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6

마의 서 - 11 페이지 [그 대학생들은 범죄를 기피하지 않는다.]

마의 서


11 페이지


 15. 그 대학생들은 범죄를 기피하지 않는다.






————————————


[마의 서]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대변자들이 계약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만 그들의 기억과 모든 정보를 아는 것은 아니다.


노벤 톨 세이프. 제 2권의 [마의 서] 주인.

오히려 학식, 지식, 학력 수준만 비교한다면 다른 마의 서의 주인들 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아버지는 케냐인, 어머니는 캐나다인의 혼렬로, 바르덴부르크 증후군(Waardenburg Syndrome)을 가진 흑인으로 푸른 청색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첫번째 소원을 [마의 서]를 통해서 이루고 난 후 잠시 앉아서 목록 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읽어보았다. 점심이 지날 무렵 그는 책을 다 읽었는지 그것을 덮고 잠시동안 곰곰이 생각을 한다.

‘음, 별 생각 없이 계약하고 소원을 이루긴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 물건이었군.‘

그는 다시 책을 열고 유령과 잠시 이야기 한다.

“야 얼라야, 이 책의 규칙이 적혀진 요 있잔응가, 한 번 훑었다 아이가”

“그런데?”

“야, 이거 걸리는 내용이 쪼메 많구마잉”

“걸리는 내용이라 한다면?”

”아따, 목록에 언급이 되어 있는거 뿐이지, 내가 떠 안는 리스크가 허벌나게 많아부러야!“

”음… 뭐 읽기도 전에 계약을 해버렸으니.“

”워메 이거 보소. 완전히 사기꾼이었구마잉“

”아니 무슨 소리야. 대변자로서 [마의 서]에 관해 물으면 무엇이든 대답할 의무가 있다. 뭐든지 묻기만 하면 된다.“

유령은 조급해 하면서 말했다. 이미 첫 번째 소원을 이루었고, 그 힘을 행사 했으면서도 사기꾼 소리를 듣는 것은 [마의 서] 대변자에게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려. 그럼 요 보니 목록에 써 있구마잉. 복수의 [마의 서]. 그니께, 이 소원을 들어주는 요 책이 여러권 있따~ 이 말이구마잉.“

”그렇지“

”그랑께, 그럼 이게 총 몇 권이여?“

”현재 6권이다.“

”허허, 현재가 6권이라는 말은 과거엔 달랐다는 말인가 보구마잉.“

”그렇다. 모든 소원을 이루어준 [마의 서]는 존재가 잠시 사라지며, 모두 사라지면 100년 뒤 다시 부활한다. 책의 숫자가 한 권 늘어나면서 말이지.“

”그 말은 처음엔 한 두권으로 시작했다는 말 아이가.“

“그래, 가장 처음은 하나로서 시작을 했지.”

“워메. 클나부렀네.”

“무슨 말이지?”

“아따 이 문디자슥. 아 맞따. 니 머리가 없다 캤제. 원하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책이면 억수로 좋은거 아이가?”

“… 그렇지.”

“세가지 소원 다 빌은 다른 계약자들이 당연히 소원 더 이루고 싶어할 꺼 아이가?”

“… 그렇겠지.”

“그라몬 당연히 다른 사람이 가진 책도 갖고 싶어 할꺼 아이가.”

“그래, 그렇겠지.”

“아이고, 클나부렀네. 그럼 소원으로 남 죽일라고 달라드는 것들이 다른 사람꺼 뺏으로 올꺼 아이가?!”

“그래. 그럴 수 있지. 그것이 끝 없는 욕심이니깐.”

"그라믄, 이 사람들 중에, 필시 총 같은거 가진 사람이 올끼다."



유령은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방금전 까지 똥 어쩌고 하던 사람이라고만 생각한 바보 였는데,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현 상황을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마의 서]라는 단편적인 수단으로.

”일딴은 내 쪼메 생각을 해봐야 쓰겄따.“

노벤은 책을 덮고 일어서 [마의 서]를 자신의 책장에 꼽아 넣었다.

노벤의 책장은 두꺼운 전문학 관련 서적들과 함께 꼽혀졌고, 일일이 찾아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 정도의 카모플라쥬를 형성하였다.





이상한(?) 소원을 빌긴 했지만 노벤은 [마의 서]의 거대한 힘에 대해서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힘이 앞으로 자신에게 해가 될지도 모를꺼라 생각했다.

지금 까지와는 다른 일상이, 앞으로 자신에게 벌어질 위협이 발생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안정적인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겠지만, 사건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운 좋게 주은 주인 없는 황금을 뒤 쫓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색다른 오전을 보낸 노벤은 다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등 빈둥거리며 자신의 여가 시간을 즐겼다. 마음 가짐을 새로 하고 새롭게 기분 전환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리스와 레즈넥은 기숙사로 돌아 왔다.

“여어, 왔다. 노벤”

“톨, 식사는 했냐?”

“얼라들 왔냐, 밥은 아까 묵었지.“

레즈넥은 곧장 방안으로 들어가서 허브볼이 들어 있는 박스를 주섬거리며 확인한다.

“헤이. 레즈넥! 급하기도 하네. 일단 가방부터 정리 좀 해라.”

“시끄러.”

크리스의 잔소리를 흘려버린 레즈넥은 물건에 집중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그런 레즈넥에 관심도 없다는 듯 소파에 앉아 있는 노벤 옆 자리에 앉는다.



”오늘 교양 강의 중에 여자 애들이 너 왜 안 나왔냐고 묻더라.“

”워메, 그려~? 나 찾는 가스나도 있는가? 시간표 괜히 바꾼거 아이가 모르겠꾸마.

”하핫, 노벤. 니가 몰라서 그런가 본데, 니 말투 재밌다고 너 좋아하는 애들이 좀 있어!“

”아따, 그라믄 안되는디.“

”안된다니?“

”시방 내가 인타네이숀이 좀 안좋잖여~. 그래서 억양 교정 연습을 조까씩 하고 있따아이가“

”카하핫! 야. 관둬라.“

”워메, 시방 지금 내를 무시하는거시여? 내도 한다믄 하는 사내라니깐.“

”ㅋㅋ 그건 공부 이야기지. 야. 때려치고 그냥 그대로 해라. 푸른 눈의 흑인인 노벤이 정상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위화감 겁나 심할 것 같다. 그거 너의 심볼이야.“

”아이고, 이를 으짜쓰까. 일단은 고것이 너으이 어드바이스라 생각하고 받아 들여불랑께.“



노벤과 크리스는 시시덕 거리면서 이야기를 즐겼다. 그리고 곧 이어 레즈넥이 나와서 말한다.

”야! 물건 확인 했다. 판매 나가자.”

”야 레즈넥. 오늘 우치야마 강의 늦게까지야.“

”톨 있잖아.“

”야이 멍충아! 노벤은 우리랑 다르게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놈이잖아!“

”아, 또 미친소리하네. 노벤이 머리 좋은건 나도 알거든? 근데 가끔씩 너 없을때도 톨이랑 우치야마 셋이서 판매 갔었다.“

”노벤. 그게 정말이야?“

”얼라들아. 일단 좀 침착하그레이. 뭔데 그리 허벌나게 바쁜척하는기고. 급할수록 돌아가랑께 라는 속담도 모르는기가?“

노벤은 두 친구들을 성난말을 다루듯 손짓으로 릴렉스 컴다운을 이야기 했다.


“톨, 오늘 가능하면 이거 다 팔아야한다니깐!”

“야. 이따 5시에 탑 선배랑 다 같이 만나기로 했다니깐. 우치야마도 강의 끝나고 바로 약속 장소로 향하기로 했고.”

“하이고, 안되건네 이 머시마들. 내 오늘 아까 특별한 저주의 힘을 깨우쳤다 아이가.“

”톨은 또 뭔소리 하고 자빠졌어.“

“참말로 안되겄네. 인생을 속꼬만 살았는기가.”

노벤은 안쓰럽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고 머리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노벤. 무슨 저주의 힘인데. 한번 해봐.”

“하모. 내가 이 저주의 힘으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몬하는 레즈넥에게 고통스러운 저주를 내려삔다 아이가.”

“핫! 웃기고 있네.”

노벤은 그런 소리를 하면서 주변의 ’그 기운‘을 느낀다.

’으음, 저기 일렬로 가느다랗게 있는게 하수구인가… 그렇다면 저기 모인게 정화조겠군‘

노벤은 소원의 힘을 여과없이 사용했다.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힘을 테스트 해볼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정화조 쪽에 있는 ’그것‘을 주먹 정도 크기를 뭉친 노벤은 그것을 레즈넥에 몸 속에 집어 넣었다. 몸 안에 있는 것을 꺼낼 수 있다면, 반대로 바깥에서 몸 안으로 집어 넣는 것도 가능 할 것. 그것도 타인의 몸으로도.

노벤이 눈썹을 찌푸리며 힘을 주자 레즈넥이 갑자기 경직되어 표정을 바꾼다.

눈이 휘둥그레 해진 레즈넥은 식은 땀을 흘린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신경과 위화감이 복부 하부에서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의 불길한 기운을.

갑작스레 항문에 힘이 쏠리기 시작한다.

”어,어…. 어, 억….“

레즈넥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천천히 몸을 돌리고 화장실 쪽으로 경직된 몸으로 살금살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 레즈넥? 야?, 뭔데?.“

”보았는기가? 내 저주의 힘 어떤고? 참말로 무섭지 않은기가?“

”노벤. 뭐 했냐?“

”내 저주의 힘을 받으면 큰일난다 아이가. 허벌나게 똥떵이를 싸고 싶어진다 아이가.“

”크하하하하! 그게 뭐냐! 카하하하! 무슨 저주가 그래! ㅋㅋㅋ”

방안이 떠나갈 정도로 시끄럽게 크리스가 웃으면 뒤로 넘어간다.

그 소리가 화장실로 들렸는지 레즈넥이 크게 화를 낸다.

”크리스! 톨! 시끄러워! 좀 있다 두고보자!! 끄응…“

레즈넥의 말을 듣고 크리스는 결국 웃다 자빠졌다. 재기불능의 웃음으로 한바탕 소란스러웠고, 잠잠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야, 톨. 대체 이게 무슨 저주의 힘이냐? 평소보다 냄새도 독하고… 엉덩이는 이상하게 아프네…“

아마 그건 원래 그게 니 몸속에 있던 똥떵이가 아니었기 때문인기라 라고 말을 할 수 없는 노벤이었다.

”긍께. 일딴은 진정이 된것 같은디, 판매할 곳은 정해 놓은기가?“

“아 그래, 짐 챙겨 바로 가면 5시 전에는 끝낼 수 있어.”

노벤과 크리스는 레즈넥의 말에 따라 그가 미리 나누어 놓은 스포츠용 더플 백 3개를 들었다. 각각의 더플 백에는 큰 것과 작은 것으로 나누어진 허브 볼이 들어 있었다.

집을 나서면서 크리스가 레즈넥에게 묻는다.

”레즈넥. 거래 상대는 몇 명인데?“

“오늘은 세 팀이야. 오늘 다 팔면 한 동안은 또 돈 걱정할 필요 없어.”

레즈넥은 집 앞에 주차된 세단에 운전석에 앉는다.
노벤과 톨도 짐을 나눠 들고 트렁크에  더플 백을 싣고 둘 다 뒷 좌석에 탄다.

“야! 한 명은 앞에 타야지.”

“이보게, 운전 기사. 노벤 회장님 정중하게 모시거라.”

“아, 예, 예써.”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차량은 출발한다. 



예전에 레즈넥은 학생 할인으로 비교적 싼 값에 이 차를 구입했는데, 당연히 구매 비용은 허브 볼을 팔아서 충당했다.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허브 볼 경유 판매는 물건을 공급 받을 수단이 있다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꿈의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다. 운 좋게 레즈넥은 어떤 경유를 통해 던치 코건의 부하인 클리커가 만들어 놓은 마약관리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경로로 연결되어 이것의 물건을 던치 코건 일행을 거치지 않고 몰래 인터넷으로 매매하여 공급 받고 있었다. 이 허브 볼 판매로 자신들의 학교 내의 권력 히에라르키 피라미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즈넥은 허브 볼 판매를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이 정부로 금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레즈넥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 또한 법을 어기며 금품을 주고 받으며 로비를 행하고 있다. 법에 저촉 되더라 하더라도 이는 자신들의 정당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첫번째 구역에 도착해서 레즈넥 일행은 듀플 백 하나를 꺼내서 그대로 판매, 동일한 크기의 돈이 든 듀플 백을 건네 받는다.

두번째 구역 마찬가지로 거래를 했다. 


상대방 차를 먼저 보내고 셋은 차 앞에서 돈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한다.

“레즈넥, 오늘은 생각보다 수월할 것 같은데?”

“아니, 아직 몰라 끝까지 가봐야지.”

크리스는 순조롭게 진행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레즈넥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권총은 잘 챙기고 있지?”

“당연하지, 출발할 때 부터 차고 있었지.”

“내는 읎따.”

레즈넥은 자신의 안 주머니 안에 있던 권총을 노벤에게 넘겨준다.

”레즈넥. 뭔가 불안해?”

“그래. 세번째 거래 상대는 이번이 처음이야. 그리고 느낌이 좀 안 좋아. 크리스 너도 조심해.“

”알았어. 것보다 나는 노벤이 더 걱정인데.”

“아따. 얼라야. 니 머스마가 아니고 가스나인기가. 걱정 콱 붙들어 매뿌삐라.”

노벤의 말에 크리스는 웃으며 차 뒷 자석에 탄다. 노벤도 말을 계속 이어가며 차에 타고, 레즈넥은 돈이 든 듀플 백을 트렁크에 넣어 놓고서 다시 차를 운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이동하여 세 번째 거래 장소로 간다.

그 곳에선 이미 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 측은 차량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레즈넥은 예상 했다는 듯이 말한다.

“안되겠는데… 일단 둘 다 각오는 해라.”

노벤과 크리스튼 고개를 끄덕였다. 노벤도 이 분위기의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하다 못해 이 곳에서 내가 이 둘의 도움이 되어야지. 이 상황은 앞으로 있을 일들에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



차에서 먼저 내린 레즈넥은 조금 떨어져서 주차 중인 상대차 앞에 서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말을 건다.

“허브?”

“아 맞아. 우리다. 물건은 제대로 가져왔겠지?”

“그래. 돈을 보여줘.”

“아니아니, 물건을 먼저 보여 주는게 우선이다. 혹시 그쪽에서 사기를 치는 걸 수도 있잖아?”

“…“

상대방 리더로 보이는 인물의 말이 끝나자 차에서 내린 크리스와 노벤은 트렁크에서 허브 볼이 담긴 듀플 백을 꺼낸다.

크리스는 그것을 들고 차 앞쪽으로 이동하여 땅에 떨어트린다.

”어이, 장사 한 두번 해? 물건을 보여줘야지.“

크리스는 땅에 떨어진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안에는 볼링공과 비누케이스가 여럿 들어있었다.

그것을 본 상대편 청년들은 화가 난 듯 총을 꺼내 들고 말한다.

”시발 것들이! 이건 허브 볼이 아니잖아?! 어디서 장난질이야!“

그것을 본 레즈넥이 대답한다.

”어이 너네들 허브 볼 처음 보냐?“

”웃기지마! 이게 무슨 허브 볼이야?!“

”요즘 허브 볼은 규제 당해서 원래의 형태로 팔지 않아. 요즘은 다 이렇게 위장된 모습으로 나오지.“

”헛소리 집어쳐!!!“

상대방 리더는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권총의 장전을 한다.

”이봐.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가방을 들어봐. 볼링 공 모양이 여럿 들어 있다. 이게 진짜 볼링 공이라면 한 손으로는 들 수 없을 거다.“

그 얘기를 들은 상대방 리더는 뒤에 서 있는던 남자 하나에게 고개를 살짝 들어 지시를 하고 남자는 총을 뒷 주머니에 집어 넣고 가방을 향해 걸어간다.

가방을 한번 가볍게 훑어 본 청년은 가방을 한 번 들어본다. 생각보다도 아주 가볍게 그 가방을 들 수 있었던 남자는 그 가방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가장 쪽으로 얼굴을 들이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맞는다.

비누 냄새인지 허브 냄새인지 혼동을 하는 것 같지만 조금 더 냄새를 맡아보더니 자리에 일어서서 말한다.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냄새도 허브 볼 향이군요.“

”그런가 진품일 수도 있다는 건가… 가방을 가지고 와.”

“기다려. 이쪽은 물건을 오픈했다. 너네도 돈을 보여줘.”

“아니지. 이 물건이 진품인지 확인이 안됐어. 돈은 나중이다.”

그 말을 듣고 레즈넥은 흥분해서 상대방에게 달려 드려한다.

“이봐. 초보자들! 거래 처음하나? 물건을 확인했으면 돈을 꺼내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것을 보고 상대편이 선 남자들은 들고 있는 총을 올려 사걱 자세를 취한다.

“이 자식들이…”

“레즈넥, 함부로 움직이지 앉는게 좋겠어. 녀석들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돈을 넘길 생각이 없던거야.”

크리스가 넌지시 레즈넥에게 말한다.

안 좋은 예감이 빗나가길 바랬지만 그렇지 않았다. 앞에 두 건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도 있지만, 설마 아니길 바란 것은 불과 몇 초 전의 레즈넥이다.

놈들은 총기를 이용한 허브 볼을 갈취할 것이 틀림 없었다. 이쪽은 세 명, 그것도 총기는 두 명. 그것도 일반 권총. 상대는 5명. 1명은 가방을 짊어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총기를 들고 있는 상대가 4명, 더구나 한 명은 기관단총. 이미 무기 자체가 이 상황을 유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그냥 녀석들이 원하는데로 놔두기엔…”

“야, 잘 못 하면 뒤지는 수가 있어. 이 상황에서 어쩌려고? 경찰이라도 불러? 잡혀가게?”

허브 볼을 파는 것 자체가 합법적인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그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법적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정해진 법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자들은 당연히 그에 따른 리스크로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레즈넥은 빠르게 계산을 해본다. 현재 들고 온 허브 볼의 수량에 대한 값어치. 방금 2회분을 팔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적으로는 상당히 이익인 상태이다.

애초에 1/3을 팔았을 때 이미 본전은 찾은 상태. 그렇지만 세 번째 까지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4인이서 생활을 하며 노는데 까지 들어가는 돈을 전부 충당할 수 있다.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돈이다. 레즈넥은 상대의 숫자에 따른 공포보다는 이익을 잃는 공포가 더 두려웠다.

자칫 잘 못하면 선택의 잘 못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건이 진품일 경우, 돈은 언제 줄 거지?”

상대방 리더는 그 얘기를 듣고 기가 차서 웃기다는 듯이 동료들을 한 번씩 쳐다 본다. 동료들도 비웃듯이 리더를 보고 어깨를 으쓱이며 레즈넥 일행을 바라본다.

“뭐, 물건이 진품이라면, 다시 거래를 해야겠지. 그 때 가서 합리적인 계산을 다시 해 보자구.”

가방을 든 남자는 자기들 차의 뒷 트렁크에 가방을 싣고서 문을 닫는다. 레즈넥은 상대의 수법에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찰나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탕!!

한 발의 총소리가 현 상황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

기관단총을 들고 있던 남자는 머리부터 힘을 잃고 그대로 쓰러진다.

남자는 미간에 총알 구멍이 뚫려서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진 것 이다.

그와 동시에 두 번째 사격

탕!!!

이번에는 정확히 미간을 뚫지는 못했지만 상대방 리더 옆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맞혔고, 남자 또한 즉사하였다.


아차하는 순간 이미 둘은 쓰러지고 상대방은 몸을 수그려 대응 사격을 한다. 그쪽에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한 것인지 빠른 반격을 하였고, 레즈넥과 크리스가 몸을 숨기기 채도 전에 사격을 하여 레즈넥 오른팔 측면에 총알이 스쳐 관통하였다.

“큭!” 

소리와 함께 레즈넥은 차 뒤로 급히 몸을 숨겼고, 크리스는 차의 문을 열어서 방패로 삼아 몸을 숨기면서 측면 사격을 한다.

아무리 상대방의 2명이 사살 당하였다고 하나 화기의 화력과 연사력은 크리스 일행이 한참 밀리는 편이었고, 틈을 타서 상대편의 한 남자는 죽은 남자가 가지고 있던 기관단총을 들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레즈넥의 차에 수십발의 연발 사격이 퍼부어 지며 차량은 여기저기 구멍이나고 유리창도 깨져버린다.


그것을 본 크리스가 반격의 맹사격을 하지만 잔탄이 다 떨어졌다.

“야! 레즈넥! 남는 탄 없어?!“

”크윽, 차 안쪽에 있어… 글로브 박스 봐 바.“

크리스가 조수석 글로브 박스에서 탄환을 찾으려 뒤척이려 하자, 상대방은 그 것을 보고 기세를 높여 이쪽으로 뛰어오려 하였다.

위기감을 느낀 크리스는 탄창을 빠르게 집어서 재장전을 시도한다.

그런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도 한 남자가 남들 보다 낮은 텐션에서 그것을 지켜 보고 있었다.


노벤.

그 자들이 돈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 말을 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측하였다. 아니 오히려 먼저 사격을 시작하여 이미 둘을 제거 했었다.

조금 전에 차 뒤쪽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여 재빠르게 사격, 빠른 연사력을 가진 기관 단총을 든 남자를 먼저 제거 하고, 재 사격으로 한 명 더 제압.

그리고 사격을 멈추고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의 기운‘.

주변의 있던 것을 집중하여 힘을 모았다.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그것‘을 정확히 명중시키기 위해서, 세 명이 있는 위치에, 세 명의 장 내에 정확히 ‘그것’을 정확히 들어가기 위하도록 명중 시키기 위하여, 총알이 난발하여 오가는 상황에서 극도로 집중을 한다.

그리고 돌격 소총을 들고 이쪽으로 뛰어오는 남자에 장 내에 ‘그것’을 순간이동 시킨다.

정확히 명중하였는지, 남자는 뛰어다가 주춤 한다.

“어흑!?”

순간적인 비음과 함께 이쪽으로 달려오던 남자는 달리는 것을 멈춘다. 그 남자는 순간적인 대량의 식은 땀과 함께, 항문에서 느껴지는 거친 기세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한 발자국이라고 발을 떼는 순간, 안에 있는 것이 전부 쏟아 질것 같았다.

탕!, 탕!!

트렁크에 하반신을 기댄 채로 노벤의 재빠른 두발의 사격은, 한 발이 헤드 샷으로 명중하여 그 남자 역시 몸을 무너트리며 즉사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장 내에 있던 배설물이 힘을 억누르지 못하고 퍼져 나온다.

”야, 이게 대체 무슨?!!!“

상대방 리더는 갑작스럽게 움직임을 멈추고 사격 당해 죽은 그 모습을 보고서 놀랍도록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랫배에서 찾아오는 불안한 엄습. 갑작스러운 장 내의 급습에 식은 땀을 흘린다. 

”으윽?!“

서둘러 화장실을 가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상황에? 식은 땀이 몸에서 흐르는 것을 느낀다.

총알이 다 떨어져서 재장전을 해야하는데, 집중이 되질 않는다. 안되겠다. 일단 여기서 피신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남은 동료를 보았더니, 그 남자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얼굴을 망가트려서 찌그러 트리고,

“으윽….”

신음 소리를 찾으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이미 사격이고 뭐고 포기한 상태이다. 리더는 깨달았다. 이 상황에 무언가 잘 못된 것 이라고… 분명 어제 무엇이라도 잘 못 먹었

탕!, 탕!, 탕!, 탕!!!

노벤은 모든 것을 계획한 듯이 상대방이 숨어 있는 차 반대편으로 넘어와 그들을 쏴 죽였다.

다섯 명 모두 노벤에게 머리를 맞고 즉사한 것을 확인한 후 아무렇지 않은 듯 상대방 몸에서 차 키를 찾아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트렁크에서 허브 볼 가방을 주섬거리며 꺼내 한 쪽 어깨에 메고 나온 노벤을 보면서 크리스와 레즈넥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처다만 보고 있었다.



“다 끝난기 아닌기가?”

뜬금 없는 노벤이 한마디에 크리스와 레즈넥은 정신을 차린다.

“레즈넥. 우얄꼬, 상처 괘않나?”

“아, 으윽… 심한건 아니다. 지혈 하면 돼…”

“그라믄 일단 옷이라도 찢어서 지혈 해삐라. 나는 임마들 짐 좀 챙겨야 할긋 같따.”

허브 볼 가방을 차 트렁크에 옮겨 놓은 노벤은 빈 가방 하나를 하나 빼서 시체에 다가간다

레즈넥이 아직 당황하는 사이에 노벤은 죽은 시체를 뒤지며 총기를 뺏고, 지갑에서 돈과 카드 같은  것, 열쇠,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빈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방을 차 앞에 서 있는 크리스에게 건네 준다.

"자, 이거 받그레이. 갖고 있으마 요래 쓴다 아이가"

"어... 그래."

레즈넥은 다친 팔을 옷깃을 찢어서 팔을 지혈하면 말한다.

"... 크리스, 저 시체는 그냥 놔둘 수 없다. 불로 태워버려."

"아, 그래."



크리스와 노벤은 레즈넥에 말의 따라 시체를 한 군데 모은다. 중간에 크리스는 시체 앞에서 코를 막으면서 눈을 찡그린다.

"으윽, 죽으면 배설물이 나온다고 듣기는 했는데, 이건 완전히 심하게 싸버렸어..."

"아, 금마들 아까 내 저주의 힘으로, 응딩이에 힘주다 이리 된기다."

크리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놀란다.

"아... 그게, 아무데서나 써지는 거구나... 하하... 하하하!"

크리스는 어의가 없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야... 노벤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하마터면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는 뒷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심하게 퍼져 나오는 배설물의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인지 한 모금을 깊게 빨아 들인 후 한숨과 함께 깊이 내쉰다.

"그래, 노벤이 없었으면 정말..."


크리스는 담배를 입에 물고 남은 시체를 노벤과 옮겨 놓자, 레즈넥이 다친 팔을 감싸고 한 손으로 예비용 휘발유를 들고 와서 시체들 위에 뿌린다.

"톨, 미안하지만 우리가 살기 위해선 이자들을 죽이는 것이 맞아. 너에게 무리를 시켜서 미안하군."

"신경 쓰지 말그레이. 이 얼라들은 약속을 어깄다 아이가. 룰을 어깄으믄 그 벌을 받는기 마땅하다."

그렇다. 레즈넥도 그 생각에 동조한다. 자신들도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만의 룰이 있다. 그것조차 지키지 못한 다면, 그 대가를 바쳐야 하는 것이다.

레즈넥은 쓴 웃음을 지으며 크리스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뺏어 시체들 위에 던진다. 담배 불은 휘발유에 번져서 화르륵 불타 오른다.

시체는 금세 불에 타올라 숯덩이가 되어 타 오른다.

"야, 아직 피던건데,"

"한 보루 사줄 돈 생겼다. 가자."

"근디, 차 앞 유리고 뭐고, 거시기 다 총 맞아 구멍 뚫렸따 아이가."

"그래. 이 새끼들이 타고 온 저기 멀쩡한 차 하나 더 끌고 가자고."

레즈넥은, 노벤이 물건을 담은 가방에서 차 키를 찾아 꺼내 차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한다. 크리스는 깨진 유리창을 보며 한숨을 쉬며 운전석에 앉는다. 노벤도 그 옆에 따라 조수석에 앉는다.

노벤은 총기와 금품을 글로브 박스에 집어 넣었고, 크리스는 레즈넥이 탄 차량을 쫓아간다. 레즈넥이 알고 있는 카 센터에서 차를 수리한다고 했다.


크리스가 운전을 하면서 물었다.

"노벤. 그, 사격은 원래 할 줄 알았어?"

"아 그랑께. 내 쪼만했을 때 부터 그 치안이 안 좋은 동네에 살았따 아이가. 그래가꼬, 캐나다 살 때는 사격 연습 했따 아이가."

"아, 그랬구나."

크리스는 더는 묻지 않고 입에 담배를 물고 묵묵히 운전을 했다.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은 아직도 벌벌 떨리고 있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