매할 곳을 찾아 달라 부탁해야겠군. 그렇다면 우선 그것은 컨시어지에게 맡기기로 하고, 그 후에 가방이 구매되면 부동산을 알아보기로 하지.


스킬러는 스스로 앞으로 헤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고민했던 두번째 소원. 결국 계속 생각했던 것은 리스크, 누군가 막대한 수명과 관련된 소원은 빌었을 것이지만 그 자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한번 영생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피해나 리스크를 얻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영원한 생명은 선택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수명을 조금씩 늘리는 방향성, 가급적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그러려면 어떻게 하는게 좋지?

젊었을 때는 병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자신이 노숙자 생활을 오래하며 기력이 전부 쇠퇴하고 허리나 무릎이 아프고 피부가 헐어서 간지러운 등 멀쩡한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 젊음… 젊음을 고르는거야,

 으음… 하지만 영원한 젊음은 주변에서 의심받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할 수 있어야해 조절이 가능한, 아 그렇지만 사람이 갑작스럽게 바뀌면 주변에서 또한 의심할 수 있어…


 생각이 점차 신중해 지는 스킬러. 그리고 아까 마의 서 고양이가 말 한대로 스스로가 소원에 제약을 걸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믿고서 한번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그렇게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또한 모 처럼의 얻은 기회를 쉽게 흘려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신중히 또 신중히 선택한다.


‘좋아 그렇다면 이거라면 큰 문제가 없을거야’


“마음의 정리가 끝난 모양이군요. 두 번째 소원을 빌어 보시겠습니까?”


마의 서의 고양이가 말을 하고 스킬러는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의 생각은 이미 읽어서 소원의 내용은 유추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소원서의 항목을 좀 더 읽어보셔서 아시겠지만. 본인의 입으로 직접 소원을 빌어야 합니다.”


“그래, 나의 두 번째 소원은 내가 젊어지는 능력을 얻는 것이다. 그… 조건은 하루에 한번 내가 있는 위치에 시간 상으로 아침 6시 부터 9시 사이에 내가 거울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젊어진다] 라고 말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자.”


“네, 계속하시지요.”


“그럼 나는 나의 모든 것이 과거 1년 전으로 젊어져, 근육도, 뼈도, 신경도, 혈관도.. 아 나의 기억은 그대로 남고,”


“네”


“그러면서 동시에 내 몸에 안 좋은 요소들은 전부 제거 된다. 병이나, 상처나, 바이러스 같은… 그런데 이렇게 동시에 여러가지를 이룰 수 있나?”


“상관 없습니다. 하나의 소원으로 묶는 것이지요. 그럼 이제, 소원을 전부 생각해 낸 듯 하군요.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소원을 한번 정리해 볼까요?”


“아, 그래”


스킬러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헛기침으로 목을 한번 가다듬고 스킬러는 다시 한번 말을 한다.


“두 번째 소원은 하루에 한번 아침 6시에서 9시 사이 경, 내가 거울을 보고 [젊어진다]라고 말을 하면, 나의 수명은 1년 전으로 되돌아가면서 기억 외의 모든 것이 젊어지고 육체 또한 과거의 1년 전으로 되돌아가, 그러면서 동시에 나의 몸에 병, 상처, 바이러스 같은 것들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좋습니다. 두 번째 소원은 하루 중 오전 시간에 한하여 1회 [젊어진다]를 말함으로써, 본인의 기억을 제외한 모든 육체 구성 요소와 건강 상태는 과거 1년 전의 모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본인에 몸에 유해적 물질이라 판단되는 요소들은 빠져나간다. 이것으로 좋습니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소원의 내용은 복언하면서 약간 달라진 것 같지만, 마의 서에 기입되는 내용도 그렇고 그런 시스템 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의 모습은 ‘펑’ 소리와 함께 작은 먼지 구름과 함께 사라지고, 어두웠던 주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것으로 스킬러 자신은 두 번째 소원도 빌었다.

 소원을 빌기 위해서 후다닥 화장실로 급하게 향한 스킬러, 문을 급하게 열고 성급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 가려다가 바닥 물기에 미끄러진다. 급하게 세면대를 한 손으로 잡지만, 무게 중심을 못 잡고 결국은 쿵 하고 턱을 바닥에 낙하시킨다. 

 쿵, 으윽! 스킬러는 고통을 이겨 내면서 천천히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살짝 빨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턱을 보면서 약간 인상을 찌푸린다.


‘너무 지나치게 흥분 했군, 성급했어,


스킬러는 바로 거울을 보면서 말한다.


“젊어진다”


그 말과 동시에 방금까지 아파오던 턱의 아픔이 싹 가시었다.


“엇?”


 자기도 모르게 놀란 스킬러.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앓고 있던 요통이나 무릎 통증 같은 것도 아픔이 사라졌다. 스킬러는 고개를 돌리면서 자신의 몸 아래 쪽을 이곳 저곳 한참 살펴 보더니 다시 거울을 본다.


‘노안… 주름 같은 것을 보았을 때는 아직 1년이 젊어 진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확실히 아픔이나 병 같은 곤 사라졌어… 만약 이 소원 대로라면 1년이 젊어진 것 일테고… 매일 젊어 진다를 한 달 동안 반복하면 30년이 젊어지니 20대 모습으로 되 돌아 가겠군’


그러면서 스킬러는 고개를 들고 턱을 쭈욱 내밀어 올려 자신의 턱 주변을 한 손으로 만져 보면서 내려본다.


‘확실히 갑자기 젊어지는 것 보다, 내 스스로 나이를 1년 단위로 조절하면서 멈추고 싶을 때는 멈추고, 또 필요할 때는 다시 젊어지는 것이 좋겠어.’


만약 스킬러가 갑작스럽게 젊어 진다면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여길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조절하면 돼, 급할 것 없어. 그렇게 생각한 스킬러는 [미다스의 손] 처럼 자신도 조절하지 못하고 무엇이든 황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보다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스스로의 제어 하에서 조건이 붙는다 해도 조금씩 변화 시키는 능력이 조금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에겐 세번째 소원에 앞서 이제 장대한 계획을 준비하는 것 만 남았다.


우선은 자신을 배신한 친구와 아내에 대한 복수.

자신을 오랜 고뇌와 고통의 시간을 안겨준 그 둘에 대한 복수를 이루어 낼 필요가 있다. 그에 상응하는 것으로 되 갚아 줘야 한다고.

그리고 어제 알게 된 자신의 딸. 자신이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늦은 나이에 낳았던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딸을 확인하고 그녀의 안위와 주변 환경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 번째 목표는 딸의 행복. 그 전에는 딸과의 재화가 두 번째 였지만, 자신의 삶의 전환점이 된 어제, 소원 하나를 빌고 나서 바로 자신의 딸과 조우 했다. 이것은 운명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스킬러는 자신에게 확실한 재물과, 이미 잃어버렸지만 그것을 다시 채우고도 한참 남을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수 할 것인가?

사람을 고용해서 둘을 납치 한 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려? 아니야, 원인은 제거 되지만, 그렇게 한번에 끝내기엔 이제까지 받아온 피해가 너무 커.


 좀 더,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조금씩 불안감을 주면서 그들이 방법을 찾지 못하도록… 그래, 더구나 법적으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도록…


 스킬러는 과거 자신이 뒤 늦게 사태를 깨닫고 늦은 대처를 하다가 이미 법적으로도 자신을 지키지 못했으며, 아메리카의 법으로는 자신이 불리해 질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재력은 법을 이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스킬러는 자신의 재력으로 어떻게 해서든 정치계나 사법계의 인물들과 친분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재산이 많은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뜬금없이 재산을 많이 가진 부자로 등극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자신이 부를 일으킨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것은 역시나 기업…

거대한 기업으로 부를 얻게 된다면 자연스레 사람은 모일 터… 


과거 스킬러는 보석상 운영 중에서 늘어나는 사업권에 비하여 그것을 받쳐줄 주변 인물들이 부족했다.


역시 인재… 인재가 필요해… 이번에는 확실하게 믿을 만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필요해!

어떻게 해서든 우선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킬러는 원대한 계획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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